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 Da 5 블러드 >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 Da 5 블러드 > 포스터 ⓒ Netflix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던 폴(델로이 린도), 오티스(클라크 피터스), 에디(노먼 루이스), 그리고 멜빈(이시아 휘트록 주니어). 그들은 전쟁 당시 소속되었던, 이른바 '5 블러드' 분대의 분대장 '진격의 노먼(채드윅 보스만)'의 유해를 되찾기 위해 몇십 년 만에 베트남에 돌아온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목적은 아니었다. 그들은 전투 중 우연히 얻어서 정글 안에 숨겨둔 금괴들도 되찾으려 한다. 이에 5 블러드는 베트남인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투철한 전우애로 뭉쳐 오래 전 전투가 벌어졌던, 온갖 위험이 득실거리는 정글로 향한다.

영화는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을 이어 붙이면서 각각의 사건을 볼 때는 알 수 없었던 감정이나 의미를 끄집어낼 수 있다. 이는 많은 영화들이 현 시대의 문제점을 비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거나 애써 주목하지 않은 과거의 사건들을 스크린 위로 불러내고, 과거의 일들이 현재까지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택시 운전사>가 현재 시점으로 되돌아와 광화문과 촛불시위를 암시하면서 끝나는 것처럼. 넷플릭스가 지난달이 선보인 스파이크 리 감독의 < Da 5 블러드 >도 다르지 않다.

< Da 5 블러드 >는 차별받고 탄압받던 미국 내 흑인들의 역사라는 과거를 불러오는 영화로, 자신의 주제의식 혹은 목적을 매우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우선 스파이크 리 감독은 할리우드에 몇 안 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영화 감독으로 인종차별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8년에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에 잠입했던 흑인 형사 '론 스톨워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블랙클랜스맨>을 만들어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기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 Da 5 블러드 > 스틸 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 Da 5 블러드 > 스틸 컷 ⓒ Netflix

 
흑인인 주인공들이 역시 흑인이었던 그들의 분대장 노먼의 유해를 찾기 위해 베트남에 돌아오고, 전쟁 도중 몰래 획득한 금괴를 자신들이 흘린 피의 대가로 여기는 스토리는 영화의 메시지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주인공 중 가장 다혈질인 폴이 자신의 억울함이나 신념을 있는 카메라에 직접 눈을 맞추면서 이야기하는 연출과 흑인 영어식 표현인 Da가 영어 정관사 The를 대신 제목에 사용된 점도 같은 목적을 위한 장치다.

이러한 장치들을 활용해 영화는 베트남 전쟁이라는 배경으로부터 흑인들이 흘린 피라는 소재를 꺼내와 미국 역사를 다시 쓴다. 전쟁을 결정하는 사람과 수행하는 사람은 다르다는 전쟁의 본질적인 특성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Da 5 블러드>는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이 권력자들에게 "전쟁은 늙은이들이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죽는 것은 젊은이이기 때문이다"라고 일갈하는 것처럼, 백인이 결정한 전쟁에서 결국 피를 흘리고 희생당한 이들은 흑인이었음을 고발한다.

미국 인구 중 흑인이 11%였던 와중에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군인의 32%가 흑인이라는 사실과 미국의 시작이었던 보스터 차 사건이 흑인인 크리스퍼스 애턱스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제시되는 식이다. 이렇게 영화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백인 시점의 미국사 대신 흑인들이 바라보는 미국사를 들려준다.

더 나아가 < Da 5 블러드 >는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약자들의 이야기로 역사를 재구성한다. 이는 5 블러드가 노먼의 유해뿐만 아니라 그들이 전쟁 도중 확보해 숨겨둔 금괴를 되찾는 여정이 필요했던 이유다. 흑인들에게 베트남 전쟁이 백인 대신 피 흘린 역사였음을 보여준 것처럼 베트남 사람들에게 그 전쟁은 또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그 중심에는 바로 금괴가 있다.

천신만고 끝에 노만의 유해와 금괴를 모두 되찾는 데 성공한 직후 5 블러드는 금괴의 소유권을 두고 베트남 갱들과 갈등을 빚는다. 금괴의 의미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5 블러드는 백인들의 전쟁에서 흑인들이 대신 흘린 피의 대가가 금괴라고 인식하지만, 베트남인(동양인)들에게 그 금괴들은 미국과 프랑스 등 서양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그들이 경험한 고통스러운 근현대사의 대가다.

이와 같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상이한 의미 부여와 해석은 영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5 블러드는 술집에서 베트남인 참전 군인들과 건배하며 평화를 기념하면서도 적대감을 표출한다. 가이드인 빈(자니 누엔)은 그의 삼촌이 공산당을 위해 싸웠고, 아버지는 남베트남 군인으로 복무하다가 전후에 고문을 당했다면서 전쟁이 가족을 분열시켰다고 털어놓는다. 전쟁 당시 오티스의 애인이었던 티엔은 순수함을 잃은 여성이라는 비난과 혼혈아에 대한 차별이 두려워 딸 미숀에게 오티스가 아버지임을 숨겨야만 했다. 이렇게 영화는 흑백 차별에서 구도에서는 약자였던 흑인들이 또 다른 약자인 동양인과 여성에게는 강자이고 가해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은 채 그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다시 쓴다.

당연한 듯하면서도 보이지 않던 사실들로 새롭게 구성된 진실, 역사가 기억하지 않던 이들의 역사는 서로 다른 3개의 화면비를 통해 현재와 연결되면서 그 의미가 다양해진다. 우선 < Da 5 블러드 >가 만든 과거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 살아 숨 쉬는 문제점이다. 영화는 베트남 전쟁 당시 전투를 묘사하면서 노먼만 과거의 모습으로 등장시키고, 나머지 분대원들은 나이 든 현재 모습 그대로 등장시킨다. 이는 폴이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트라우마와 PTSD로 인해 인종주의자인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약 50여 년 전에 만연했던 차별이 청산되지 않고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해결책과 희망이기도 하다. 노먼의 유해는 조국과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며, 5 블러드와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갈등의 원인이던 금괴는 Black Lives Matter 운동 기금 및 전쟁 당시 설치된 지뢰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한 재단 기금으로 사용된다. 오티스와 미숀은 수십 년간 부정당했던 딸과 아버지를 만난다. 이는 각자의 이유로 차별받고 탄압받던 역사가 최소한 이번 세대 내에서 끝나기를 바라는 감독의 바람이 들어간 전개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또한 흑인, 동양인, 그리고 여성들의 아픔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갈등임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점에서 이 영화는 현시점에 특히 유의미하다.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Black Lives Matter 시위에 대해 일각에서는 흑인들 역시 인종차별의 가해자라는 이유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영화는 흑인 운동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흑백 차별 외의 인종 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성공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 Da 5 블러드 > 스틸 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 Da 5 블러드 > 스틸 컷 ⓒ Netflix

 
사실 < Da 5 블러드 >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모습이 담긴 이미지들이 돌연 튀어나오기도 하고, 영화가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여정 역시 피범벅으로 가득하다. 이에 더해 영화가 현실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혹은 흑백차별에 관심이 없어도 < Da 5 블러드 >를 접하면 좋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영화가 고쳐 쓰는 역사는 곧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작중 참전 용사들 간에 사라지지 않는 앙금, 베트남인들의 피해 심리, 베트남 여성들의 희생, 그리고 전후 세대에게 이어진 고통은 6.25 전쟁이라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아픔이다.

한반도에서 펼쳐진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은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미군 및 한국군 위안부의 진상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작중 베트남 사람들이 남은 지뢰로 인해 피해를 입듯이, 우리 역시 전쟁의 상흔으로 인한 정치적, 사회적 논쟁과 갈등을 여전히 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Da 5 블러드>는, 그리고 이 작품이 재구성하는 역사는 한국인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원종빈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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