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삼성 라이온즈 선발진이 올해처럼 강했던 적이 있었을까.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은 최근 두 경기에서 연패를 당했지만 한 때 다승 공동 1위에 올랐을 만큼 삼성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다. 시즌 4경기 만에 옆구리 부상으로 약 두 달 동안 자리를 비우며 팬들을 걱정시켰던 벤 라이블리도 복귀 후 2경기에서 11이닝3실점(평균자책점2.45)으로 호투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음표가 많았던 국내 선발진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다.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최채흥은 11경기에서 6승2패3.88을 기록하며 작년 28경기에서 따낸 승수를 따라 잡았다. 2년 차 우완 원태인은 최근 규정이닝에서 빠졌지만 올 시즌 삼성 선발진에서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3.12)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5선발 역할을 나눠 맡고 있는 스윙맨 김대우와 좌완 루키 허윤동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정작 삼성의 가장 큰 무기가 될 거라 기대했던 불펜진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불안요소가 커지고 있어 팬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물론 최지광과 이승현, 노성호처럼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투수들은 타자들에게 분석을 당하며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경험' 만큼은 그 어떤 투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백전노장 우규민과 오승환의 동반 부진은 허삼영 감독과 삼성팬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완벽했던 임시 마무리 우규민, 셋업맨은 부담됐나

삼성은 2016 시즌이 끝난 후 좌완 에이스 차우찬(LG 트윈스)이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날 것이 유력했다. 졸지에 가장 믿음직스러운 선발 투수를 잃게 된 삼성은 FA시장에서 차우찬의 자리를 대신할 선발 투수를 4년 65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 영입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렸던 사이드암 우규민이었다. 하지만 이적 첫 해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우규민은 7승10패5.21로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흔히 거액을 들여 영입한 선발투수는 비싼 연봉 때문에 계약기간 내내 보직을 옮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김한수 전 감독은 LG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포함해 선발 투수로 2년 연속 부진했던 우규민을 2018년부터 불펜 투수로 투입하기 시작했다. LG 시절 마무리 투수로 30세이브를 올린 적도 있는 우규민은 2018년4승1패10홀드4.30에 이어 작년 시즌에는 2승7패15세이브7홀드2.75의 성적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올 시즌에도 허삼영 감독은 우규민이 오승환 복귀 전까지 삼성의 뒷문을 책임져 주길 기대했다. 5월 한 달 동안 1승2세이브4.91로 크게 믿음을 주지 못한 우규민은 6월 10경기에 등판해 1승5세이브2홀드2.53의 성적으로 오승환 복귀 전까지 마무리 역할을 대신했다. 10.2이닝을 던지면서 탈삼진은 4개에 불과했지만 피안타율이 고작 .205에 불과할 정도로 '짠물 투구'가 돋보였다.

하지만 오승환이 복귀하면서 긴장이 풀린 탓일까. 셋업맨으로 변신한 우규민은 7월 들어 10경기에서 1패4홀드6.75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여전히 8이닝 동안 볼넷은 하나만 내줬을 만큼 좋은 제구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6월까지 2할대 초반을 형성하던 피안타율이 .343로 치솟았다. 특히 지난 2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2-2로 맞선 8회에 등판해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연속 4안타를 맞고 4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스윙맨 김대우가 임시 선발과 롱릴리프 역할을 해줘야 하는 삼성에서 필승조 및 셋업맨 역할을 해줄 사이드암 투수는 우규민이 유일하다. 특히 최지광, 김윤수, 이승현 등 삼성의 나머지 필승조들이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만큼 우규민이 불펜에서 확실한 리더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 삼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더위 속에서 가을야구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규민이 반드시 6월의 위력을 되찾아야 한다.

7월 평균자책점 8.10, '끝판대장' 위용은 어디로?

김현수(LG)의 빅리그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7년 성적은 타율 .231 1홈런14타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KBO리그 복귀 첫 시즌이었던 2018년 타율 .362 20홈런101타점95득점의 성적으로 커리어 2번째 타격왕에 등극했다. 2017 시즌 한 번도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던 박병호(키움 히어로즈) 역시 국내에 복귀하자마자 43홈런112타점으로 홈런 공동2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따라서 삼성 역시 작년 시즌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3승1패9.33으로 부진했던 오승환도 국내에 복귀하면 김현수나 오승환처럼 다시 예년의 위력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오승환은 작년 부진했지만 빅리그에서 4년 동안 16승13패42세이브3.31로 충분히 좋은 커리어를 남긴 바 있다. 한국시리즈 5회 우승과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277개)을 보유하고 있는 KBO리그 커리어는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다. 

불법도박과 관련된 징계를 마친 오승환이 복귀 후 3경기에서 2실점을 기록할 때만 해도 삼성팬들은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는 오승환이 국내 마운드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오승환은 4번째 경기부터 마무리로 복귀해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1승5세이브를 수확했다. 경기를 끝내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포수가 강민호나 김응수, 김민수로 바뀌었을 뿐 오승환은 점점 '끝판대장'의 본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7월의 오승환은 야구팬들이 알고 있는 특급 마무리 투수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 4일 LG전에서 2실점하며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최근 6경기에서 6.1이닝 동안 6점을 내주며 불안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7월 평균자책점은 무려 8.10에 달하고 6월 .192였던 피안타율은 7월 들어 .367까지 치솟았다. 무엇보다 마운드 위에서 상대 타자들이 더 이상 오승환이라는 투수를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오승환은 지난 1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번째 세이브를 기록한 이후 열흘 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물론 이 기간 동안 삼성이 세 차례나 우천으로 경기가 순연됐고 세이브 상황이 만들어진 적도 없었지만 1군 엔트리에 등록된 투수가 열흘 동안 등판하지 않는 것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다. 과연 열흘 동안 야구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오승환은 7월의 부진을 씻고 다시금 '끝판대장'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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