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최승호 전 MBC 사장이 <뉴스타파> PD로 복귀한 사실이 알려지며 언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사실 최 PD의 <뉴스타파> 복귀는 MBC 사장 임명될 때부터 공언해오던 바였다. 그러나 공영방송 사장을 지낸 인사가 평PD로 복귀한다는 건 분명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평PD로 복귀한 그는 최근 다큐멘터리 <문재인 정부의 4대강>를 내놓았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얘기와 더불어 <뉴스타파> 복귀에 대한 심경을 듣기 위해 지난 23일 서울 충무로역 근처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최 PD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최승호 뉴스타파 PD

최승호 뉴스타파 PD ⓒ 이영광

 
- 21일 다큐 <문재인 정부의 4대강>을 내놓으셨어요. 몇 년 만에 현장에 복귀하셨는데 어떠세요?
"2년 반 만에 다시 현장으로 왔는데, 제가 몇 십 년 동안 해 오던 일이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이번 (다큐멘터리를) 방송하고 나니까 '(PD가) 어울린다'는 말을 몇몇 사람에게 들었어요. 다른 분들에게도 제가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더 익숙했던 거죠. 저 자신도 현장에서 일할 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 그럼 MBC 사장하실 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셨을까요?
"방송사에서 최고경영자로서 일하는 것은 (PD와는) 다른 책무죠. 그때 당시에는 제가 즐겁고자 하는 일이었다기보단,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부분이 컸어요. 사장으로서 일할 때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수천 명의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것이거든요. 또 (최고경영자는) 그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역할이고요. 그게 참 기본적으로 힘든 일이에요. 그런 일을 하면서 즐겁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 사장으로 취임할 때부터 임기 끝나면 뉴스타파로 돌아가신다고 하셨죠. 근데 지난해 연말 전후로 사장직 연임에 대한 소문이 있었어요. 연임에 대한 생각은 안 하셨어요?
"연임에 대한 고민은 많이 했어요. 그런데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연임을 하면 제가 3년을 더 MBC 사장으로 일해야 하잖아요. 저 자신을 위해서도 뭔가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고, 또 MBC를 위해서도 새로운 리더십이 3년이라는 시간을 힘 있게 끌고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죠."

- 다시 평 PD로 돌아가셨어요.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사장에서 PD로 돌아가는) 결정은 오히려 쉬웠어요. 대신 다른 게 어려웠죠. MBC를 정상화 시키고 공영방송을 살려야 하는데 그 목표로 가기 위해선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좋을까 라는 것을 생각해야 했어요. 그 결정이 가장 어려웠죠. 새로운 리더가 오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한 뒤에는 다시 연출자로 돌아간다는 건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 복귀작 아이템을 놓고 고민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4대강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4대강 문제는 더 늦어지면 (해결하기) 힘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4대강의 보를 철거한다고 결정해도 환경영향평가, 타당성 조사 등 이런 절차 때문에 2년가량을 기다려야 돼요. 2년을 기다리면 다음 정부가 들어서죠. 다음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생각한 만큼 중요도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사실 2022년 다음 정부가 시작할 때가 되면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10년이 되는 거거든요. 그러면 그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 놓은 호수같은 강의 모습에 맞춰서 모든 게 적응해 환경이 조성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기득권자들이 많이 생기겠죠. 수막재배라고 물을 많이 쓰는 농사 짓는 분들도 늘어났고, 수상 레포츠 시설도 많아졌어요. 그런 분들은 절대 보 철거를 원하지 않죠. 그만큼 4대강 복원을 하기가 어렵고 그렇게 되면 우리 후손들은 그냥 나면서부터 호수를 강으로 알고 자랄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겁니다."

-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보를 개방한다고 해서 4대강 문제는 끝난 줄 알았거든요.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을 것 같아요. PD님은 언제 이 문제를 인지하셨어요?
"내가 MBC 사장을 하고 있을 때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어요.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다루었으면 좋겠다는 얘기한 적도 있는데, 이게 역사가 있는 문제거든요. 그래서 이걸 한번 취재하려면 어떻게 흘러왔는지부터 아주 복잡한 내용에 대해서 모두 알아야 돼요. 그걸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후배 기자나 PD들이 취재한다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MBC를) 나오자마자 이걸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마침 김동희 PD가 만들었는데 짧은 시간에 하느라고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잘 만들었더라고요. 한 번 다루고 나면 사실 그 뒤는 쉬워요. 앞으로 다른 언론에서도 4대강 문제를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어요."

- 제목 <문재인 정부의 4대강>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의견도 있었어요. 제목을 그렇게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이 제목으로 정했어요. 물론 '이명박 정부가 만든 4대강 문제인데 왜 문재인 정부의 4대강이라고 하느냐'는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제목만 보고 그런 얘기 하시는데 내용을 보시면 대부분 그런 의문은 해소가 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시작한 4대강 사업을 물려받은 것이지만, 지금 3년이란 시간이 지났잖아요. 그래서 현재는 문재인 정부의 4대강이 될 수밖에 없고 사실 여기엔 꼭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건 아니에요. 4대강 사업에 있어서 문재인 정부의 공과 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과'는 아직 지지부진한 재자연화 사업이겠죠? 그렇다면 '공'은 뭔가요?
"금강이나 영산강은 이미 보를 개방했고, 꽤 시간이 흘렀어요. 수질이나 생태계가 다시 좋아지고 자연이 돌아온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했죠. 반면 낙동강이나 한강은 (재자연화 사업이)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어요. 지금 이대로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비판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디서부터 취재를 시작하셨어요?
"제일 먼저 금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기 위해, 사전 취재 출장을 금강으로 갔어요. 금강에 가서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만나고 설명을 들으면서 금강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확인했죠."

- 금강이 회복되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자연이라는 게 정말 참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인간이 자연에게 테러를 가한 거죠. 얼마나 많은 생물 종들이 죽어갔겠어요. 준설하고 보로 막아서 물이 더러워지는 과정에서 사멸한 생물 종들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런데 강이 다시 흐르고 씻겨 내려가면서 생태계가 서서히 살아나는 걸 보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자연을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도록 두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자연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죠."
 
 최승호 뉴스타파 PD

최승호 뉴스타파 PD ⓒ 이영광

 
- 낙동강은 보가 없었을 때도 녹조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었어요.
"4대강 사업 이전에는 낙동강 하굿둑 근처 하류에 녹조가 있었다는 거죠. 하굿둑도 보와 마찬가지 역할을 하니까요. 그러나 상류에서 중류 쪽으로는 녹조가 없었죠. 그러나 4대강 사업으로 보가 낙동강의 상류부터 하류까지 다 생겼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녹조가 최상류 상주보에서부터 시작해서 제일 밑 하류까지 다 퍼진 거죠."

- 4대강 문제에서 몇몇 가짜뉴스도 보 해체를 막는 데 한 몫하지 않았을까요?
"가짜뉴스도 많죠. < PD수첩 >에서 임채원 PD가 가짜뉴스 부분을 많이 다루었죠. 원래 공주보 부분 해체 발표할 때 공주보 위에 있는 다리를 남겨 놓고 아랫부분만 해체한다고 발표를 했어요. 그런데 공주의 보 해체 반대 조직에서는 '다리까지 없애려고 한다'고 가짜 뉴스를 만들어서 퍼트렸죠. 또 세종보 철거한다고 하니 부동산업계에서 집값 떨어진다고 가짜뉴스를 퍼트리기도 했고요. 그런 게 많더라고요."

-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본질적으로 자연과 생태계에 대한 철학이 좀 모자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이게 우리나라의 핵심적인 강, 네 개를 이렇게 운하 아닌 운하로 만들어놨는데... 이무기 운하라고 해야 하려나요? 이명박 대통령은 운하를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운하를 만들지 못했던 거죠. 쓸데없이 강을 아주 깊게 파고 아무런 짝에도 쓸모가 없는 댐을 강 한복판에 다 지어놓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생태계 파괴 자연 파괴를 자행했어요. 이것은 복원해야 되는 거죠. 우리 자연을 이렇게 둘 수 없다는 철학이 있어야 하는 건데 제가 보면 그런 철학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지지부진한 거죠."

-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영남 지자체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중 야당이 많으니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합니다.
"그런 면도 당연히 있죠. 야당 지자체 단체장이나 국회의원들은 직접적인 책임자잖아요. 그들이 저지른 일이니까, 보를 해체한다면 그들의 업적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듯이 얘기하죠. 그들의 책임도 만만치 않게 크다고 생각해요. 중앙정부는 바뀌었지만 지자체나 국회의원들은 전혀 바뀌지 않았으니까 그런 거죠. 어떻게 보면 사실 그 지자체나 국회의원들도 중앙정부와 책임을 절반씩 나눠서 져야 할 상황이죠. 결국 1300만 영남권 시민들이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알아야해요. 그래서 제가 다음에는 낙동강을 다루려고 해요."

- 취재하며 느끼신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지금은 강의 10년 전 모습을 기억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복원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한강만 하더라도 이제는 기억이 잘 안 나죠. 원래는 한강도 모래 강이었어요.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강 수질이 좋았고 모래사장이 있었어요. 여름이 되면 시민들이 한강에 나와서 모래 찜질도 하고 수영복을 입고 놀았던 곳이란 말이죠.

그러나 전두환씨가 한강 종합 개발을 하면서 다 콘크리트로 강 주변을 덮어버렸어요. 강을 깊게 파고 유람선이 다니도록 하기 위해서 신곡 수중보를 설치해서 4대강 사업하듯이 했죠. 미니 4대강 사업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렇게 지금의 한강을 만들어 놨는데 이제는 시민들도 거기 익숙해졌어요. 옛 강 모습에 대한 기억은 없어져 버렸죠. 

자연스러운 강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얼마나 좋은 것이고 우리가 그 강 속에 있었을 때 인간으로서 어떤 걸 느끼고 그 자연 속에서 얼마나 행복했었나에 대한 기억이 사라졌죠. 사라지니까 이제는 복원을 해야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근데 좀 있으면 낙동강 금강 영산강도 다 그렇게 될 거 같아요. 그래서 정말 시급하게 복원해야 된다는 거죠."
 
 최승호 뉴스타파 PD

최승호 뉴스타파 PD ⓒ 이영광

 
-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보 철거에 대한 결정을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할 수 있도록 시청자들이 압력을 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왜 문재인 정부의 4대강이냐고 불만을 표시하시는데, 정부가 잘하는 것은 물론 잘한다고 격려해 줘야 해요.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거나 할 때 그걸 감싸기만 하고 잘못해도 잘한다고 하면 정부가 더 잘하도록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이번에도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제가 취재 했는데 4대강 사업을 찬성하고 4대강 사업의 그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전파했던 사람들 여러 명이 들어와 앉아 있더라고요. 청와대에서 그런 사람들을 다 집어넣어 놨더라고요. 그러니 그 사람들이 당연히 보 철거하는 거 반대하죠. 그들이 반대하니까 이미 환경부에서 보 처리 결정해놓은 것이 통과가 안 되는 겁니다. 그러면 그런 국가 물관리 위원들을 왜 임명했느냐고 그때 당시에 공개적으로 비판을 많이 했어야 하는 겁니다.

언론도 기사를 많이 썼어야 돼요. 찾아보니까, 오히려 보수언론에서는 극히 일부 4대강 사업 반대했던 분들이 국가 물관리 위원으로 들어가신 걸 가지고 꼬투리 잡아가지고 기사를 썼어요.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친 4대강 인사들이 위원으로 들어갔음에도 그걸 지적하는 기사는 없더라고요. 그게 뭐냐면 문재인 정부가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서 지적을 하는 것을 언론조차도 안 하는 거예요. 정부가 제대로 안 하는데 비판도 하지 않으면 나아질 수가 없죠."

- PD이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시기도 합니다. 영화를 기다리는 분도 있을 텐데 혹시 영화에 대한 계획이 있나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4대강 취재를 하다 보니 이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운하를 사랑한 사나이 이명박씨가 거짓말을 하면서 한국의 4대강을 망친 사건은 아마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사기 사건이 아닐까요?

운하에 배를 띄우면 수질이 맑아진다고 했던 소위 전문가들과 공무원, 그리고 언론이 합작해서 만들어낸 희한한 범죄라고 생각해요. 국내에서는 식상한 주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해외에서는 재미있고 놀랍기까지 한 주제가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나라가 지향한 개발지상주의가 낳은 가장 가시적인 폐해를 보여주는 것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타산지석으로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 있는데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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