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4대강의 재자연화였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 후 4대강의 보 전면 개방을 지시했다. 이후 사람들에게서 4대강 문제는 점차 잊혔다. 문제가 해결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 21일 MBC < PD수첩 >은 '4대강에는 꼼수가 산다' 편을 통해 이 문제를 조명했다. 영화 <삽질>을 제작하는 등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이 문제를 심층 취재한 <오마이뉴스>와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된 이날 방송에서는 낙동강의 녹조를 통해 4대강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짚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2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4대강에는 꼼수가 산다'편을 취재·연출한 김동희 PD를 만났다.
 
 김동희 MBC <PD수첩> PD

김동희 MBC PD ⓒ 이영광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21일 방송된 < PD수첩 > '4대강에는 꼼수가 산다'를 취재 연출하셨는데, 소회가 궁금합니다.
"그간 많은 언론에서 4대강 사업의 불법성,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다뤄왔어요. 4대강 사업은 < PD수첩 >에도 특별한 주제였습니다. 4대강 사업의 실체가 한반도 대운하였다는 것을 밝혔던 것도 < PD수첩 >이었고요. 그 과정에서 최승호 선배, 정재홍 작가가 해고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방송은 지난 10년여의 < PD수첩 >과는 다소 달랐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 PD수첩 >이 밝힌 4대강과 관련한 일들이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었다면 이제 복원의 과제를 이어받은 건 문재인 정부거든요. 이번 방송은 문재인 정부가 공약했던 4대강 복원을 얼마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다뤘습니다.

제가 처음에 4대강을 다룬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이제 와서 왜 4대강이냐'고 물었어요. 4대강 사업의 허구는 지난 이야기 아니냐고 하면서요. 현 정부에서 모든 수문을 열고 보를 없앤 줄 아는 거죠. 그래서 '지금도 변한 게 없다. 단 하나의 보도 해체되지 않았다'고 말씀드리면 깜짝 놀라죠. 이번 방송은 4대강 복원의 약속을 현 정부가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점에서 책임의 주체가 이전 방송과는 완전히 다른 겁니다."

- 왜 지금 '4대강'을 주제로 선택하신 건가요?
"정재홍 작가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정 작가님은 10년 전부터 4대강 사업의 적나라한 실체를 다뤄왔어요. 김재철 사장 시절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을 집필하다가 해고당한 당사자기도 하고요. 지난해 <오마이뉴스>가 4대강 사업 실체와 그 책임자들을 쫓는 영화 <삽질>을 만들었는데 그 작품의 각본을 쓰시기도 했고요. 작가님이 10여 년간 4대강에 천착하면서 '이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웬만한 의문은 다 풀렸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다만 정권이 바뀐 지금까지 왜 이렇게 복원이 안 되고 있는지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고 하셨어요. 단순히 기술적으로 늦어지는 건지 아니면 정부가 마음을 바꿔먹었는지 밝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오마이뉴스>와 공동기획으로 진행했는데.
"영화 <삽질>로부터 시작됐어요. <오마이뉴스>도 지난 10년 동안 4대강 사업에 강한 문제제기를 했던 언론이거든요. 현 정부의 4대강 복원 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꾸준히 보도했던 유일한 언론사였어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매체들이 서로의 취재 인프라를 공유하며 공동 취재를 진행하는 건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생각해요.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적하는 많은 언론인이 그동안 고초를 당했어요. 그 와중에서도 꼿꼿하게 4대강에 대해서 끊임없이 말했던 기자가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님이었고요. 10년간 축적된 4대강에 대한 취재 인프라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그 인프라를 흡수해서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었어요. 취재할 때 늘 든든한 기분이었죠."

- 4대강 사업이 어마어마한 규모여서 내용도 복잡하고 자료도 방대할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취재를 시작하셨나요?
"지금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기구는 국가 물관리위원회예요. 우리 취재원들 대부분이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는 기구에 속하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하는 곳이 물관리위원회였어요. 결정을 내리면 되는데 안 내린다는 거죠. 그래서 그 기구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결정이 지연되는지를 알아보는 과정부터 시작했어요."

- 낙동강 녹조의 문제를 짚으셨잖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들이 4대강 문제를 현재진행형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에요. 낙동강에 아직도 녹조 피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니까요. 제 주변 사람들에게 낙동강에 아직도 녹조 있다고 하면 다 안 믿었어요. 지금 이 시점에 왜 4대강을 꺼내는지 설득하기 위한 장치였죠.

금강에 다섯 군데 낙동강에 여덟 군데에 보가 있고 나머지는 한강에 있어요. 금강 영산강은 이제 수문을 거의 개방한 상태라 녹조가 없어지는 단계고, 낙동강의 여덟 개 보는 거의 닫혀있기 때문에 녹조가 아직 있죠. 특히 여름에 녹조가 많이 생겨요. 여름에 수온이 높아지고 일사량이 많아지는 데다 보 문을 닫으면 유속이 느려지죠. 물이 가둬져 있으니까요. 그럴 때마다 녹조가 생기는데 올해도 녹조 주의보가 경계 단계로 올라간 상태예요. 낙동강이 제일 심해요.

낙동강은 1300만 영남 주민들의 식수원이거든요. 대체할 곳이 별로 없어요. 녹조가 생긴 그 물을 정수해서 마셔야 하는 상황인데요. 아무리 정수를 한다고 해도 녹조가 일정 수치 이상 많아지면 정수에도 어려움이 생겨요. 많은 분이 그 물을 마시는 데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죠."

- (방송에서)낙동강 녹조를 보여주고 보를 개방한 금강을 대비해서 보여줬어요. 일부 4대강 찬성론자들은 낙동강과 금강은 다르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맞아요. 금강과 낙동강은 다르다고 할 수도 있지만 물을 흘려보내면 녹조가 사라진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에요. 녹조가 발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 하나가 유속이거든요. 유속이 빠르면 녹조가 머물 수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보를 열게 되면 녹조가 생기더라도 흘러 가버린다는 거거든요.

물론 낙동강에 원래 녹조가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낙동강 주변에 대도시와 공장지대 등 오염원들이 있으니까요. 그 오염원은 상수죠. 지금의 녹조사태는 그 오염원들이 보로 가둬지면서 심화된 결과예요. 하지만 이제 이런 논의는 불필요한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공약으로 발표했고 이것에 대해 표로써 확인받았기 때문에 그대로 실행만 하면 되는 문제거든요."

- 실제 금강에 가보니 어땠나요?
"금강 처음 갔거든요.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께서 꼬마물떼새나 흰목물떼새들이 돌아온 장소를 보여주셨어요. 고운 모래 있잖아요. 고운 모래톱 사이에 알을 낳았다더라고요. 고운 모래 사이로 투명한 물이 흘러요. 그 물에 발을 담그니까 엄청 시원한 거예요. 기분이 참 좋았어요. 강을 그냥 흐르게만 해도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구나 놀라웠어요."

 
 <PD수첩>의 한장면

의 한장면 ⓒ MBC

 
"현 정부, 4대강 복원의지 없어 보여"

- (방송을 보면) 낙동강 보를 못 여는 건 취수구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취수구 문제를 결정하는 곳은 유역물관리위원회고요. 그런데 유역물관리위원회 공동 위원장이 환경부 장관이라면서요. 이에 대한 환경부 입장은 뭔가요.
"유역 물관리위원회는 민간인과 공직자가 6:4 비율정도로 구성돼 있어요. 위원장도 민간 위원장과 환경부 장관이 공동으로 맡게 되어있고요. 환경부에서는 '이 논의의 주체는 민간위원들이고 환경부 장관은 (거기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할 거예요.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유역물관리 위원회에서 결정해줬으면 좋겠다는 건 책임을 미루는 행위라는거죠. 환경부의 의지가 있다면 할 수 있는게 많아요. 취수구 공사만 해도 설령 지자체장이 거부하더라도 환경부 장관이 시행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있고요. 환경부가 4대강 복원 주무 부서로서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안 하는게 문제예요."

- 방송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현 정부에 4대강 복원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하는데, 취재한 PD님 생각은 어떤가요.
"저도 그런 느낌을 받았고요. 저희 취재에 응해 주신 모든 분이 사실 그 얘기를 공통으로 하셨어요. 인터뷰해주신 분들이 이 문제를 결정하는 기구에 몸 담고 계신 분들인데, 왜 나서서 그런 이야기를 할까요? 자신이 몸 담은 기구에서 논의가 공전된다고 이야기하기 쉽지 않거든요. 이분들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는 정부의 의지가 없다는 시그널을 내부에서 많이 읽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에요. 이 정부 내에서 가타부타 결론을 내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는 게 좋지 않겠냐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 문재인 대통령이 보 개방을 지시했지만,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때문에 못하고 있다는 (환경단체 등의)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4대강 복원을 막은 게 김 전 정책실장 뿐이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이 질문을 여러분께 똑같이 드렸어요. 이건 참 모르겠어요. 다들 그래서 다 의아하대요. 왜냐면 대통령님께서는 후보 시절부터 낙동강 문제를 잘 이해하셨다고 하거든요. 낙동강 관련 환경 소송 변호사도 하신 적이 있고요. 충분히 문제의식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렇게 된 건지 사실 이해가 안 가요. 디테일은 알 수 없지만, 결과로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이 정권의 의지라는 거죠."

- 4대강 사업 관련 훈포장 받은 공무원이 605명인데, 그중 360명이 현재도 근무한다고 하더라고요. 
"환경부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조사평가단장에게  환경부 차원에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문책이 있었는지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주도적으로  4대강 사업에 참여하고 어떤 책임있는 위치에 있던 분들이 아니다. 훈장을 받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하거나 책임을 묻는 게 맞는가'라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사실 당시 환경부는 주무부서도 아니었고요. 당시 한 일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영화 <삽질>에서도 나오듯이 당시 환경부 장관이었던 이만의씨가 청문회에서 '4대강 사업을 하면 오히려 수질이 좋아진다'라고 말했었죠. 환경부는 4대강으로 인한 수질 악화를 알고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 결과보고서에도 나와요. 결국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는 데 앞장선거죠. 하지만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죠. 나아가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으로 어떤 책임을 졌나요? 4대강 사업 추진과정에 문제가 많았음이 밝혀졌지만 아무도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죠. 책임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취재하면서) '강은 참 좋은 거구나'를 느꼈어요. 저는 강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는 사람이에요. 1980년대 산업화 시대에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린 시절 강은 더럽고 냄새나서 가면 안 되는 곳이었거든요. 낙동강 페놀 사건도 있었고요. 그래서 취재 초반에 작가님이 '강은 위로다. 위로되는 존재다'라고 하셨는데 제가 '작가님 전 강에서 어떤 위로를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했죠. 그런데 이번에 수문을 열어서 깨끗해진 금강에 갔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강으로부터 위안을 받는다는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강은 흐르는 게 아름다운 거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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