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장에 마침내 관중들이 돌아왔다.

정부가 지난 26일부터 구장 수용 규모의 최대 10% 이내에서 제한적 관중 입장을 허용함에 따라 야구팬들이 마침내 경기장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는 오랜만에 돌아온 야구팬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로 모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스포츠 시즌이 개막했음에도 현장에서 스포츠의 열기를 즐기지 못한다는 것은 팬들에게 큰 아쉬움이었다. 그동안 관중이 없는 적막한 경기장에서 '그들만의 경기'를 치러야 했던 선수들 입장에서도 팬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관객의 존재는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 최고의 자극제라고 할 수 있다. 

관중 입장이 재개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철저한 방역 지침 준수를 권고했다. KBO리그 경기 관람 시 모든 관중은 야구장 내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입장할 때도 마찬가지다. 각 구단은 출입문과 화장실, 매점 등에 거리 유지를 위해 1m 거리두기 스티커를 제작해 바닥에 부착하고, 안전 요원을 배치하여 거리두기 계도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입장 시 출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해 섭씨 37.5도 이상인 경우에는 출입이 제한된다. 경기 관람중에도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동반인이라도 1칸 이상 좌석 간 간격을 두고 앉도록 운영되며 관람석에서의 취식 행위 및 음식물 반입은 당분간 금지된다.
 
 26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KBO LG 대 두산 경기를 찾은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26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KBO LG 대 두산 경기를 찾은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벌써부터 방역지침 '무색'

문제는 벌써부터 방역지침이 무색해지는 듯한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직관에 나선 팬들은 서로 응원하는 팀 선수의 응원가를 부르고, 이름을 연호하는 등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모처럼 찾은 야구장에서 분위기를 마음껏 즐기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은 팬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KBO는 비말 분출이 우려되는 구호나 응원가, 접촉을 유도하는 응원 등은 제한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거리두기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관람객에겐 경고 및 퇴장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첫날부터 이러한 지침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곳곳에서 육성 응원을 펼치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구단 측에서 강력하게 제지하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응원단장들이 음성으로 자제를 호소했다고 하지만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 관중이 마스크를 아예 착용하지 않거나 중간에 마스크를 내리고 응원하는 장면도 중계 화면에 잡혔다. 연인이나 가족으로 추정되는 팬들이 한두 명씩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가까이 붙어 앉아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파울 공이 날아오면 일부 팬들이 공을 잡기 위하여 몰리기도 했다. 단체 응원을 금지 한다는 매뉴얼과 달리 일부 팬들은 깃발을 흔들며 큰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특정 구장만이 아니라 관중입장이 허용된 각 구장에서 잇달아 벌어진 상황이다. 아무래도 현장의 들뜬 응원 분위기를 고려할 때 바로 바로 나서서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관중 입장이 재개될 때부터 우려했던 장면이다.

앞으로 관중 수용이 늘어나게 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구장별로 차이는 있지만 약 2천명 내외, 최다 관중 수용의 10분의 1 규모였다. 이 정도의 관중 규모에서도 방역지침이 쉽게 흐트러지는데 이보다 2~3배 정도의 규모로 관중이 늘어나면 사실상 통제불능의 상태가 될 수도 있다.

팬들에게는 야구를 즐길 권리 못지않게 책임감도 필요하다. 만에 하나 스포츠 경기장에서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할 경우, 어렵게 시작한 프로리그가 다시 전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팬들 개개인의 시민의식 또한 다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선수, 팬, 관계자들 모두가 스포츠의 정상화에 함께 동참한다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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