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의 대표적 음악 토크쇼인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지난 17일 500회를 맞이했다. 2009년 4월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국내 뮤지션들이 출연해 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는 고품격 음악 방송이다. 특히 가수 유희열의 재치 있는 입담이 더해져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500회 맞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연출자 김해룡 PD를 만나 소감을 물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코로나 19로 관객 없어 안타까워"
 
 김해룡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PD

김해룡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PD ⓒ 이영광

 
- 지난주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500회를 맞이했다. 소감은?
"꿈만 같다. 500회를 맞이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100회를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00회가 됐다고 하니 너무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론 부담도 크다."

- 음악 프로로 500회를 맞이했으니, 대표적 장수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겠다.
"KBS에선 <가요무대>나 <전국 노래자랑> 등이 대표적인 장수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포맷이 좀 다르다. 뮤지션이 나와서 자신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노래도 들려주는 유일한 정통 음악 토크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 그만큼 관객과의 상호작용도 중요할 것 같다. 코로나19의 여파는 없나. 
"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세 가지를 꼽는다면 바로 유희열, 방청객과 시청자, 그리고 뮤지션이다. 그중에서 방청객과 시청자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 특히나 KBS 심야 음악방송으로 28년을 이어온 건 방청객과 시청자들의 힘 때문이었다. 요즘 코로나 19 때문에 방청객 없이 무관중으로 진행하고 있어 담당 PD로서 안타깝고 아쉽다."

- 관객이 없으면 녹화할 때 분위기도 좀 다를 것 같다.
"그렇다. 보통 뮤지션들은 관객들이 보내는 환호와 박수 그리고 리액션을 먹고 산다고 할 수 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가수들도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의 박수를 듣고 좋아서 울고 웃는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리액션이 없기 때문에 삭막하다. 가수들도 힘 빠져 하는 게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뮤지션들에게 힘을 줄 수 있을까 제작진도 고민하고 있다."

"역대 음악방송 MC 게스트로 초대, 반응 폭발적"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한 장면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한 장면 ⓒ KBS

 
- 500회 특집 게스트로 KBS 음악 프로그램 역대 MC들(이문세, 이소라, 윤도현)을 초대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로 출발해서 28년을 이어오면서 역대 음악방송 MC들을 한 무대에 모아보자고 자주 이야기했다. 일종의 숙원사업이었던 셈이다.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번번이 무산되곤 했는데 이번에 이루게 됐다. 500회라는 숫자가 갖는 중요성도 있고 해서 조금 일찍부터 섭외에 공을 들였다. 다방면으로 노력한 끝에 그래도 그 세 분의 역대 MC들이 나와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 음악방송 역대 MC 섭외가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 에피소드가 있나.
"일일이 섭외하러 다녔다. 이문세씨의 경우 여수에서 콘서트를 작게 하신다고 해서 직접 가서 인사도 드릴 겸 내려갔다. 그때 매니저가 연락이 와서 (이문세씨가) 감동하신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소라씨는 JTBC <비긴어게인>에 유희열씨와 같이 출연했었다. 그래서 유희열씨에게 섭외 부탁을 드렸는데 흔쾌히 나와 주겠다고 하셨다. 윤도현씨는 워낙 친분이 있어 쉽게 섭외할 수 있었다. 노영심씨도 나와주시면 너무 좋았을 텐데 개인적 사정으로 참석이 어렵다고 하셨다. 대신 글로 축하인사를 보내주셨는데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 방송이 나간 후 반응은.
"너무 폭발적이라 깜짝 놀랐다. 방송 나갈 때 네이버 댓글(실시간 톡)을 거의 읽는데 '감동받았다'는 글이 유독 많았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뿌듯했다."

- 500회 특집 녹화 분위기는 어땠나. 
"오후 6시부터 9시반까지 3시간 정도 녹화를 했다. 그런데 요즘 봉평에서 농사지으시는 이문세씨는 초저녁에 주무시는지 8시가 넘으니 졸립다고 하셨다. 이소라씨도 피곤해 하셨다. 에피소드가 한가지 있는데 원래 '생일 축하해요'라는 노래를 맨 뒤로 편성해 놨는데, 이소라씨가 '나 이제 잠이 오는데 그러면 노래가 안 나와요, 지금 부를 수 있을까요'라고 양해를 구해 녹화 중간에 불렀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뮤지션들의 등용문이라고도 한다. 보통 신인가수 발굴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매주 새로운 뮤지션을 발굴하는 것도 주요 일과다. 좋은 음악이 있으면 무조건 들어보고 뮤지션을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본다. 28년 동안 음악감독으로 일해 온 강승원 감독과 저, 그리고 작가들이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기획사에서도 음악을 많이 보내주기도 한다."

- 지난 1월부터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맡은 걸로 안다. 
"사실 처음에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좀 편안하게 쉬어가는 프로그램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와서 보니 전혀 아니었다. 매주 90분 방송하고 녹화하고 편집하고 자막 쓰는 것도 쉽지 않다."

- 코로나19로 직접 공연장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리만족을 위한 제작자로서의 고민도 있을 것 같다.
"그냥 노래 부르고 본인의 곡을 홍보하는 식의 방송은 사람들이 재밌어하지 않는다. 지루할 뿐이다. 그래서 음악 프로지만 보다 재밌게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장에도 쉽게 갈 수 없지 않나. 집에서 들어도 공연장에 온 것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음향, 구성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

- 한 회당 보통 4명의 뮤지션이 나온다. 이런 구성방식을 택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가끔씩 한 명 특집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4명의 뮤지션이 나온다. 요즘은 스트리밍 시대기 때문에 매주 많은 곡이 쏟아진다. 이 다양한 음악을 소개해 주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기도 하다."

-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음악 장르도 변할 텐데,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추구하는 음악적 지향성이 있다면.
"쉬운 음악 그리고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대중적인 음악을 소개하는 게 목적이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이다. 보통 타이틀 노래만 듣게 되는데 그 가수가 나온 방송을 보면 관심이 가고 그러면 그 음반에 담긴 다른 노래도 듣게 된다. 그 가수에 대해 알게 되면 그 노래가 다르게 들린다. 이 노래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알게 되면 더 재밌게 음악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11년 동안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시청자들 곁을 지켜줬다고 생각한다. 1TV에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이 있다면 2TV에는 <스케치북>이 있는 거잖나. 앞으로도 시청자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장수 프로그램이 되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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