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이즘(IZM)이 인천 부평구 문화재단과 함께 하는 < 음악 중심 문화도시 부평 MEETS 시리즈 >는 인천과 부평 지역 출신이거나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순차적으로 인터뷰하는 시리즈기획이다. 지금까지 비와이, 홍이삭, 김구라와 아들 그리 등이 자리해 그들만의 음악이야기는 물론, 각각의 인천 부평에 대한 인연도 들려주었다. 7월 7일 홍대 빅퍼즐문화연구소에서 진행한 이번 네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추억의 인물이자 현재도 맹렬히 뛰는 레전드 가수 백영규다.[편집자말]
힘들어도 아무 말도 못 하면서 병을 옮길까 봐 집에 못 가
병실에서 쪽 잠잘 때 우린 편안하게 파란 하늘 바라볼 수 있었어
마스크 벗는 그 날 위해 뛰는 사람 영원토록 간직하렵니다
천사라는 그 이름을 세상 지킨 천사라고 기억해요 - 백영규&김도연, '천사' -


 
 지난달 6월 9일 백영규가 후배 가수 김도연과 함께 발표한 '천사'는 코로나19 속 최전선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료진을 향한 고마움을 담았다.

지난달 6월 9일 백영규가 후배 가수 김도연과 함께 발표한 '천사'는 코로나19 속 최전선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료진을 향한 고마움을 담았다. ⓒ RIAK

 
노장의 헌사가 코로나19로 우울한 시기 힘을 보탰다. 6월 3일 백영규가 후배 가수 김도연과 함께 발표한 '천사'는 같은 달 29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소개된 후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관리하는 7개 SNS 채널에 공유되며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질병관리본부 위기소통담당관은 "의료진, 자원봉사자, 공무원들이 곳곳에서 땀 흘리며 아무 말 없이 헌신적으로 질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금, 그분들에게 고마움과 존경심의 표현에서 진정성을 갖은 노랫말로 표현하고 부른 노래여서 링크했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천사'에 대해 묻자 백영규는 "의료진 힘내라, 힘내라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향한 고마움, 존중을 짙게 담으려 했다. 그걸 좋게 봐준 게 아닐까?"라며 소회를 밝혔다. 40년 동안 쉬지 않고 음악 활동을 진행한 것에 대해서는 "쉬지 않고 일은 했지만 타율이 그리 좋진 않았다"라며 겸손해했다.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라기 보단 그냥 경험이 많은 것 같다. <백영규의 가고 싶은 마을> 라디오를 13년간 진행한 건 정말 잘한 일이다. 단순히 출연만 한 게 아니라 기획 연출까지 다 했었는데 거기서 얻은 것들이 참 많다. 그리고 내가 또 일할 때 보면 실패를 하더라도 일단은 내지르는 성격이더라. 그런 것들이 다 합쳐져서 나이를 먹을수록, 요즘 더 할 일이 많다."
 
 7월 7일 IZM과 부평구문화재단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일환으로 인터뷰에 임한 백영규.

7월 7일 IZM과 부평구문화재단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일환으로 인터뷰에 임한 백영규. ⓒ IZM

 
백영규는 1980년대 초반 히트 퍼레이드와 당시의 애청곡 '슬픈 계절에 만나요', '잊지는 말아야지', '순이생각', '우리 만나요 처음 만난 그곳에서'의 주인공이다. 대학 재학 중 유시형, 유의형 형제와 함께 포크그룹 유심초로 활동한 후 이춘근과 함께 물레방아라는 듀엣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2015년까지 경인방송 라디오 <가고 싶은 마을>을 진행했고 2018년부터는 추억의 음악다방 콘서트 기획 <백다방>의 섭외와 프로듀싱을 도맡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쉼 없음', '꾸준함'이다.

실제로 그의 음악은 과거에 머무르는 법이 없다. 최근 그의 커리어는 그의 이름을 '슬픈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가수 1위'에 오르게 해준 '슬픈 계절에 만나요'와 '잊지는 말아야지'같은 대표곡과 완전히 다르다.

최근의 음악 지향을 묻자 "2007년 발표한 '감춰진 고독'을 들어보라. 멜로디는 단순한 쓰리 핑거 통기타 음악이지만 편곡 자체에 프로그레시브 스타일을 가미했다. 전주만 해도 1분이 넘는다. 2016년 발표한 '술 한 잔'은 대중 트로트다"라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강조했다. 

"음악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스스로 배운 시절이 내겐 중요했다. 통기타로 음악을 시작했지만 내가 듣기 좋아하는 음악은 어쩔 때는 록이고 또 어쩔 때는 엔야(Enya) 풍의 신비로운 곡들이다. 언제인가부터는 또 미디에 손을 댔다. 굉장히 완성도 있는 음악을 만들었다고 자부할 순 없지만 다양한 장르들을 조금씩이라도 건드려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매번 내가 이런 것들도 할 수 있겠다는 걸 배우고 느끼고 늘 자라고 있다. (웃음)"

인기가수, 공연기획자, 라디오진행자인 백영규는 또한 가수에게도 곡을 준 싱어 송라이터이기도 하다. 김세화의 '아그네스' '타인인 줄 알면서도', 유심초의 '나는 홀로 있어도', 박정수의 '그대 품에 잠들었으면' '아름다운 눈물 꽃'이 그가 쓴 곡들이다. 특히 '그대 품에 잠들었으면'은 서태지와 아이들 광풍이 있기 전인 1991년 빅히트했고 백영규가 직접 제작했다. 음반제작자로도 성공을 거둔 인물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이 듣는 음악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요새 음악 가닥이 되게 많아졌다. 그 다양한 장르 중에 내가 가져갈 수 있는 장르는 무엇인가 늘 고민한다. < 이태원 클라쓰 >란 드라마를 재밌게 봤는데 거기서 김필이 부른 '그때 그 아인' 같은 노래는 우리 세대 음악가들이 불러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겠더라. 2007년 발표한 내 노래 '감춰진 고독'은 요즘 들어 중장년층들에게서 서서히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계속해서 더 많은 세대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곡을 쓰고 싶다."
 
 코로나19 확산 속 헌신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노래 '천사'를 녹음한 백영규는 '고마움과 존중을 담고 싶었다'며 곡의 배경을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속 헌신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노래 '천사'를 녹음한 백영규는 '고마움과 존중을 담고 싶었다'며 곡의 배경을 설명했다. ⓒ IZM

 
경인방송에서의 오랜 경력에서 알 수 있듯 백영규는 인천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다. 고향은 경기도 양평이나 초등학교 5학년때 부평으로 이사를 온 후 평생을 부평에서 자랐다. '인천의 성냥공장 아가씨', '송도로 가자' 등 인천과 부평에 관련된 노래를 자주 만들며 '제 2의 고향'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2016년 인천시에서도 그의 존재를 인정했다.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의 일환으로 인천의 노래 선정 작업을 백영규에게 맡긴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추억의 신포동'은 과거 인천 부평사람이라면 대부분 기억하는 추억의 공간이었던 신포동을 회고하는 내용으로 세상에 나왔다. 그는 부평과 인천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로 묘사했다. 

"처음 음악을 하게 된 동기가 부평의 친구들 때문이었다. 그때 우리 시대가 '통기타를 못 치면 간첩이다' 이런 분위기가 있었지 않나. 친구가 통기타를 치면 그 멜로디에 내가 보컬을 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 그렇게 음악에 접어들게 됐다. 사람도 많이 만났다. 앞서 말한 유시형, 유의형은 방앗간 집 셋 째, 넷 째 아들이었는데 그들을 통해서 내 음악 길이 시작될 수 있었다."

13년 간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 제목과 같은 노래 '가고 싶은 마을'을 소개하며 2011년 곡 '그리움 안고 헤어지자'에는 트로트에 랩을 가미했다며 여전히 왕성한 창작욕을 보여준 백영규는 끝으로 음악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음악을 만드는 방법을 10가지로 하면 10개를 다 통과해야 한다. 그게 정말 힘들다. 라디오 하면서 이와 관련된 걸 많이 배웠다. 문자가 들어오면 늘 진실한 답변을 하려고 습관을 들였다. 그러니까 청취자들이 굉장히 좋아해 줬고 그런 과정들이 가사를 쓸 때 가장 큰 주안점으로 작용했다. 가사를 쓴다기보다 사람을 쓰자 다짐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음악을 통해 삶을 알아간다. 음악은 내게 삶이다."
덧붙이는 글 기획: 부평구문화재단 신현태.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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