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가수 이하이의 새 싱글앨범 <홀로> 재킷 이미지

가수 이하이의 새 싱글앨범 <홀로> 재킷 이미지 ⓒ AOMG


가수 이하이가 YG엔터테인먼트에서 AOMG로 소속사를 옮긴 후 신보를 발표했다. 싱글앨범 '홀로'로 1년 2개월 만에 돌아온 것. 지난 23일 발매한 이하이의 신곡 '홀로'는 발매와 동시에 몇몇 음원 차트에선 1위를 차지했고 대부분 차트에서 상위권에 안착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홀로'는 이하이가 AOMG에 합류한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곡이라는 점에서 더 이목을 끈다. 박재범이 수장으로 있는 AOMG에서 그가 펼칠 음악 색깔이 달라졌을지, 달라졌다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한 것. 

한 곡만 듣고 섣불리 판단할 순 없지만, '홀로'에서 이하이는 기교는 덜 쓰고 내면적인 무드는 더 짙게 드러낸 듯하다. 홀로 남아 외로움의 시간을 견뎌낸 이하이 자신과 폐쇄된 사회적 환경에 갇힌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이 곡은 조용히 말하듯 읊조리는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홀로 있는 게 가만히 있는 게/ 어려운 일인가요/ 홀로 있어도 같이 있어도/ 외로운 건 같아요/ One day it will stop/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되는 것 아닌가요/ 햇빛을 쬐고 숨 쉬어 봐도/ 쉽지는 않네요/ One day it will stop"


가사가 단순한데, 뼈를 때린다. 홀로 있는 게 가만히 있는 게 어려운 일인가요? 라고 묻기에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걸 말하려나보다 했는데 웬걸, 뒤에 따라오는 말이 앞의 말을 뒤엎는다. 홀로 있어도 같이 있어도 외로운 건 같기 때문에 홀로 있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되는 것 아닌가요? 라고 묻기에 그렇게 된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또 뒤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햇빛을 쬐고 숨 쉬어 봐도 그 모든 게 쉽지가 않다고. 

사실 글쓴이의 의도는 어떨지 모르겠다. 홀로 있는 게 어렵지 않다, 말하는 대로 된다, 이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면 그 반대였을까? 이 곡은 어차피 늘 외롭고 쉽지 않다는 절망의 노래인 걸까, 그 반대인 걸까? 가사를 좀 더 살펴봐야 알 것 같다.

"And I'm gonna stop cryin'/ stop feelin' stop thinkin'/ 'bout you my babe/ 이제 그만 울 거야 나올 거야/ 나를 더 아껴줄 거야/ And I'm gonna stop"

(자유롭게 해석해본다면) 도입부는 깊은 절망이었다가, 이 구절부터 빛을 향해 몸을 돌려서는 모양새다. 멜로디도 점진적으로 소용돌이치면서 벅차오르는 마음을 그린다. 휘몰아치는 감정에 걸맞은 이하이의 보컬은 이하이 특유의 개성을 여실히 드러내며 묘한 감성을 뽐낸다.

이 곡은 '손잡아 줘요'를 통해 이하이와 좋은 합을 보여준 바버렛츠의 안신애가 작사, 작곡했다. 어떻게 보면 가사에 깃든 희망의 메시지가 너무 직접적이어서 노래가 교훈적으로 들릴 법도 한데, 이하이의 뻔하지 않은 목소리와 창법 때문에 가사가 평면적이게 들리지는 않는다. 

"쟤보다 내가 나보다 쟤가/ 나은 게 중요한가요/ 수많은 날을 괴로워하다/ 이제 좀 알겠어요/ 가만히 앉아 걱정하기엔/ 난 너무 소중해요/ 들여다봐요 맘속의 민낯/ 그대로 괜찮아요/ It's gotta stop"

남과 비교하지 않고 소중한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끌어안고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마음을 어루만진다. 노래가 이대로 끝났다면 좀 섭섭할 뻔했다. 여전히 너무 직설적인 희망이어서. 그런데 다음에 이어지는 마지막 구절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여운이 남는다. 새로운 가사가 아닌, 맨 첫 구절이 마지막에 반복되는데 이 구절이 이젠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홀로 있는 게 가만히 있는 게/ 어려운 일인가요/ 홀로 있어도 같이 있어도/ 외로운 건 같아요/ One day it will stop"

홀로 있어도 같이 있어도 외로운 건 같다는 구절이 도입부 때는 '절망'으로 들렸으나, 노래 종결부에선 '희망'으로 들리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어차피 인간은 외로운 존재니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 말자, 이리 생각하니까 이보다 더 희망적일 수가 없는 것이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희망의 말로만 희망을 말하는 것보다, 절망과 희망의 말들을 씨줄날줄로 조직해서 이뤄진 희망의 말이 더욱 깊은 위로를 준다는 걸, 그것이 진짜 힘 있는 희망이라는 걸 이 노래를 듣고 나는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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