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의 한 장면

JTBC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의 한 장면 ⓒ JTBC

 
"당신은 (돈을) 안 줘도 아버지는 주겠지. 자기 딸이 다 벗은 사진을 뿌린다는데. 경찰에 신고하려면 해. 차례대로 뿌려줄 테니까."

JTBC 금토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에 등장한 대사다. 불법촬영물을 빌미로 한 협박에 높은 사회적 평판을 누리고 있었던 여자 주인공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한다. 드라마는 이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19세 이상 관람가인 <우아한 친구들>은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4.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그런데 드라마의 내용이 과도하게 선정적이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우아한 친구들>은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으로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이 생긴 20년 지기 친구들과 그 부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드라마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사건은 친구 만식(김원해 분)의 죽음이 아닌, 성폭력이다. 
 
 JTBC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의 한 장면

JTBC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의 한 장면 ⓒ JTBC

 
극 중 정신과 의사인 남정해(송윤아 분)는 바에서 우연히 만난 골프클럽 강사 주강산(이태환 분)이 준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는다. 일어나 보니 주강산 집의 침대 위였고, 옷도 모두 벗겨진 상태였다. 이후 주강산은 이때 촬영한 사진을 빌미로 계속해서 남정해를 협박한다. 약물을 이용한 성폭행 및 불법촬영 범죄를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장면은 행복했던 남정해, 안궁철(유준상 분) 부부 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다.

더욱 부적절한 부분은 가해자 주강산이 남정해에게 구애하는 듯한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준다는 점이다. 병원까지 찾아온 주강산은 남정해가 준 돈 봉투를 돌려주며 "내 목적은 돈이 아니라 당신"이라고 말한다. 이어 "나는 창피하면 그만이지만 너는 철창에 간다"며 협박을 무시하는 남정해에, 다른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나랑 사귀자, 나 당신 사랑한다"고 외치기도 한다. 또 호텔로 남정해를 불러내 목을 조르며 강제로 입을 맞추기까지 했다. 성인 관람가라고 해도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남편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도 문제적인 장면은 계속됐다. "경찰에 신고하자"는 남편 안궁철에게 남정해는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며 "세상에 알려지는 게 더 두렵다"고 말한다. 가해자 주강산이 "사진을 아들 학교에도 뿌리겠다, 아버지에게도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어 안궁철은 아무 일 없었다는 남정해에게 "막말로 (주강산이) 무슨 짓을 했는지 어떻게 아냐"고 다그치는 등 아내를 위한답시고 2차 가해에 가까운 말을 쏟아낸다.
 
 JTBC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의 한 장면

JTBC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의 한 장면 ⓒ JTBC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송현욱 감독은 "힘겹지만 희망차게 살아가는 중년 부부들의 희로애락을 코믹하게 다뤘다"며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부분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19금'이 됐다"고 설명했다. 약물 성폭력, 불법촬영 및 성희롱을 포함한 부적절한 장면들을 현실적이고 일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실제로 현실 어딘가에서 이러한 사건들이 벌어진다고 해도, 드라마가 이를 어떻게 보여주느냐는 분명 다른 문제다.

황진미 대중문화 평론가는 <우아한 친구들>이 우리 사회가 성범죄를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전시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극 중에서 남정해가 처한 상황은 분명히 성범죄다. 그런데 드라마는 동창생들이 옛사랑을 만나고 적당히 중년들의 푸념을 하는, 가벼운 일상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톤이다. 이건 굉장히 문제적"이라고 지적하며, 고위 공직자들의 연이은 성추문을 예로 들었다.

"이건 범죄 드라마다. 그런데 서울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을 때 혹은 안희정 성폭력 사건 당시 사적관계의 추문으로 규정짓고자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었지 않나. 공적 관계에서 벌어진 범죄인데도. 마치 그것처럼 드라마를 묘하게 연출하고 있다. 장르를 오인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또한 남정해가 범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실제로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워낙 많아 피해자가 수세적인 점은 당연히 이해가 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이 장면이 딱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피해자가 마치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처럼 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사실 여자 주인공을 둘러싼 성폭력 사건 외에도 <우아한 친구들>은 여러 장면에서 제작진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낸다. 강경자(김혜은 분)는 남편 조형우(김성오 분)의 내조를 위해 술자리에서 "몸매가 좋다, 나랑 중년의 화끈한 멜로를 찍자"는 성희롱도 꾹 참는다. 하지만 남편을 모욕하는 말에는 참지 못하고 술을 끼얹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이후에는 "기분 나빠하지 마라. 몇 배로 갚아줄 날이 올 것"이라며 남편을 위로하기까지 한다. 드라마는 이 장면에서 강경자를 초라한 남편의 기를 세워주는 멋있는 아내처럼 묘사한다.
  
 JTBC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의 한 장면

JTBC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의 한 장면 ⓒ JTBC

 
이 장면에 대해 황진미 평론가는 "자신을 성희롱하는 건 아무렇지 않게 느끼고, 남편을 무시하는 것은 참을 수 없어 하는 여성이라니. 어이없는 대목이다. 여성의 인격권이 자신에게 귀속되는 게 아니라 남편에게 귀속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건가. 여성의 인격이 붕괴되는 상황에서도 남자의 자존심이 더 중요하다는 설정은 퇴행에 가깝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이 드라마는 중년 부부들의 일상(이라고 보기 힘든) 장면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황진미 평론가는 <우아한 친구들>이 결국 우리 시대 중년 남성들의 그릇된 성 인식을 그대로 담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체적으로 이 드라마를 지배하는 감성은 그렇다. 드라마 내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를 사적 추문인 것처럼 다루고, 누군가의 첫사랑(백해숙)은 성적 존재로 회고되어서 극 중 남자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들게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자(남정해)조차도 자신에게 일어난 성범죄 앞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고 괴롭히기 좋은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다. 어떤 여자든 성적인 문제로 추락시킬 수 있고, 학창시절 여신으로 추앙받던 여자는 팔자가 나쁘게 꼬이고. 숭배하거나, 모욕하거나. 이 두 가지 방식으로만 여성을 그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 중년 남성들의 낡은 정서를 너무나 잘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