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영화 포스터

▲ <에베레스트> 영화 포스터 ⓒ 조이앤시네마


1960년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을 눈앞에 두었던 중국국가등반대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추락의 위기에 놓인다. 송림(장역 분)은 자신 대신 정상 주변을 찍을 카메라를 지켜주길 원했지만, 방오주(오경 분)는 동료의 손을 선택한다. 이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에 올랐으나 카메라로 증거를 남기지 못해 국제 산악계로부터 등정을 인정받지 못 한다.

1973년 중국 정부는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위해 중국국가등반대를 다시 조직한다. 동료와 명예를 모두 잃었다는 상실감에 오랜 기간 방황하던 방오주는 연인이자 기상학자인 서영(장쯔이 분)의 도움을 받아 송림, 이국량(정백연 분), 흑목단(곡니차인 분) 등 동료 대원들과 함께 정상 도전에 나선다.

영화 <에베레스트>는 1960년 중국이 세계 최초로 성공한 에베레스트 북면 초등과 1975년 두 번째 에베레스트 등정을 소재로 삼고 있다. 영화는 세계적인 히트작 <와호장룡>(2000)의 장쯔이,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특수부대 전랑 2>(2017)의 오경, 넷플릭스 드라마 <먼 훗날 우리>(2013)로 친숙한 정백연, 중국을 대표하는 배우 성룡 등 초호화캐스팅을 자랑한다.

메가폰은 <흑협>(1996), <성월동화>(1999), <삼국지-용의 부활>(2008), <금의위: 14검의 비밀>(2010), <드래곤 블레이드: 천장웅사>(2015) 등 연출한 바 있는 이인항 감독이 잡았다. 그는 <에베레스트>를 "스펙터클하고도 낭만을 품은 따뜻한 작품"이라 소개한다.
 
<에베레스트> 영화의 한 장면

▲ <에베레스트> 영화의 한 장면 ⓒ 조이앤시네마


<에베레스트>는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노스페이스>(2008)와 <에베레스트>(2015), 액션에 방점에 찍은 <클리프행어>(1993)과 <버티컬 리미트>(2001) 같은 기존의 산악영화들과 다른 두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첫째, 장르의 무협화다. <에베레스트>에서 중국국가등반대 훈련캠프의 장면은 소림사의 무술 수행처럼 나온다. 에베레스트 등반 장면에선 중국 무협물 특유의 와이어액션을 활용한다. 동료를 구하는 장면에선 중력 따윈 가볍게 무시하며 몸을 날리고 눈사태를 맞이하는 대목에선 곡예를 연상케 하는 사다리 액션을 선보인다.

<에베레스트>는 연출이 지나치게 과장되다 보니 실화를 바탕으로 함에도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당연히 실화를 소재로 한 산악영화가 보여주는 고난과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의 가치는 퇴색한다.
 
<에베레스트> 영화의 한 장면

▲ <에베레스트> 영화의 한 장면 ⓒ 조이앤시네마


둘째, 장르의 정치 도구화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애국주의로 무장한 대형 영화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휩쓸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중국 교민을 구출하는 특수부대원의 활약상을 그린 <특수부대 전랑 2>로 중국영화사상 최고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목성과 충돌 위기를 맞은 지구를 중국인이 구한다는 <유랑지구>(2019)와 중국 특수부대원들이 해외 교민을 구출한다는 내용의 <오퍼레이션 레드 씨>(2017)도 엄청난 흥행 수익을 얻었다. 할리우드 스타일의 장르물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몽의 실현'이란 국가 이데올로기를 입힌 중국식 하이콘셉트(흥행을 목적으로 쉽고 간결하게 전달될 수 있는 내용의 영화를 기획하는 것-기자 말) 영화가 성공을 거둔 것이다.

<에베레스트>는 작년 10월 중국 국경절 연휴를 맞이하여 여객기 조종사가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킨 실화를 영화화한 <캡틴 파일럿>(2019), 신중국 건국 이후 7가지 주요 사건을 다룬 옴니버스 영화 <나와 나의 조국>(2019)과 함께 개봉했다. 세 작품은 중국 건국 7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한 애국주의 대작 영화였다. 이중에서도 <에베레스트>는 중국식 하이콘셉트 영화에 가장 충실하다.
 
<에베레스트> 영화의 한 장면

▲ <에베레스트> 영화의 한 장면 ⓒ 조이앤시네마


<에베레스트>는 중국인의 자존심과 우월성을 부추기고 다른 나라의 비판과 가치관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대장은 대원들을 향해 "우리 산이야. 우리가 올라야 해. 정상으로 가. 전 세계가 우리를 볼 수 있도록"이라고 부탁한다.

중국국가등반대가 돌아오자 언론은 '중국 인민이 정복하지 못할 위험은 없다'고 대서특필한다. 세계 산악계의 인정을 못 받자 중국 지도층은 "우린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 다시 등정에 성공하는 순간엔 "우리 국기를 꽂아"라고 외친다.

영화는 에베레스트를 둘러싼 높이 문제도 언급한다. 현재 에베레스트의 공식 높이는 1952~1955년 네팔의 요청으로 인도의 측량사들이 측정했던 8848m다. 그러나 티베트 지역 히말라야를 공유하는 중국은 2005년 재측량한 결과 8844m라 주장하는 상황이다.

근래엔 미국의 GPS가 아닌, 중국에서 개발한 GPS를 활용하여 다시 재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힘과 기술력을 과시하겠다는 의지다. 영화 속 "이번에는 정확한 고도를 잴 거야. 중국의 고도, 중국이 잰 고도"란 대사는 중국 정부의 목소리와 다름이 없다.
 
<에베레스트> 영화의 한 장면

▲ <에베레스트> 영화의 한 장면 ⓒ 조이앤시네마


<에베레스트>는 소수민족들의 독립 요구에 반대하는 정부의 입김도 집어넣었다. 방오주는 대원들을 향해 "사는 곳도 민족도 다르지만, 산을 오르는 목표는 같다"고 연설한다. 또한, '형제'란 단어는 수시로 등장한다. 티베트 여인 흑목단은 이국량과 사랑에 빠지는 멜로 전개도 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의 중국'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홍콩 출신이지만,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데 앞장서는 성룡을 등장시켜 체제 선전 수단으로서 화룡점정을 찍는다. <에베레스트>는 "스펙터클하고도 낭만을 품은 따뜻한 작품"이 아니다. 정치적 메시지와 이데올로기를 품은 무서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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