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ive <식벤져스> 김관태 PD 인터뷰 사진

Olive <식벤져스> 김관태 PD ⓒ CJ ENM

 
음식물 쓰레기는 최근 환경오염의 가장 큰 주범으로 꼽힌다. 생활 폐기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뿐더러,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메탄, 온실가스 등 여러 유해 물질이 대기로 배출되기 때문. 

지난해 환경부가 발표한 '환경통계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의 총량은 약 1만5천여 톤이다(2018년 기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만 해도 연간 8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숫자만으로는 심각성을 실감하기 쉽지 않다.

6월 24일 첫 방송된 올리브TV 예능 <식벤져스>는 광장시장, 꼬꼬마양배추 농가 등 우리 생활 속 장소들을 찾아 버려지는 식재료들을 직접 카메라에 담으며 그 충격적인 실상을 공개했다. 그리고 아스파라거스 밑동, 꼬꼬마양배추 겉잎, 브로콜리 이파리, 감자 껍질, 죽순 뿌리 등 우리가 당연하게 버려왔던 이 재료들로도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제로 웨이스트' 리얼리티 예능 <식벤져스>의 연출을 맡은 김관태 PD를 만나 기획 과정과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들어봤다.

"코로나19 관한 기사 보고 '제로 웨이스트' 떠올려"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동안 무심히 버려왔던 것들을 한 번 더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변화라고 생각한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쓰레기를 하나도 남기지 않는 환경 캠페인이다. 해외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매장이나 식당이 많이 도입되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선 낯선 개념이다. <식벤져스>는 비록 방송이지만, 한국 최초로 제로 웨이스트 식당에 도전했다. 김관태 PD는 "우연히 '코로나 19'에 관한 기사를 보고 '제로 웨이스트'를 떠올리게 됐다"고 털어놨다. 

"'코로나의 역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우리의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는데, 환경은 오히려 좋아졌다는 내용이었다. 저도 생각해보니까 그럴 것 같았다. 환경이란 주제에 관심이 생겼고, 검색하다 보니 해외 사이트에서 뜻하지 않게 '제로 웨이스트' 식당을 개업한다는 소식을 봤다. 이거 너무 괜찮다 싶더라. 그걸 차용해서 방송으로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았다."
 
 8일 방송된 tvN 예능 <식벤져스>의 한 장면

8일 방송된 tvN 예능 <식벤져스>의 한 장면 ⓒ tvN

 
첫 회에 등장한 곳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광장시장이었다. 육회, 빈대떡 등 다양한 먹거리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매일 엄청난 양의 멀쩡한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었다. 특히 육회거리에서는 한 달 평균 11만 마리의 낙지 대가리와 연 평균 100만 개의 달걀 흰자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육회 위에는 달걀 노른자만 올리고 낙지탕탕이에는 낙지 다리만 사용되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주변에 나눠주기도 하고, 직원 식사용으로 소비도 하지만 워낙 양이 많아 버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김관태 PD는 "작가, 연출진들이 여러 시장에 찾아가고 농가에도 가보고 상인들을 만나뵙고 취지를 설명하면서 자료를 수집했다"고 취재 과정을 털어놨다. 이어 "처음에는 (상인들이) 저희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셨다. 인식 자체가 '당연히 버리는 것'이라 생각한 거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조금씩 낙지 대가리, 간, 천엽 등 자투리 식재료들이 나오더라. 현장에서 (버려지는 식재료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리얼리티 예능과는 조금 다르게 연출"

이후 방송분에서는 우리의 생활 방식이 바뀌면서 혹은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인해 버려지는 음식물들도 등장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개량된 꼬꼬마 양배추는 판매하는 알맹이보다 훨씬 많은 겉잎들이 버려진다. 또 코로나 여파로 닭 소비가 줄어들었고, 도살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규격보다 커져버려 판매할 수 없게 된 '닭 19호'도 있었다. 모두 소비자로서는 알 수 없는,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김 PD는 "이건 심각한 문제이지 않나. 너무 예능처럼 가볍게 터치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출연자들 역시 한마음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 애썼다고 전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환경 캠페인같은 예능이라고 생각했다. 완전히 예능으로만 제작하면 너무 가볍게 보일 수 있으니 교양도 접목시키려고 했다. 출연진들에게도 경각심을 심어주어야 적극적으로 몰입할 수 있겠구나 생각해서, 다른 리얼리티 예능과는 조금 다르게 연출한 부분이 있었다.

출연한 셰프님들 스스로도 잘 알고 계시더라. 봉태규씨도 그랬고. 우리가 꾸며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한 척) 하면 안 된다. '꾸미면 망한다'는 생각을 모두가 하고 있었다. 방송에 다 담기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지키자고 다들 마음 먹었다."

 
 예능 <식벤져스>의 한 장면

예능 <식벤져스>의 한 장면 ⓒ 올리브TV

 
방송에서 유방원, 송훈, 김봉수 3명의 셰프들은 자투리 식재료를 활용해 메뉴에 없는 메뉴를 개발해야 했다. 화려한 경력의 셰프들이지만 낯선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때문에 셰프들끼리의 의견 대립도 있었고 제 시간에 음식을 완성하지 못해 쩔쩔 매는 셰프들의 모습도 그대로 방송됐다. 김관태 PD는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건 예상했다"면서도 "처음부터 출연자들에게 '연출을 최소화하겠다, 여러분들이 공간을 채워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지켜보자는 마음이었다. 마음대로 하실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근사한 요리들이 식탁에 올랐다. 계란 흰자로 만든 머랭만두, 감자껍질을 활용한 아이스크림 등 독특한 아이디어의 음식들이 입맛을 자극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밤낮없이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김 PD는 식당에서 준비시간부터 마지막 손님까지 모두 출연진들의 몫이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보통의 예능 프로그램은 촬영 시간을 제작진이 정해서 드리지 않나. 이번엔 출연진들이 정한 출근 시간에 맞춰서 저희도 준비했다. 출근시간부터 마지막 손님까지 본인들이 직접 다 하셨다. 우린 그분들의 스케줄에 따라 대처했다. 그만큼 여기에 푹 빠져서 '제로 웨이스트' 식당을 운영하셨다."
 
이어 김관태 PD는 촬영 도중 셰프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짓궂게 폭로(?)하기도 했다. 매 회 촬영마다 새로운 식재료들이 식당 앞에 도착하는데, 이를 미리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유방원 셰프는 매 촬영 때마다 웃으며 '못하겠다, 못하겠다'고 하더라. 다른 셰프들도 그랬다. 특히 셰프님들은 미리 재료를 알아내려고 했다. '연습이라도 해야 한다,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왜 안 알려주냐'고 (토로했다). 처음엔 작가님들에게, 안 되면 저에게 전화가 왔다. 방송을 위해서 알려주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다리셔야 한다, 마음을 비우시고 기다리시라'고만 했다."

방송 후 식재료 제공 지자체에서 연락 오기도

힘들기는 홀을 담당한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김 PD는 "봉태규씨는 사실 몸이 약하다. 처음에는 꼿꼿이 서 있다가 (식당 영업이) 끝날 때쯤엔 등이 굽어 있다. (배우) 문가영씨도 (그룹 아스트로 멤버) 문빈씨도 점점 너무 힘들어서 지쳐가는 게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출연진들이 "너무 힘든데 너무 재밌다"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봉태규씨에게 두 번째 촬영했을 즈음에 '어떤 것 같냐, 내가 보기엔 결속력이 좋은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떻냐'고 물었다. 그런데 태규씨가 '어떻게 안 좋을 수 있겠냐'고 묻더라. '이렇게 부대끼면서 일하는데 어떻게 호흡이 좋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이 있었다. 태규씨는 직접 바로 앞에서 손님들의 반응을 봤지 않나. 손님들이 '제로 웨이스트' 콘셉트의 레스토랑에 오셔서, 음식도 남기지 않으시고 개인 식기나 텀블러도 가져오시는 걸 보면서 (출연진들이) 뿌듯함을 느끼더라."
 
 Olive <식벤져스> 김관태 PD 인터뷰 사진

Olive <식벤져스> 김관태 PD ⓒ CJ ENM


한편 시청자들이 <식벤져스>를 보고 '제로 웨이스트'를 따라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요리법이 너무 전문적이고 복잡했기 때문. 김 PD 역시 "몇몇 음식은 시청자분들이 사실 따라하기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다"면서도 "(음식을) 쉽게 만들려면 그럴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차적으로 이 식재료가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셰프님들도 그에 대한 욕심이 있으셨다. '따라하긴 힘들어도 자투리 식재료로 이렇게 근사한 음식을 만들 수도 있구나'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PD는 꼬꼬마 양배추 겉잎, 브로콜리 이파리 등을 매년 버려야 하는 농민, 관련 지자체에서 레시피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세 명의 셰프들 역시 실생활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이어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꼬꼬마 양배추 겉잎, 브로콜리 이파리를 군산에서 받아왔다. 군산 관계자분이 레시피를 보내달라고도 하시더라. 본인들이 개발해보겠다고 적극적으로 어필도 해주셔서, 레시피를 전달해드릴까 한다. 방송이 끝나도 지속적으로 '제로 웨이스트'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셰프님들도 낙지 머리, 흰자 등을 실제 (레스토랑의) 메뉴로 활용해보고 싶다고 했다. 재료를 공급 받아서 해보겠다고 하셨다."
 
총 6부작인 <식벤져스>는 앞으로 두 회 방송분만 남아있는 상태다. 아직 시즌2 제작은 미정인 상태지만, 김관태 PD는 "좋은 콘텐츠이니까 (시즌2)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다"며 밝게 웃었다. 이어 "지금이 워낙 힘든 시기라서, 우리 예능을 보고 사람들이 더욱 힘들어하시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천만다행"이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 PD는 출연진들과 시청자의 성원에 힘 입어 유튜브 콘텐츠로도 제작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녹화를 끝내고 셰프님들, 출연진들과 식사를 했다. 이 분들이 너무 아쉬워하더라. '출연료도 안 받을 테니 유튜브라도 하면 안 되냐'고 할 정도였다. 셰프님들도 지속적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다. 사실 (제작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대중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안한 콘텐츠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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