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드 가드> 포스터

영화 <올드 가드> 포스터 ⓒ 넷플릭스

 
모든 삶은 곧 죽음으로 걸어간다. 인간 역시 아무것도 모른 채 태어나 그저 먹는 것에만 집중하던 유아기를 거쳐 청년기에 접어들면서 나는 누구인지를 생각해보고, 주변의 죽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삶을 살아간다는 건 결국 죽음으로 가는 길에서 수많은 살아있는 사람과 교류하는 일종의 시간이 정해진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에 사람들은 그 삶에서 무언가를 이루어 내거나 경험하기를 원한다. 그런 유한의 삶 안에서 각자의 지향점은 개개인에 따라 모두 다를 것이다. 

만약 죽지 않고 오랜 기간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행복할까. 죽음이라는 것은 대체적으로 슬프고 절망적이기에 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죽음을 최대한 멀리하려 애쓴다. 죽지 않기 위해 다치면 치료를 하고, 온갖 백신을 맞고, 조금 아프면 병원을 찾는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꽤 많이 늘어났다. 과거 중국의 진시황처럼 불멸을 꿈꾸는 사람은 없지만 어느 정도는 길게 살고 싶어 한다. 

천천히 죽음으로 향하던 인간들은 정말 늙고 힘들고 병든 이후에야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어쩌면 그렇게 긴 삶의 여정 끝에서 죽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그렇게까지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언젠가는 그 죽음을 만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삶을 별 동요 없이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불멸의 존재들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

영화 <올드 가드>는 불멸의 전사들에 대한 영화다. 죽지 않는 존재인 앤디(샤를리스 테론)를 중심으로 한 그의 팀은 모두 특정 시점에 죽지 않게 된 사람들이다. 조(메르완 켄자리), 니키(루카 말리넬리), 메릭(해리 멜링)과 앤디는 오랜 세월 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나쁜 세력과 대항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전투에 참여했다. 그들이 불멸의 존재라는 것을 안 이후 그들은 가족들과 멀어지고, 외로운 삶을 그들끼리의 끈을 만들어 버텨왔다. 영화 초반 그들의 모습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외로움의 표정이 스며들어 있다. 

 
 영화 <올드 가드> 장면

영화 <올드 가드> 장면 ⓒ 넷플릭스

 

죽지 못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주변의 가족들이 자신보다 먼저 늙어 죽어가는 과정을 보고 괴로움을 느끼고, 마녀 사냥을 당해 수없이 죽고 깨어남을 반복하기도 한다. 삶의 끈을 놓아버리려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그들은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와 눈을 뜬다. 그들이 왜 이렇게 불멸의 존재가 되었는지, 누군가 다른 힘을 주입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이 택한 것은 그저 그런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비슷한 사람과 같이 행동하며 아주 긴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삶의 목표를 정하고 행하는 그들은 이미 삶에 달관자들 일지 모른다. 

일반 사람들 앞에 불멸의 존재가 갑자기 나타난다면 대부분은 상대방을 피하고 두려워할 것이다. 영화 속에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여실히 묘사되고 있다. 특히 나일(키키 레인)이 새롭게 불멸의 존재가 된 순간, 그는 죽음에서는 돌아오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온전히 돌아가지는 못한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그를 보는 시선은 혐오와 두려움이 가득하다. 이는 아주 오래전 중세에 앤디가 겪었던 마녀 사냥 때와 다르지 않다. 그 시선은 죽음에서 벗어나 있는 특별한 존재인 그들에 대한 질투와 두려움이 섞여있는 차가운 것이고 결국에는 그들을 가두고 고문하는 방식으로 어둠으로 밀어 넣는다. 

앤디의 팀은 새롭게 불멸이 된 나일을 받아들이고 그들 자신이 임무를 찾아 행하는데, 새롭게 의뢰받은 일이 잘못되면서 함정에 빠진다. 그들이 불멸의 존재라는 것을 눈치챈 한 제약회사에서 그들을 잡아 새로운 약물 연구를 해 성공을 꿈꾼다. 과거 진시황이 꾸던 불멸에 대한 꿈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한 제약회사의 대표에겐 불멸의 존재들의 고통 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는다. 

 
 영화 <올드 가드> 장면

영화 <올드 가드> 장면 ⓒ 넷플릭스

 

주변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존재인 앤디의 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어떤 일에 대한 결과를 바로 알기란 어렵다. 특히나 사명감을 가지고 옳은 일을 해 나아가는 NGO나 사회단체들의 행동은 당장에 그것이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고 그저 행해 나가며 그것이 맞다고 믿는 방법밖에는 없다. 앤디의 팀이 해온 일은 다르게 보면 그런 사회단체들이 행하는 선의와도 같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불멸이라는 힘을 세상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데 썼다. 그들이 한 행동에 대한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몇십 년, 길게는 한 세대 이후에 그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단, 그 결과는 몇 단계를 거쳐 전해져 당사자들 조차 그 연결고리를 알지 못했을 뿐이다. 

영화는 중반 이후 앤디에게 변화가 생기면서 긴장감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제약회사와 불멸의 존재가 대결을 벌이면서 팀이 가진 약점을 영화적으로 잘 활용하여 어느 정도는 영화적 밸런스도 맞추어져 있는 편이다. 과거 <하이랜더> 시리즈와 같이 수세기를 살아온 불멸의 존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리고 주인공이 칼과 같은 오래된 무기를 잘 쓴다는 점에서 비슷한 장르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현대적으로 묘사되면서 좀 더 흥미로운 영화로 재탄생시켰다. 

앤디를 연기한 샤를리스 테론은 얼마 전 개봉한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에서의 연기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큰 키와 다부진 몸에서 나오는 액션 장면은 힘이 넘치고 웬만한 남자 액션배우 못지않게 생동감이 있다. 또한 수 세기를 살아오면서 온갖 풍파를 겪어온 앤디라는 캐릭터의 고뇌를 그만의 얼굴로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지난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 <올드 가드>는 적정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향후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 큰 문제가 없다면 멋진 액션을 보여주는 배우 샤를리스 테론의 <올드 가드> 속편이 다시 관객을 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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