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팬데믹> 포스터

영화 <팬데믹> 포스터 ⓒ (주)영화사 빅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1775년 영국의 식민 통치에 맞섰던 미국의 독립운동가 패트릭 헨리는 버지니아식민협의회에서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당시 미국을 독립전쟁으로 이끈 이 한 마디는 미국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명언이 됐다. 

그러나 25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명언은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수개월째 봉쇄 조치가 지속되자 미국 일부 주에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가 나타났다. 이후 미국은 단계적인 봉쇄 해제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꺾이지 않는 감염 확산세로 인해 재봉쇄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는 1300만 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도 57만여 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장기화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생존만큼이나 자유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는 22일 개봉 예정인 영화 <팬데믹>은 재난 상황에 놓인 우리에게 이에 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영화 <팬데믹> 스틸 컷

영화 <팬데믹> 스틸 컷 ⓒ (주)영화사 빅

 
영화는 비닐로 뒤덮인 집에서 일상을 보내는 두 주인공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에바(프리다 핀토)와 그의 연인 윌(레슬리 오덤 주니어)은 400일째 지속되는 바이러스 비상 사태에 이미 지친 상태다. 에바는 매일 아침 면봉으로 입 안 점막을 문질러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체크하고 창 밖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잿가루가 비처럼 내린다. 

<팬데믹>은 사실 전염병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의 원제도 '팬데믹'(Pandemic)이 아닌 '온리'(Only)다. 영화에 등장하는 바이러스 설정 역시 전염병이라기 보다 재난에 더 가까워보인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잿가루가 내리기 시작했고 잿비에 노출된 여성들 수천만 명이 사망했다. 잿가루에 포함된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 'HNV-21' 때문인데, 남성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은 감염되자마자 출혈을 시작으로 발작과 경련에 이어 며칠 내 사망까지 이르게 된다.

뉴스에선 '살아있는 여성은 자진 신고하고 안전한 배아 프로젝트에 합류하라'는 방송이 수시로 흘러나온다. 그러나 사람들(남자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난자를 강제로 채취 당하고 여러 생체 실험에 동원될 것'이라는 끔찍한 예측을 농담처럼 말하기도 한다. 정부는 여성 1명당 200만 달러(한화 약 24억 원)의 보상금을 걸었고, 도시 곳곳에는 살아있는 여성을 잡기 위한 보상금 사냥꾼들이 도사리고 있다. 윌은 잿가루로부터, 그리고 사냥꾼으로부터 에바를 보호하려 필사적이다. 

갈등은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윌은 집의 모든 공간을 비닐로 막아두고 방 안 곳곳에 자외선 살균기를 설치해둔다. 엄격한 규칙을 정해서 에바를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거나, 창문 가까이에 가지 못하게 하는 등 에바의 모든 행동을 제한한다. 이따금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외출하는 것 역시 윌의 몫이다. 윌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죽지 않기 때문이다. 윌은 연인 에바에게 바이러스를 옮길까봐 스킨십도 더이상 하지 않는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에바를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점점 지쳐간다.
 
 영화 <팬데믹> 스틸 컷

영화 <팬데믹> 스틸 컷 ⓒ (주)영화사 빅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자유롭지 않은 삶은 무의미하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억압 당해도 괜찮은 존재는 없다. 영화 속 살아있는 남자들의 대화는 이를 더욱 강조하는 대목이다. 전 세계 여성이 대부분 죽었거나 혹은 국가에 끌려간 듯한 상황에서, 이들은 남은 여성들을 마치 소유물처럼 여기는 듯하다. 그렇기에 영화 말미에 에바가 보여주는 선택은 더욱 숭고하게 느껴진다. 

영화는 <팬데믹>이란 제목을 보고 관객들이 으레 떠올릴 법한 기대를 모두 배신한다. 하지만 시작부터 결말까지 예측 불가능한 전개는 충분히 기분 좋은 배신이라고 느낄 만하다. 메시지가 무거운 대신 디테일은 다소 아쉽다. 미래를 위한 희생을 주장하는 국가, 보호를 위해 애쓰는 윌, 자유를 말하는 에바 등 상징적인 장치를 내세우다 보니 리얼리티 면에서도 촘촘하지 못하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지금 우리에겐 꼭 필요한 영화가 아닐까.
 
한 줄 평: '코로나 19' 시국에 더없이 어울리는 영화
별점: ★★☆(2.5/5)

 
영화 <팬데믹> 관련 정보

감독: 타카시 도셔
출연: 프리다 핀토, 레슬리 오덤 주니어, 캔들러 릭스, 제이슨 워너 스미스
수입: (주)스톰픽쳐스코리아
배급: (주)영화사 빅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97분
개봉: 2020년 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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