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계시는 아는 분이 졸혼을 했다. 함께 살던 집이 팔렸고 아버지와 엄마가 각각 자신의 집을 얻었다고 한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오래 힘들어하셨고 갱년기에 들어선 엄마에 아버지가 맞춰주는가 싶었는데 결국은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우선 들었던 생각은, '그러면 아이들이 고향에 돌아오면 어디로 가지?' 였다. 정작 아이들은 그게 뭔 문제냐는 반응이지만 그래도 거기에서 생각이 멈추는 건 어쩔 수 없다. 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에서 김상식씨(정진영 분)와 이진숙씨(원미경 분)도 그랬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 tvn

 

말썽꾸러기가 되고 싶지 않은 부부

진숙씨와 함께 음악회를 보러 가기로 한 날, 상식씨는 꽃을 좋아하는 진숙씨를 위해 해바라기 한 송이를 들고 길을 건너다 그만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곳은 병원, 그곳에 누워 옆칸에서 부모 걱정을 하는 다른 자식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버지가 병원에 실려오고, 그런 아버지를 나 몰라라 하는 어머니에 대해 다 큰 자녀들은 늙은 부모들이 '말썽꾸러기'가 되었다며 짜증스럽게 이야기한다.  

말썽꾸러기였던 자식들을 먹여주고 입혀주고 씻겨주고 잔소리도 해가며 키웠던 '기둥' 같았던 부모들이 점차 아이들의 '말썽꾸러기'가 되어간다. 몸이 늙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몸뿐인가 마음도 제멋대로다. 어느 틈에 자식들은 부모들을 골칫덩어리 자식마냥 취급한다. 

졸혼을 선언한 진숙씨에 대한 자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자식들 마음 속에 '우리 엄마 왜 그런대?'라는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어느덧 각자 삶의 문제도 버거워질 나이의 자식들은 이제 와 '부모가 말썽을 부리는 게' 번거롭고 때로는 신경을 끄고 싶기도 한다. 이제 다시 아버지와 엄마가 만나 데이트를 하신다는 막내의 톡에 핸드폰을 뒤집어 놓는 은주(추자현 분), 은희(한예리 분)의 행동이 대변하듯 말이다.

그래서 '말썽꾸러기'라는 말을 들은 상식씨의 마음이 철렁했다. 상식씨는 자신이 아픈 걸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 바깥으로만 돌고 집에 오면 화만 내던 아버지였는데 이제 와서 아프다는 게 면목이 없다. 상식씨는 수술을 뒤로 미루고 싶어 했지만, 아이들에게 아픈 걸 들키고 싶지 않으면 빨리 수술받는 게 낫다며 진숙씨가 서두른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 tvn

 

수술을 받게 된 상식씨의 곁을 지키는 진숙씨, 그리고 몇 번의 데이트, 그때마다 상식씨가 전해준 꽃이 진숙씨의 마음을 풀어준 것일까. 진숙씨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세트 메뉴"라고 말한다. 진숙씨의 졸혼선언에 상식씨가 집을 나갔어도 부모는 운명공동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진숙씨는 아이들에게 말썽꾸러기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상식씨의 마음에 동의한다. 이혼을 알린 첫째 딸 은주에게 "네 이혼에 엄마의 졸혼이 영향을 끼쳤으면 어쩌냐"라며 미안해 하는 진숙씨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아는 건 없어도 가족이다

결국 부부는 상식씨의 수술을 아이들에게 알리지 않는 공모자가 되었다. 아이들은 '아는 것 없는' 가족이 되었다. 그래서 이 가족은 가족이 아니어야 할까. 아니 되려, 상식씨와 진숙씨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부부 같고, 그런 엄마 아버지의 공모를 알고 뒤늦게 달려온 은주와 은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족 같다. 

흔히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해결책'이 되곤 하는 '병'이라는 설정 때문이었을까. 결국은 '아프다'는 것 만큼 '만병통치약'이 없기 때문인 것일까. 물론 그런 면이 없지도 않다. 졸혼으로 갈라선 부부와 아이들을 이어주는 접착제에 '병'만 한 게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 지점에서 이 드라마의 제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없었던 은주와 태형(김태훈 분)은 결국 이혼에 합의한다. 거기에는 결정적으로 부부됨의 기본 요건이어야 할 태형의 정체성이 놓여 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두 사람을 묶어 줄 최소한의 '연민'조차도 놓게 만든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사기'라고 할 수 있는 태형의 거짓말, 그리고 은주가 원했던 가정에 대해 오해했던 태형의 독선, 서로가 몰랐던 서로의 '진심'들, 그 진심들을 품어줄 '여지없음'이 더는 두 사람을 '연민'으로 묶어낼 힘조차 잃은 것이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 tvn

 

반면, 상식씨와 진숙씨는 외면했던 서로에 대한 '연민'을 풀어낸다. 그 시작은 상식 씨다. 오랜 결혼 생활 동안, 결국 가장 미웠던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던 상식씨는 자신에게 과분한 상대라고 생각한 진숙씨에 대해 한없이 옹졸했다. 

그 옹졸함을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표출했던 상식씨가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한다. 그리고 진숙씨에게 사과하고 진숙씨 역시 닫았던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진숙씨는 말한다. 상식씨가 아버지로 열심히 살아왔던 것, 그것 하나만 잘했다고. 아내에게 모질었던 상식씨 대신 아버지로 늙어버린 상식씨를 진숙씨가 품는다. 찬혁(김지석 분)의 가정사를 알게 된 은희가 찬혁을 안아주며 마음을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이제 상식씨와 진숙씨는 아이들에게 말썽꾸러기가 되지 않기로 한다. 아이들에게 수술을 숨기는 마음은 여전히 아버지의 마음이고, 어머니인 진숙씨의 사랑 방식이다. 그래서 '아는 건 없어도', 부모의 자리를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두 사람의 진심 때문에 여전히 이 가족은 '가족'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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