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PM의 <가요광장>은 MBC FC <정오의 희망곡>, SBS FM <파워타임>과 함께 많은 청취자들의 정오 시간대를 책임지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가요광장>은 1987년에 시작해 3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가수와 배우, 코미디언, 아나운서, 모델 등 다양한 직종의 방송인들이 DJ를 맡아 왔다. 심지어 경쟁 프로그램인 <파워타임>을 24년째 진행하고 있는 최화정도 <가요광장>의 2대 DJ 출신이다.

<가요광장> DJ를 관통하는 두 가지 특징은 바로 '30대 이상', 그리고 '여성'이다. 주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대의 청취자들을 겨냥한 <가요광장>은 차분한 목소리와 수려한 진행능력을 가진 30대 이상의 여성 DJ가 진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가요광장>에서 20대의 젊은 나이에 DJ를 맡은 경우는 2001년 엄정화의 뒤를 이어 <가요광장>의 안방마님을 지냈던 배우 강성연이 유일했다.

그런 <가요광장>에서 작년 7월 근 20년 만에 두 번째 20대 여성 DJ, 그것도 현역 걸그룹 멤버를 안방마님으로 캐스팅했다.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는 장수 걸그룹 에이핑크의 메인보컬 정은지가 그 주인공이다. 걸그룹의 메인보컬과 정오시간대의 라디오 DJ, 그리고 배우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정은지는 15일 4번째 미니 앨범 'Simple'을 발표하며 1년 3개월 만에 '솔로가수'로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인지도, 팀 인기로 연결시킨 에이핑크 메인보컬
 
 정은지가 시작을 알린 '성동일의 개딸' 계보는 '응사'의 고아라와 '응팔'의 혜리로 이어졌다.

정은지가 시작을 알린 '성동일의 개딸' 계보는 '응사'의 고아라와 '응팔'의 혜리로 이어졌다. ⓒ tvN 화면 캡처

 
정은지는 어린 시절부터 부산의 크고 작은 동요대회에 출전해 상을 받을 정도로 출중한 노래 실력을 자랑했다. 보컬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음악학원에 다니던 정은지는 우연찮은 기회로 신생기획사 에이큐브 엔터테인먼트(현 플레이M엔터테인먼트)의 데뷔조 연습생으로 발탁됐다. 당시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는 신인 걸그룹 에이핑크의 런칭을 눈 앞에 두고 있었는데 메인보컬을 맡을 마지막 멤버를 찾던 중 정은지가 낙점된 것이다.

정은지는 에이핑크 데뷔 초기부터 뛰어난 노래 실력과 털털한 성격, 남다른 예능감을 겸비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실제로 에이핑크의 초창기 노래인 <몰라요>나 < MYMY >의 무대를 보면 정은지가 미소를 유지하며 고음파트를 척척 소화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리더 박초롱이 합기도, 윤보미가 태권도로 다져진 체력이라면 정은지는 타고난(?) 힘과 담력을 바탕으로 무대는 물론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대중들의 시선을 끌었다.

정은지가 데뷔 초기 에이핑크 내에서 압도적인 팬덤을 거느릴 수 있었던 계기는 역시 드라마 <응답하라1997>이 결정적이었다. 정은지는 tvN을 지금의 드라마 왕국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응답하라> 시리즈의 서막을 알린 <응답하라1997>에서 '원조개딸' 성시원 역을 맡았다. 정은지는 <응답하라 1977>에서 연기경력이 전무한 현역 아이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열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정은지는 <응답하라1997> 이후에도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트로트의 연인>, <발칙하게 고고>, <언터처블>에 차례로 출연하며 배우로도 입지를 굳혔다(물론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이후 출연한 작품들은 시청률에서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에이핑크 역시 정은지가 <응답하라1997>로 인지도를 끌어올린 후 6인조로 팀을 재정비한 2013년부터 < NoNoNo >,< Mr.Chu >,< Luv >,< Remember > 등을 차례로 히트시키며 정상급 걸그룹으로 떠올랐다. 우연찮은 기회로 개인 활동이 활발해진 아이돌 멤버 중에선 혼자만 유명해지고 팀의 존재감은 약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정은지는 개인의 인지도 상승을 팀의 인기로 연결시킨 매우 바람직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실력파 뮤지션 대거 참여한 미니 4집, 정은지도 전곡 작사 참여
 
 정은지의 첫 솔로곡 <하늘바라기>는 선배가수 소향이 리메이크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은지의 첫 솔로곡 <하늘바라기>는 선배가수 소향이 리메이크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정은지의 솔로 활동은 에이핑크 정규 2집 < Remember >와 3집 <내가 설렐 수 있게> 활동 사이의 휴식기였던 2016년 4월에 시작됐다. 정은지가 직접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하고 하림이 하모니카를 연주한 타이틀곡 <하늘바라기>는 잔잔한 어쿠스틱 사운드에 정은지의 담백한 창법이 더해지면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하늘바라기>는 지상파 음악방송인 SBS <인기가요>를 비롯해 음악방송에서 두 차례 1위를 차지했다.

<하늘바라기>를 통해 솔로로서 성공적인 시작을 알린 정은지는 2017년 4월 두 번째 미니 앨범을 발표했다. <하늘바라기>에서 하모니카 연주를 했던 하림이 아코디언 세션에 참여한 타이틀곡 <너란 봄>은 외로운 봄을 맞는 솔로의 마음을 정은지의 살랑거리는 보컬에 담아 또 한 번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은지는 2018년 가을에도 <어떤가요>가 담긴 미니 3집, 작년에는 10cm와의 듀엣곡 <같이 걸어요>가 담긴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며 솔로 활동을 이어갔다. 

작년 7월 <가요광장> DJ가 되면서 솔로 활동이 뜸했던 정은지는 15일 1년 3개월 만에 미니 4집 'Simple'을 발표하며 오랜만에 솔로 아티스트로 돌아왔다. 앨범에 담긴 6개의 트랙 중 4곡을 단독으로 작사했고 나머지 두 곡도 공동작사에 참여했을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정은지의 앨범 참여도가 높은 앨범이다. 또한 이번 앨범에는 선우정아, 10cm, 이현영, 소수빈, 밍지션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정은지가 직접 가사를 쓰고 신예 작곡가 김연서와 밍지션이 작·편곡에 참여한 타이틀곡< AWay >는 앞서 발표했던 솔로 히트곡 <하늘바라기>, <너란 봄>과는 느낌이 많이 다른 곡이다. <하늘바라기>와 <너란 봄>이 잔잔한 어쿠스틱 사운드에 힘을 뺀 정은지의 담백한 보컬이 매력적인 곡이었다면 처음으로 여름에 발표한 < AWay >는 강렬한 록비트에 정은지의 시원시원하고 파워풀한 보이스가 결합됐다.

작년 KBS 연예대상에서 신인 라디오 DJ상을 받았던 정은지는 올해도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에서 라디오 DJ상을 받았다. 정은지는 커리어에 그럴 싸한 한 줄을 채우기 위해 형식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뛰어드는 방송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에이핑크의 메인보컬로도, 연기자로도, 라디오 DJ로도 그 능력을 인정 받은 정은지는 15일 발매된 4번째 솔로 미니앨범을 통해 또 한 번 대중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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