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결혼 6개월 차 신혼부부는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었다. 아내가 데려온 래브라도 레트리버(Labrador Retriever) 녹두(암컷, 4살)는 매우 활발하고 애정을 갈구하는 성격을 지녔다. 사람을 좋아해 낯선 외부인도 경계하지 않았다. 남편은 지인이 파양한 까미(암컷, 5살)를 입양해서 기르고 있었다. 까미는 조용한 편이었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하면서 두 반려견도 가족을 이루게 됐다.  

지난 1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녹두'였다. 온순하고 착하기로 소문난 래브라도 레트리버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게다가 영특하기까지 해서 여러 분야에서 도우미견으로 활약 중인 견종이 아닌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강형욱 훈련사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녹두는 이전의 사나웠던 고민견들과 달리 제작진을 반겨주는 반려견이었다. 

아내 보호자가 털어놓은 충격적 사실
 
 지난 1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이렇게만 보면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요?" (조이)

의문은 아내 보호자의 설명을 듣고나서야 해소됐다. 아내 보호자는 녹두가 다른 개를 죽인 적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 녹두를 부모님 집에 잠깐 맡겼을 때, 앞집에서 온 포메라니안을 발견하고 뛰쳐나가 물고 흔들어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었다. 아내 보호자는 녹두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꼈고, 안락사 여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었다고 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개는 훌륭하다>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녹두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개 모양 인형에 대한 반응 테스트를 실시했다. 인형은 냄새도 움직임도 없었다. 강 훈련사는 일반적인 개들은 냄새를 맡다가 무심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녹두의 반응은 달랐다. 조용히 내매를 맡는 듯하더니 갑자기 달려들었다. 그리고 인형을 물더니 흔들어댔다. 

녹두가 보여준 의외의 모습에 모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 보호자의 말처럼 녹두는 유독 개를 향해서만 공격성을 보였다(다행히 어린 시절에 만났던 까미에겐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강 훈련사는 녹두가 개들의 보디랭귀지나 언어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이는 미취학 아동에 대한 공격성으로 쉽게 연결된다고 염려했다. 녹두를 이대로 두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더구나 아내 보호자는 녹두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개에게 달려드는 녹두 때문에 넘어져서 얼굴을 다친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 이후부턴 절대 혼자 산책을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녹두는 다른 개가 눈에 보이기만 하면 무조건 흥분했다. 보호자가 만류해도 진정되지 않았다. 남편 보호자가 힘으로 겨우 통제했지만, 그건 보호자와 반려견의 정상적인 관계는 아니었다. 

도대체 녹두는 왜 다른 개에게 이토록 공격적인 개로 성장하게 된 걸까. 어째서 개만 보면 흥분을 참지 못하게 된 걸까. 아내 보호자는 그 시점을 한 살 조금 되지 않은 때로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의 반려견과 함께 애견 카페를 방문했는데, 녹두가 너무 흥분해서 친구의 반려견에게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아내 보호자는 그 이후 녹두가 다른 개들에게 달려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 훈련사는 한 살도 채 되지 않은 녹두를 애견 카페에 주구장창 데려간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산책을 나가는 대신 애견 카페를 가면 보호자는 편하겠지만, 그것이 녹두에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호자는 녹두가 다른 반려견들과 함께 노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에 그랬다고 했지만, 실제로 애견 카페와 같은 좁은 공간에서 반려견들이 배우는 건 사회성이 아니라 경쟁심이었다. 

녹두가 통제를 거부하는 이유
 
 지난 1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한편,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아내 보호자의 태도도 문제였다. 그럴 때마다 녹두의 경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보호자의 과한 리액션은 반려견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강 훈련사는 "걱정하면서 놀라는 건 저 친구를 더 불행하게 만들어요. 그런 환경 속에서 이런 개가 탄생"한다고 꼬집었다. 아내 보호자는 좀더 담대하고 안정적일 필요가 있었다. 

"반려견들을 존중해야 하는 건 맞아요. 그런데 많은 보호자들이 뭘 실수하는지 아세요? 반려견들을 존경해요. 존중해야 하는데 존경해요. 그러면 반려견들은 그 보호자가 싫어요. 보호자의 역할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는 게 아니라, 지금 반려견의 이 행동이 옳은지 판단하는 거예요."

또, 녹두를 너무 예뻐한 나머지 제대로 된 규율을 가르치지 않은 것도 녹두가 통제를 거부하는 이유였다. 녹두는 그야말로 자유롭게 살아왔다. 헬퍼독의 도움을 받아 강 훈련사는 차분히 훈련을 이어갔다. 영특한 녹두는 금세 개선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헬퍼독을 의식하고 사납게 짖어댔지만, 이내 보호자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훈련은 하루만에 큰 효과를 거두었다. 

녹두를 예뻐하기만 했던 아내 보호자는 녹두의 변화를 위해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들이 식사할 때 녹두를 떼어놓기, 소파 위에 같이 올라가지 않기 등의 규칙을 가르치도록 조언했다. 강 훈련사는 아내 보호자에게 보호자의 역할을 언급하며, 반려견이 의지할 수 있는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견주, 개의 주인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당신은 '보호자'인가, 아니면 그저 '견주'일 뿐인가. 강 훈련사의 질문이 무겁게 들린다. 그건 사실상 보호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반려인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의 대답은 무엇인가? 
 
 지난 1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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