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년시절의 너> 포스터.

영화 <소년시절의 너> 포스터. ⓒ (주)영화특별시SMC

 
장이머우 감독에 의해 발탁되어 2010년 <산시나무 아래>로 화려하게 데뷔한 저우둥위는 이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 중화권 최고의 여배우로 우뚝 섰다. 한국 영화팬들에겐 지난 2016년 이준기와 함께 출연한 영화 <시칠리아 햇빛 아래>로 눈도장을 찍었지만, 그의 이름이 더 크게 알려진 건 1년 뒤 청궈샹 감독과 함께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가 개봉한 뒤였다. 이후 그는 쉴 새 없이 작품활동을 이어나가며 넷플릭스 <애니멀월드> <먼 훗날 우리>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청궈샹 감독과 함께한 <소년시절의 너>로 본인 필모뿐만 아니라 그의 연기를 보는 관객에게도 '인생 영화'를 선사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 중국 현지에서 개봉하여 흥행(2019년 중국 흥행 TOP 10 안에 듦)과 비평, 파급력과 영향력 등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남겼다. 

영화 내적으로 학교 폭력과 중국의 대학입학시험인 '가오카오'로 대변되는 교육 문제 그리고 이를 좌시하고 부추기는 어른들의 모습을 탄탄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게 그려냈다면, 외적으론 중화권 최고의 여배우로 우뚝 선 저우둥위와 6억 명 이상의 팬을 몰고 다닌다는 현존 중화권 최고의 아이돌 'TFBOYS'의 멤버 이양첸시(웨이보 8500만 명으로 중화권 10위권 안)가 함께해 더할 나위 없는 시너지를 냈다. 

인생이 고달픈 소년 소녀

가오카오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 학교에서 여고생이 투신자살한다. 방금 전까지 함께 있던 첸니엔(저우둥위 분)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다가가 옷을 벗어 덮어주지만 전교생의 이목을 얻는다. 이후 자살한 친구에게 향했던 일진의 화살이 그녀에게로 향한다. 그녀는 매일 괴롭힘을 당하고 그 수위는 점점 높아진다. 그녀는 성적 우등생이지만, 홀로 불법적인 일로 집안을 지탱하며 빛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인 엄마 때문에 제대로 생활을 할 수가 없다. 결국 이 사실은 학교에까지 퍼져 그녀를 더욱 괴롭게 한다. 

어느 날 밤 늦게 집으로 향하던 첸니엔은 길 한가운데에서 누군가 집단 구타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곤 경찰에 신고하려다가 때리던 이들에게 붙잡혀 위험에 처한다. 다행히도 맞고 있던 청년이 기지를 발휘해 함께 도망친다. 샤오베이(이양첸시 분)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년은, 외곽 허름한 집에서 홀로 살며 삶을 영위하는 양아치였다. 그는 그녀에게 보호를 제안하지만 그녀는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일단 그들은 그렇게 헤어진다.

이후 첸니엔의 학교 생활은 더욱 고달퍼진다. 괴롭힘의 수위가 높아지던 어느 날, 목숨까지 위협받던 그녀는 베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후 베이는 근거리에서 첸니엔을 따라다니며 보호해 준다. 첸니엔을 괴롭히는 일당에게 직접적으로 물리적 협박을 행사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베이가 성범죄자로 의심받아 구치소 신세를 면치 못한 날 일이 생긴다. 천니엔을 괴롭히던 이들은 그의 머리를 깎고 옷도 찢은 뒤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는데... 소년 소녀의 앞날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다방면으로 선보인 괜찮은 퍼포먼스

영화 <소년시절의 너>는 다방면으로 괜찮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학교 폭력의 참혹한 민낯을 강렬하게 선보이는 동시에 가오카오로 대변되는 극심한 대입 경쟁의 민낯 또한 생생하게 선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학창시절'과 '학교'라는 시공간의 가학적인 이면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영화는 첸니엔은 동급생들의 괴롭힘을 당하지만, 그녀를 괴롭히는 이들 또한 큰 틀에서 '피해자'이기에 시스템과 시스템을 만든 어른들이야말로 진정한 가해자라는 걸 가감없이 드러낸다. 

시스템과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갖지 못한 청년 베이가 첸니엔을 보호해주는 아이러니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의 원천이다. 물론 거기엔 식상하기까지 한 로맨스 구도와 무엇으로도 떼어놓을 수 없는 그들만의 사랑 방정식이 있지만 말이다. 이 모든 걸 부자연스럽지 않게 이어주는 게, 바로 청궈샹 감독과 저우둥위 배우의 힘이다. 

청궈샹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중국 로맨스 영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자못 몽환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보호받지 못하는 소년 소녀가 서로를 보호한다는 로맨스를 잘 엮었다. 특히 저우둥위의 내유외강인지 외강내유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연약하면서도 강한 연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영화의 모든 면면이 그녀를 중심으로 빛을 낼 수 있었다.

중국 영화의 새로운 '믿보' 조합, 청궈샹과 저우둥위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 속에서 격렬히 요동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것이다. 숨을 몰아쉬며 분노하다가, 어느 순간 숨을 내쉬며 울고 있을 것이다. 왜 세상은 그들로 하여금, 악에 받쳐 증오심으로 살아가게 하면서 그조차 비틀거리게 하는 것인가. 그들의 사랑은, 왜 그들을 파멸에서 구해내지 못하고 굴러떨어지게 할 뿐인가. 왜 환한 웃음을 짓게 하지 못하고, 슬픈 미소만을 겨우 짓게 할 뿐인가. 

화끈하기까지 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감정을 뒤흔드는 로맨스를 펼치는 작품이라, 이를 완벽히 소화해낸 저우둥위도 기대되지만 청궈샹 감독을 향한 기대를 한껏 품을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청궈샹 감독 자신이 소싯적 배우 활동을 주로 홍콩에서 했기 때문일까. 영화 곳곳에서 1980~1990년대 홍콩영화의 향수를 목격할 수 있었다. 분위기나 연출 방식에선 업그레이드된 면모와 함께 말이다. 

잔혹한 세상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오직 나 그리고 너라고 영화는 말한다. 영화에서 말하는 나와 너는 사실상 하나이기에, 범위는 더 축소된다. 들여다보면 참으로 무섭고 두렵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진 않아 다행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한 걸음 잘못 디디면 천길 낭떠러지인 건 매한가지 아닌가. 비정한 세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는 비정한 세상에서 나뿐만 아니라 타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어떤 것인지도 생각하게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와 <프리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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