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8일 데뷔한 걸그룹 블랙핑크는 데뷔곡 <휘파람>으로 그 해 8월 21일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공식 데뷔부터 지상파 음악 방송 1위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14일이었다. 그리고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블랙핑크의 기록은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2월 데뷔 12일 만에 <달라달라>로 MBC <쇼!음악중심> 1위를 차지한 ITZY에 의해 경신됐다.

블랙핑크와 ITZY의 공통점은 바로 YG엔터테인먼트와 JYP 엔터테인먼트라는 거대 기획사에서 런칭한 걸그룹이라는 점이다. 거대 기획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데뷔 전부터 대형 팬덤을 확보하는 팀들은 아무래도 데뷔 직후부터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WM엔터테인먼트에서 2015년 선보인 걸그룹 오마이걸은 < BUNGEE >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기까지 무려 1581일의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작은 기획사 소속의 걸그룹들은 좋은 노래를 발표하고도 상대적으로 큰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데뷔 당시 신생 기획사였던 쏘스뮤직에서 런칭한 걸그룹 여자친구는 데뷔 1년 여 만에 지상파 1위를 차지한 후 발표하는 노래마다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매년 여름 시원한 노래로 대중들의 열대야를 달래주던 여자친구는 올 여름에도 여지 없이 미니 9집 < Apple >과 함께 돌아왔다.

'빗속의 직캠'으로 역주행 신화 만들어 낸 여자친구
 
 음악방송 15관왕에 빛나는 <시간을 달려서>는 '여자친구 신화'의 시작을 알린 노래였다.

음악방송 15관왕에 빛나는 <시간을 달려서>는 '여자친구 신화'의 시작을 알린 노래였다. ⓒ 쏘스뮤직

 
사실 중소 기획사에서 선보인 대부분의 걸그룹들이 그런 것처럼 신생 기획사에 가까운 쏘스뮤직에서 데뷔시킨 여자친구 역시 데뷔 초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걸그룹 EXID가 멤버 하니의 행사직캠 영상 하나로 역주행 신화를 만들었던 것처럼 여자친구 역시 2015년 9월 강원도 인제에서 있었던 <오늘부터 우리는> 직캠 영상으로 재조명 받았다.

여자친구는 라디오 공개방송 현장에서 <오늘부터 우리는>을 불렀는데 당시 현장엔 비가 내려 무대가 매우 미끄러웠다. 이 때문에 메인보컬 유주를 비롯한 여자친구 멤버들은 무대를 소화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크게 넘어졌는데 멤버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춤을 추면서 무대를 마쳤다. 이 영상은 5년이 지난 현재까지 15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는 가요계에서 유명해진 여자친구 '전설의 시작'이 됐다.

<오늘부터 우리는> 역주행에 힘입어 멜론 뮤직어워드와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여자친구는 2016년 초에 발표한 <시간을 달려서>를 통해 음악방송 15관왕을 차지하며 여자친구의 성공신화를 알렸다. 특히 지상파 음악방송 <뮤직뱅크>와 <인기가요>에서 모두 트리플크라운(3주 연속 1위)을 차지했다. 여자친구는 여름에 발표한 <너 그리고 나>를 통해서도 음악방송 14관왕을 차지하며 2016년을 '여자친구의 해'로 만들었다.

2016년 한 해 동안 음악 방송에서 29개의 1위 트로피를 수집한 여자친구는 2017년 강한 이미지의 신곡 < FINGERTIP >을 발표했다. 하지만 발랄하고 순수한 소녀 이미지로 사랑을 받았던 여자친구에게 '걸크러시' 콘셉트는 대중들에게 낯설게 다가왔다. 결국 < FINGERTIP >은 <시간을 달려서>나 <너 그리고 나>에 비해 만족스런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물론 좋지 못한 평가에도 케이블 음악방송에서는 2관왕을 차지하며 체면을 세웠다).

여름과 좋은 궁합을 보였던 여자친구는 2017년에도 봄의 부진을 여름에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여자친구는 2017년 여름 미니5집 타이틀곡 <귀를 기울이면>과 스페셜 앨범 <여름비>를 통해 지상파 2회를 포함해 음악방송에서 6번의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귀를 기울이면>은 여자친구 특유의 칼군무와 디테일이 돋보이는 안무, 멤버들의 적절한 파트분배로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걸그룹 연습생들의 경연곡 혹은 연습곡으로 자주 쓰였다.

방탄소년단의 프로듀서들과 함께 만든 신곡 < Apple >
 
 여자친구는 <밤>,<해야>,<열대야>를 통해 3연속 주간 그랜드슬램(한 주 동안 모든 음악방송 1위)을 달성했다.

여자친구는 <밤>,<해야>,<열대야>를 통해 3연속 주간 그랜드슬램(한 주 동안 모든 음악방송 1위)을 달성했다. ⓒ 쏘스뮤직

 
역대 여자친구의 타이틀곡 중에서 가장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노래로 꼽히는 <밤>은 여자친구가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의 범위를 넓혀준 의미 있는 곡이었다. 특히 <밤>은 2주차 활동에서 화요일 <더 쇼> 부터 일요일 SBS <인기가요>까지 한 주 동안 방송되는 6개의 음악 방송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주간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여자친구는 <밤>으로 활동하면서 1위 후보에 오른 10번의 음악방송에서 1위 트로피를 모두 쓸어 담았다.

여자친구의 음악적 확장과 참신한 기획은 작년 겨울과 여름에 차례로 발매한 <해야>와 <열대야>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유주와 은하가 도맡아 오던 고음파트를 신비가 맡으며 신선한 매력을 전달했고 여자친구는 '3연속 음악방송 주간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작년 7월 방탄소년단이 속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이 된 여자친구는 올해 초 <교차로>로를 통해 음악방송 7관왕을 달성하며 데뷔 후 총 66회에 걸쳐 1위를 차지했다. 

<오늘부터 우리는> <너 그리고 나> <귀를 기울이면> <여름 여름해> <열대야>까지 유독 여름과 궁합이 잘 맞았던 여자친구는 2020년에도 여름 시장을 겨냥해 미니 9집 <回:Song of Sirens>를 발표했다. 특히 이번 앨범은 여자친구 멤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돋보인다. 은하가 타이틀곡 < Apple >의 작사·작곡에 참여했고 유주도 < Apple >의 작곡과 < Tarot Cards >의 작사에 이름을 올렸으며 막내 엄지도 수록곡 두 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방시혁을 비롯해 방탄소년단을 키워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이번 미니 9집은 지난 2월에 선보인 <回:LABYRUNTH>와 연결되는 앨범이다. 이전 앨범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소녀의 마음을 노래했다면 이번 엘범에서는 옳다고 믿었던 길을 선택했지만 다른 길 앞에서 흔들리는 위태로운 심정을 노래했다. 여자친구는 음악뿐 아니라 은하와 예린이 금발, 신비가 빨간색으로 머리를 염색해 외형적으로도 '청량마녀'의 콘셉트를 표현했다. 

여자친구의 메인보컬 유주와 리드보컬 은하는 춤추기 편리한 핀 마이크 대신 핸드 마이크를 들고 무대를 소화할 때가 많다. 이는 노래 소리를 관객들에게 더욱 잘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그만큼 노래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핀 마이크를 착용한 다른 멤버들의 노래나 두 보컬의 춤 실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좋은 음악과 퍼포먼스의 절묘한 조화는 여자친구가 햇수로 5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다.
여자친구 APPLE 역주행 음악방송 66관왕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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