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골로 개인 득점 랭킹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주니오보다 더 많은 팀 득점을 올린 팀은 그의 소속 팀 울산 현대를 비롯하여 전북, 포항 스틸러스, 대구 FC, 강원 FC까지 겨우 다섯 팀 뿐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팀 득점 1위(26골, 게임 당 2.36골)는 물론 도움 순위까지 울산의 빠른 날개 김인성이 1위(11게임 6도움)에 올라 있으니 울산이 최고 순위에 올라서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가 12일 오후 7시 DGB 대구은행 파크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11라운드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간판 골잡이 주니오의 멀티 골 활약에 힘입어 3-1로 완승을 거두고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를 승점 1점차로 따돌리고 순위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다.

미끄러운 잔디 잘 활용한 울산, 측면을 노리다
 
 12일 오후 대구 DGB 대구은행파크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울산 현대와 대구FC의 경기. 울산 주니오가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후 팀의 첫 골을 넣은 신진호(오른쪽)와 기뻐하고 있다. 2020.7.12

12일 오후 대구 DGB 대구은행파크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울산 현대와 대구FC의 경기. 울산 주니오가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후 팀의 첫 골을 넣은 신진호(오른쪽)와 기뻐하고 있다. 2020.7.12 ⓒ 연합뉴스

 
이 게임 홈 팀 대구 FC는 자타가 공인하는 빠른 역습의 팀이자 언제나 놀라운 공격 에너지를 뿜어내는 세징야의 팀이라는 사실을 어웨이 팀 울산이 잘 알고 대응했다. 울산은 우선 침착한 수비 대응 자세를 갖추고 굵은 빗줄기로 몹시 미끄러운 그라운드에 적응해 나갔다.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를 중심에 두고 세징야를 거칠게 막아냈고, 다시 주목받는 골잡이 데얀에게는 단 1개의 슛 기록도 남기지 않도록 단단히 붙었다.

울산은 비로 미끄러운 대구의 잔디 위를 기막히게 활용한 첫 골 작품을 만들어내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찍부터 끌어올렸다. 18분, 오른쪽 옆줄 가까이 움직이는 풀백 김태환에게 센터백 정승현의 오픈 패스가 뻗어오는 궤적부터 느낌이 왔다. 김태환은 빠르게 잔디 위를 미끄러져 오는 공을 잡지도 않고 오른발 인사이드로 살짝 틀어서 방향을 바꿔 그대로 밀어주었다. 결대로 그 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패스 각도를 둔각으로 설정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재치있는 논스톱 패스를 받은 이청용은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첫 터치부터 얼리 크로스까지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순간 골문 앞에는 골잡이 주니오가 대구 FC 수비수들의 시선을 끌어주었고 그 뒤를 돌아들어간 미드필더 신진호가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가볍게 오른발 첫 골을 성공시켰다. 얼리 크로스를 포함한 패스 셋(정승현-김태환-이청용-신진호)이 군더더기 없는 골을 만들기까지 흐른 시간은 단 8초였다.

이번 시즌 홈 게임 무패 기록을 이어오고 있던 대구 FC의 후반전 반격이 예상됐지만 울산은 이번에도 한 방을 먼저 때려넣었다. 동료들 덕분에 첫 골을 쉽게 넣은 신진호가 56분에 골잡이 주니오를 믿고 넘겨준 로빙 패스도 좋았고, 체격 조건이 좋은 대구 FC 센터백 정태욱을 등지고 침착하게 컨트롤하며 방향까지 바꿔 놓은 주니오의 왼발 마무리도 훌륭했다. 그가 왜 이번 시즌 득점왕 자리를 일찌감치 예약했는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먼저 두 골을 내줬지만 대구 FC는 곧바로 덤벼들었다. 두 번째 골을 내주고 딱 1분 뒤에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로 한 골을 따라붙었다. 세징야가 올린 코너킥을 키다리 수비수 정태욱이 헤더 슛으로 골을 노렸고, 대구 FC 출신 울산 골키퍼 조현우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쳐냈지만 바로 앞에 있던 김동진의 밀어넣기까지 막아내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대구 FC의 만회골 덕분에 30여 분 남은 시간이 더 흥미로울 것 같았지만 울산 선수들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무리하게 공격 템포를 끌어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에 울산 벤치에서는 변화를 주문했다. 윤빛가람 대신에 수원에서 데려온 홍철을 들여보내 왼쪽 풀백 역할을 맡기고 박주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돌려놓고는 세징야를 중심으로 도는 대구 FC의 공 흐름을 끊기에 주력한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의 교체 카드는 가장 빠른 날개 공격수 김인성을 위해 썼다. 80분에 들어온 김인성이 첫 터치를 하면서부터 또 하나의 측면 패턴 플레이를 펼친 것이 거짓말처럼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 이번에도 연결 고리는 풀백 김태환이었고 김인성은 아껴둔 체력을 그 순간 스피드에 쏟아부었다. 비 때문에도 더 무거워진 대구 FC 수비수들의 발걸음으로는 김인성을 따라잡지 못했던 것이다. 김인성은 보란듯이 오른쪽 끝줄 가까이 파고들어 컷 백 크로스를 내줬고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주니오가 바로 그곳으로 움직이며 반 박자 빠른 왼발 인사이드 슛을 성공시켰다.

이처럼 울산의 측면 허물기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말처럼 그대로 따라잡기 곤란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타이밍을 자랑하며 정확하고도 빠르다. 그들이 이번 시즌 게임 당 2.36골이나 터뜨리면서 당당히 1위 자리에 올라섰다는 사실은 그런 면에서 놀랄 일도 아닌 셈이다. 울산과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전북이 승점 1점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게임 당 평균 득점력에서 1.55골에 머물고 있는 점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가장 높이 오르는 팀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골 결정력이 탁월하다는 것은 약팀들만 만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1위 자리를 끝까지 지키고 싶은 울산 현대의 다음 라운드(7월 19일 오후 7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상대는 광주 FC를 4-1로 물리치고 다시 상위권을 노리고 있는 강원 FC다. 선두 자리를 내준 전북도 같은 날 같은 시각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찾아가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상대하게 된다.

2020 K리그 원 11라운드 결과(12일 오후 7시, DGB 대구은행 파크)

대구 FC 1-3 울산 현대 [득점 : 김동진(57분) / 신진호(18분,도움-이청용), 주니오(56분,도움-신진호), 주니오(81분,도움-김인성)]

대구 FC 선수들
FW : 김대원, 세징야, 데얀(83분↔류재문)
MF : 신창무(46분↔장성원), 김선민(58분↔이진현), 츠바사, 정승원
DF : 김동진, 정태욱, 조진우
GK : 구성윤
- 경고 : 김대원(41분), 김동진(68분)

울산 현대 선수들
FW : 주니오
AMF : 설영우(46분↔이근호), 신진호, 윤빛가람(66분↔홍철), 이청용(80분↔김인성)
DMF : 원두재
DF : 박주호, 불투이스, 정승현, 김태환
GK : 조현우
- 경고 : 신진호(24분), 조현우(89분), 박주호(90분)

2020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6점 8승 2무 1패 26득점 8실점 +18
2 전북 현대 25점 8승 1무 2패 17득점 7실점 +10
3 상주 상무 21점 6승 3무 2패 12득점 11실점 +1
4 포항 스틸러스 20점 6승 2무 3패 22득점 13실점 +9
5 대구 FC 19점 5승 4무 2패 22득점 14실점 +8
6 강원 FC 14점 4승 2무 5패 16득점 19실점 -3
7 부산 아이파크 14점 3승 5무 3패 14득점 14실점 0
8 수원 블루윙즈 10점 2승 4무 5패 12득점 15실점 -3
9 광주 FC 10점 3승 1무 7패 10득점 18실점 -8
10 FC 서울 10점 3승 1무 7패 9득점 23실점 -14
11 성남 FC 10점 2승 4무 5패 8득점 14실점 -6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3점 3무 8패 5득점 17실점 -12

2020 K리그 1 개인 득점 랭킹
1 주니오(울산 현대) 14골 / 11게임(게임 당 1.27골)
2 세징야(대구 FC) 7골 / 10게임(게임 당 0.7골)
3 일류첸코(포항 스틸러스) 7골 / 11게임(게임 당 0.64골)
4 펠리페(광주 FC) 6골 / 11게임(게임 당 0.55골)
5 고무열(강원 FC) 5골 / 8게임(게임 당 0.63골)
6 송민규(포항 스틸러스) 5골 / 11게임(게임 당 0.45골)
7 한교원(전북 현대) 5골 / 11게임(게임 당 0.45골)
8 이동국(전북 현대) 4골 / 6게임(게임 당 0.67골)
9 팔로세비치(포항 스틸러스) 4골 / 7게임(게임 당 0.57골)
10 데얀(대구 FC) 4골 / 8게임(게임 당 0.5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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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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