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한 장면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한 장면 ⓒ KBS2

 
KBS 2TV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아래 '한다다')는 '이혼'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다룬다. 드라마의 제목부터가 돌싱(돌아온 싱글), 즉 결혼생활을 한번 해보고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 세대와 자식세대 간 이혼에 대한 달라진 사회 인식, 돌싱들이 이혼 이후 겪게되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민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각자의 행복을 찾아가는 유쾌하고 따뜻한 가족드라마를 표방했다.

전통적 가부장제와 가족주의를 중시하던 과거 세대에는 이혼은 공동체의 질서를 파괴하는 큰 사회적 흠결처럼 여겨졌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들이 감수해야할 부담이 더 컸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개인의 행복과 자유를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가족이나 부부가 꼭 행복의 완성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됐다. 이혼은 그저 하나의 선택지일뿐 더 이상 만류할 것도 장려할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혼 이후 자기의 진정한 삶과 행복을 되찾으며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한다다>에서 묘사하는 이혼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감수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드라마는 이혼과 그 이후의 삶을 그저 또다른 연애를 위한 일시적인 공백기나 불안정한 과도기라 여기는 듯한 인식을 드러낸다. 주인공들은 자기의 삶과 행복에 대한 확고한 방향성이나 의지 없이 그저 상황과 감정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기 일쑤다. 여전히 이혼을 새로운 출발이라기보다는 '실패 혹은 잘못'으로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낡은 정서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메인 커플이라고 할 수 있는 송나희(이민정)와 윤규진(이상엽)의 오락가락 행보다. 의사 부부였던 두 사람은 아이 유산 문제와 고부갈등, 성격차이 등으로 극 초반부에 이혼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혼 후에도 한동안 친정과 시댁에 사실을 숨기고 같은 집에서 동거생활을 하기도 하고, 같은 직장에서 계속 근무를 이어간다. 이혼 사실이 공개된 이후에는 나희가 친정으로 돌아가고 각자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연애도 시작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의식하며 이도저도 아닌 미묘한 관계를 유지한다.

설정상으로는 규진과 나희가 오랫동안 갈등이 누적된 끝에 파국에 이른 것이지만, 정작 드라마에서 그 과정은 그리 설득력 있게 묘사되지 않는다. 두 사람이 만날 때마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이혼 전이나 후나 크게 다를 게 없지만, 오히려 오랜 친구나 연인들의 흔한 애정싸움처럼 보일뿐 심각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두 사람이 이혼으로까지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공감을 자아낼 정도로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다보니, 엄연한 성인이자 사회 엘리트로 설정된 주인공들의 행동패턴은 감정적이고 철없는 10대 커플의 연애담을 보는 듯한 유치한 느낌을 준다.

또한 이혼 전후에도 규진과 나희는 돌싱으로서 겪게되는 달라진 사회의 시선, 개인의 행복과 방향성에 대하여 고민하는 주체적인 모습 등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혼을 하고 다시 싱글이 된 사람들이 막연히 외롭고 힘들 것이라는 생각, 이별은 했어도 옛 사람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으리라는 생각부터가 이혼 남녀들에 대한 세상의 흔한 선입견이기도 하다.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한 장면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한 장면 ⓒ KBS2

 
이혼 후에도 전남편과 아내가 같은 직장,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것부터가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얼마 지나지도 않아 새로운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고, 또한 그러한 상대를 끊임없이 의식하는 등, 내 자신의 '자아'에 솔직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만 휘둘리고 혼란을 겪는 답답한 모습만 반복된다. 

이처럼 캐릭터의 설득력이나 일관성이 없다보니 전체적인 이야기도 방향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다. 지난 11일 방송에서는 규진과 나희가 결국 다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의료분쟁으로 위기에 처한 규진을 나희가 돕게 되면서 서로의 진심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며 포옹을 나누는 장면이 나왔지만, 인위적인 재결합 과정이 너무 뜬금없고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미 이혼 후에도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미련을 가지고 있다는 묘사는 당사자들만 빼고 모두가 눈치챘을만큼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나희와 규진에게 진심으로 호감을 표시했던 이정록(알렉스)과 유보영(손성윤)은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감정을 확인하는데 이용만 당하는 불쏘시개 같은 역할로 전락했다. 정작 애당초 이혼의 계기가 되었다는 아이 유산이나 시어머니와의 갈등같은 설정들은 어느새 희미해지고, 규진과 나희의 감정만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럴거면 굳이 두 사람이 왜 이혼했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역시 극중에서 이혼을 선택한 다른 등장인물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빚 보증으로 재산을 탕진하여 아내에게 양육권을 넘긴 송준선(오대환),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선택한 송가희(오윤아) 등은 나희까지 포함하여  하나둘씩 차례로 부모님이 있는 본가로 모여든다. 마치 영화 <고령화 가족>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하지만 각자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갔던 <고령화 가족>의 엄마-삼남매와 <한다다> 송가네 패밀리의 결정적 차이점은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족-부부관계의 복원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다.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한 장면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한 장면 ⓒ KBS2


드라마는 준선이나 가희가 스스로 자립하려는 모습보다는 헤어진 아내와 딸에 대한 미련이나, 연하남에게 도움을 받고 썸을 타는 로맨스 등에 더 주력한다. 비록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상황에서 이혼을 맞이하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여 적응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도움을 받아야만 존재할 수 있는 수동적인 캐릭터 묘사 일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드라마 내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이러한 캐릭터들의 한계는, 이혼이라는 소재를 그저 멜로물의 소도구로서만 활용하는데 그치고 있는 극본의 문제로 요약된다. 여기서 이혼은 극중인물들에게 새로운 성장이나 변화의 계기가 되기보다는, 그저 또다른 연애를 시작하기 위한 과정의 일부로 밖에 다루어지지 않는다. 뻔히 예측가능하면서도 지지부진한 전개, 공감대를 잃고 비호감화 되어가고있는 주연 캐릭터들과 함께 <한다다>가 흔들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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