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7일, 현 정부가 들어선 이래 21번째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다. 규제지역 확대와 실거주 요건 강화로 이른바 '갭 투자'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무주택 실수요자 등이 크게 반발하는 등 오히려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형국이다. 그러자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이하 '6.17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안 된 7월 10일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뉴스토리> '인구 감소한다는데, 아파트 값은 왜?' 편에서는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승세를 멈추지 않는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고, 정부 대책의 문제점은 무언지, 아울러 이런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SBS <뉴스토리> ‘인구 감소한다는데, 아파트 값은 왜?’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인구 감소한다는데, 아파트 값은 왜?’ 편의 한 장면 ⓒ SBS

   
6.17 부동산 대책, 실수요자 불만 폭증
 
올해 결혼 7년차로 6살 된 자녀를 둔 30대 주부. 남편의 직장과 가까운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25년 된 아파트에서 전세를 낀 월세로 살고 있다. 이 아파트의 매매 가격은 현재 13억 원을 호가한다. 6년 전 신혼 시절 내집마련을 고민했다는 그녀는 "수중에 현금이 1억 5천만 원 정도 있었고, 서울 아파트가 3억 5천만 원에서 4억 원 정도 해야 살 수 있었다"며 "대출 2억 원을 받는 게 겁이 나 집 장만을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4년 뒤 더욱 급등한 아파트 가격. 그녀는 "그래도 정부가 정상화시켜 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으며 살아왔는데 결과는 참혹했다. 더 심하게 올랐다"고 말한다.

"10년, 15년 열심히 일해서 모으면 집 한 채는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힘든 일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집 없이 살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김아무개씨. 그는 내년 입주 예정인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2년 전 당첨됐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처지이지만 그보다 6.17 대책 때문에 더욱 가슴을 졸여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6.17 대책으로 중도금과 잔금 마련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3억 9천만 원에 분양받고 집값의 70%는 대출로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인천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한 달 전 인천 송도신도시의 아파트 분양권을 프리미엄을 얹어 구입한 30대 부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부는 "맞벌이를 하니까 상환 능력이 어느 정도 된다는 가정 하에 구매한 건데 구매한 지 불과 한 달도 채 안 돼 갑자기 규제정책이 나오니 좀 당황스럽다"고 말한다. 당장 다음 달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해당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집값의 대출 한도가 70%에서 40%로 대폭 줄었다. 부부는 "'너희는 그냥 전세나 살아라' 이렇게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하소연한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7월 첫째 주 서울 주간 아파트 상승률은 0.11%에 달한다. 주간 단위로는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오름폭이다. 서울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는 6.17 대책에 따라 올해 말까지 재건축조합을 설립 못하면 실거주 2년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대치동 은마아파트 또한 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정을 적용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정 대치동 공인중개사는 "매물이 없다"며 "세입자들 내보내고 집 주인이 들어와 2년은 있어야지 다음에 아파트를 얻을 수 있으니 전세도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한다.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의 특징은 구입자 중 3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러한 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약가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30대가 집값 급등세를 보고 내집마련에 뛰어들었다"고 분석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요즘 30대들의 유행어 중 '청포족(청약포기족)', '청무피사(청약은 무슨 피 주고 사)',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 '젊집사(젊어서 집 사자)' 이런 것들이 있는데, 30대들의 욕망과 좌절이 담긴 함축적인 용어"라고 주장한다.
 
10여 년 전 일본처럼 인구 감소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부동산 대폭락시대가 화두로 떠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파트 값 고공행진은 멈추지 않았고, 앞서의 전망을 믿고 집 장만을 꺼린 실수요자들은 오히려 땅을 치고 후회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인구가 감소한다는데 아파트 값은 왜 계속해서 오르는 걸까.
 
 SBS <뉴스토리> ‘인구 감소한다는데, 아파트 값은 왜?’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인구 감소한다는데, 아파트 값은 왜?’ 편의 한 장면 ⓒ SBS

   
2008년 <부동산 대폭락시대가 온다>, 2013년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란 책을 발간하여 화제가 됐던 선대인 경제연구소 소장.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던 그를 취재진이 만나 당시의 전망이 아직도 유효한지 들어봤다.
 
선대인 소장은 "지금은 인구 요인보다 유동성의 힘, 그리고 찔끔찔끔 내놓은 정부 대책 때문에 발생하게 된 내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11월부터 인구감소 추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까닭에 앞으로 5년, 10년 안에 인구 구조가 부동산에 빠른 속도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과 달리 아파트 가격은 인구보다 금리와 희소성에 달려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일본의 부동산 가격 폭등과 폭락은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잘못된 금리 정책 때문이지 인구 감소는 부차적인 요소"라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를 비롯한 선진국 경제에서 도심으로의 회귀 속에 대도시의 집값이 끝없이 올라가고 IMF의 글로벌 부동산 가격지수 같은 경우를 보면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는 결과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인구 감소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아닌, 대도시와 지방 부동산 시장의 차별화를 가져오는 요소라는 주장이다.
   
아파트 값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
 
그렇다면 아파트 값을 잡기 위해 구체적으로 필요한 대책은 무얼까. 명지대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어떤 대책을 내놔도 규제정책은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역부족"이라며 "결국 공급과 수요를 적절히 안배해서 공급도 늘리면서 수요를 분산하는 정책을 동시에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급 확대를 주장하는 논리이다.
 
세종대 부동산학과 임재만 교수는 "취득세를 강화한다거나 보유세, 양도소득세를 강화한다거나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같은 게 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세금과 불로소득 환수를 강화하자는 논리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대책의 가장 치명적인 실책으로 '임대사업자 활성화 방안'을 꼽는다. 선대인 소장은 이에 대해 "다주택자들에게 혜택을 줬다. 합법적으로 완전히 엇박자정책을 쓴 셈"이라고 지적한다. 홍춘욱 대표 역시 "임대사업자 전환에 대한 인센티브가 너무 과했고 이 과정에서 오히려 서둘러 빨리 참여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김성달 국장은 "6.17 대책을 발표한 지 며칠 만에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분이 또 '보완하거나 추가대책이 있다' 이런 식의 발언을 하는 자체가 누가 보더라도 잘못됐으니 또 다른 대책을 내놓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꼬집는다. 임재만 교수는 "투기가 일어나는 곳만 쫓아다니며 막는 건 이미 처음부터 뒷북을 하겠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서 그런 면에선 전면적이지 않고 부분적"이라고 주장한다.
 
부동산 정책은 이미 경제문제를 뛰어넘었다는 시각도 있다. 임재만 교수는 "이게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는 점에서 정치재이자 경제재이고 그런 점에서 이념적"이라고 주장한다. 박원갑 위원 역시 "계급적인 문제, 이데올로기적인 문제 이런 것들이 맞물려 진행되다 보니 훨씬 더 해결이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부동산 문제는 단순한 수요 공급의 원리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하다는 주장이다.
 
 SBS <뉴스토리> ‘인구 감소한다는데, 아파트 값은 왜?’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인구 감소한다는데, 아파트 값은 왜?’ 편의 한 장면 ⓒ SBS

   
실수요자,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 10일 정부는 6.17 대책에 대한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 발표로 정부가 주택 담보 대출 비율 규제를 일부 완화하여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숨통이 조금 트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실수요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냉정'을 주문한다. 박원갑 위원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아파트 구매 패턴을 연구해 보면 거의 오를 때 산다. 내릴 때는 안 산다. 집을 거주공간이라기보다 투자재로 생각하다 보니 일종의 군집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모양새"라고 말한다.
 
권대중 교수는 "서초, 강남 또는 송파 지역의 유명 아파트는 단 한 곳만 빼고는 전부 미분양이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택시장의 미분양과 과열이 반복된다"며 부동산 시장도 좀 길게 보면 과열과 침체가 반복된다고 주장한다.
 
넘쳐나는 유동성과 연이은 부동산 정책, 끝없이 오르는 아파트 가격.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에겐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내 집 마련 포기자가 속출하는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자라면 자신이 감당 가능한 소득 수준으로 어떤 시기이든 상관없이 집을 장만하여 자가 주택에서 누릴 수 있는 이점을 고루 누리며 사는 게 결국 올바른 선택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성이 엿보인다.
 
"집이 필요하면 사라, 집으로 돈을 벌겠다고 하면 그건 더 고민해 봐야 될 문제라고 생각 들고요."(임재만 교수)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 시기를 굳이 따질 필요 없이 적당한 시기에 경제적 소득 수준과 자기 수준에 맞는 주택은 언제든지 구입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권대중 교수)
 
"정부의 공급정책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희망을 걸 수 있는 부분들, 특히 소득 조건이 되시는 분들은 신혼부부 특별공급 쪽 또는 공공부문의 공급 쪽에 기대를 좀 걸어보는 것도 나쁜 전략은 아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홍춘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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