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이> 영화 포스터

▲ <사라이> 영화 포스터 ⓒ (주)엔케이컨텐츠


미즈키(이토요 마리에 분)는 친구 카나(에노사와 마나미 분)가 눈이 터지며 죽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비슷한 시기 하루오(이나바 유우 분)의 동생 역시 안구 파열 후 심부전 증상으로 사망한다. 미즈키와 하루오는 동일한 사인으로 죽은 두 사람이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얼마 전 여행도 같이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함께 여행을 떠난 다른 사람을 찾아간 미즈키와 하루오. 그녀는 일행이 묵었던 여관에서 우연히 만난 주류판매점 직원 와타나베(소메타니 쇼타 분)가 기이하게 눈이 큰 여자가 자신의 이름을 아는 사람을 모두 죽인다는 내용의 괴담을 들려준 일을 털어놓는다. 얼마 후, 미즈키와 하루오에게도 기이하게 눈이 큰 여자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시라이> 영화의 한 장면

▲ <시라이> 영화의 한 장면 ⓒ (주)엔케이컨텐츠


영화 <시라이>는 '기이하게 눈이 큰 여인의 이름을 들으면 죽임을 당한다'는 괴담과 이에 얽힌 저주를 소재로 삼았다. <시라이>의 각본과 연출은 소설 <암흑 동화>, <여름의 불꽃과 나의 사체>, <베일>, <하나와 앨리스 살인 사건>, <일곱 번째 방>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하여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로 불리는 오츠이치(본명: 아다치 히로타카)가 맡았다.

오츠이치 감독은 가장 단순하나 근원적인 공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를 고민하던 중 원혼이 등장하는 호러 장르에서 가장 공포감을 주는 건 '귀신을 보는 장면'이란 점에 착안하여 괴담을 듣고 이름을 알면 저주를 받는다는 설정에 '본다(시라이)'란 콘셉트를 더했다고 설명한다. 이야기 구조를 다듬은 후에 기이하게 눈이 큰 원혼 '시라이'를 더하는 식으로 각본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시라이>는 <링>(1998)과 <주온>(2000)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저주 영화 계보에 속한다. 특히 비디오를 보면 7일 안에 죽는다는 저주를 그린 <링>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저주의 작동 원리에서 유사한 구석이 많다. 그러나 <시라이>는 단순한 아류작이 절대 아니다. <링>의 유산을 시대 상황에 맞게 변형하는 과정을 통해 독창성을 얻어가기 때문이다.

<링>은 비디오를 이용해 저주가 퍼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고전적인 원혼 이야기를 현대 사회에 녹인 후 당시 영상 문화의 무분별한 전파와 복제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로 발전시켜 호평을 받았다.
 
<시라이> 영화의 한 장면

▲ <시라이> 영화의 한 장면 ⓒ (주)엔케이컨텐츠


<시라이>에선 누군가 괴담을 들려주는 형태로 저주가 퍼진다. 나중엔 인터넷을 이용하여 괴담을 퍼뜨리려는 사람까지 나온다. 영화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이야기가 퍼지는 과정을 빌려 지금 인터넷, 소셜미디어에서 소문이 확산하는 양상을 비판한다. 원혼 '시라이'는 인터넷, 소셜미디어에서 판을 치는 루머, 가짜뉴스, 악플 등을 형상화한 것과 다름이 없다.

제목 <시라이>는 원혼의 이름을 의미한다. 또한, 보는 행위(영화의 영제는 '응시'를 의미하는 'stare'다)를 뜻한다. 저주에 걸린 사람은 원혼 시라이를 본다. 때론 자신의 어두운 내면과 만나기도 한다.

원혼 시라이를 나타났을 때 붙잡히면 죽는다. 살 방법은 단 하나, 시라이를 계속 응시하면 된다. 몇 시간이 걸리든 사라질 때까지 절대로 눈을 떼선 안 된다. 혹시 시라이를 놓치면 바로 다가올 테니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원혼과 거리를 두면 살 수 있다는 <시라이>의 설정은 <팔로우>(2015)를 연상케 한다. <팔로우>에서 저주받은 사람은 원혼이 눈앞에 나타난 순간에 달아나면 죽음을 피할 수 있다. <팔로우>는 <링>의 저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시라이>는 <팔로우>의 설정을 일본식 괴담으로 수렴한 결과다. 이렇게 '저주'는 동서양을 오가며 계속 변주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 있다.
 
<시라이> 영화의 한 장면

▲ <시라이> 영화의 한 장면 ⓒ (주)엔케이컨텐츠


작가 폴 웰스는 저서인 <호러 영화>에 "본질적으로 호러 텍스트는 사회적인 혹은 사회화된 구조의 붕괴에 관심이 많다"고 적은 바 있다. 최근 선보인 <주온 저주의 집>(2020)은 폴 웰스가 말한 사회적 목소리를 담은 호러 텍스트다. 저주의 인과를 실제 일본 역사와 연결하는 식으로 말이다. <시라이>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문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링>보다 공포는 떨어질지언정 사회성만큼은 훨씬 짙다.

원혼을 단순한 공포 장치로 소비하지 않고 일본 사회를 무너뜨리는 괴물로 상상한 <주온: 저주의 집>과 <시라이>는 잊힌 일본 호러의 느낌을 멋지게 되살려주었다. 그리고 깊은 침체에 빠진 일본 호러에 희망이란 신호탄을 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