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이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 전을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이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 전을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의 용병술을 대표하는 키워드중 하나가 나로 '나믿야구'다. 류 감독이 프로 1군 사령탑으로 첫 데뷔한 2011년 삼성 라이온즈 시절, 외국인 타자 라이언 가코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나는 믿을 거야, 가코 믿을 거야"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며 신뢰를 드러낸 데서 유래했다. 이는 야구팬들 사이에서 '나믿가믿'이라는 줄임말로 유행하며 류 감독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류중일호에서 부진에 빠졌음에도 계속 주전으로 출장하는 선수들이 나올 때마다 '나믿승믿'(이승엽), '나믿근믿'(정근우) 등으로 패러디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이 유행어의 원조가 된 가코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시즌 개막 이후 몇 달 못가도 방출되었다는 사실은, 지금은 잊혀져버린 반전의 후일담이다. 사실 삼성 시절에는 팀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연속 제패하는 등 한창 '왕조'를 구축했던 시기라 크게 나믿야구가 종종 실패하더라도 큰 문제점으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2018년부터 류중일 감독이 LG 트윈스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이러한 나믿야구 스타일은 여전하다. 류 감독은 삼성 시절부터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높고 한번 주전을 정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전 선수들이 꾸준히 출장하니 자연히 라인업의 변화도 적다. LG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10개구단중 라인업 변화가 가장 적은 팀이다. 심지어 국내 선수들보다 눈높이가 더 높을 수밖에 없는 외국인 선수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LG의 외국인 타자 토미 조셉이나 2018년 아도니스 가르시아가 부진할 때도 류 감독은 어지간해서는 주전 라인업에서 빼거나 신뢰를 거두지 않는 편이었다.

사실 이런 경향은 류중일 감독만의 특징은 아니다. 특히 보수적인 올드스쿨형(류중일 감독은 63년생으로 현역 KBO 최고령 사령탑) 감독들에게서 흔히 보이기도 한다. 선수층이 얇고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검증된 선수들의 경험을 중시하거나 감독의 직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잘나갈 때는 상관이 없지만, 잘 안풀릴 때는 오히려 팀내 건강한 경쟁구도를 약화시키고 위기관리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데 있다.

LG 3년차를 맞이하여 류중일 감독의 나믿야구는 연달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받는 노장 정근우를 2루수로 기용하여 정주현과 번갈아가며 중용했는데 노쇠화로 인한 잦은 실책과 타격에서의 기복으로 말이 많았다. 부진에 허덕이는 송은범과 차우찬 등에 대하여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지나치게 많은 기회를 준 것도 불만을 자아냈다.

타격감 떨어진 채은성, '나믿채믿' 고수

최근 LG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채은성이다. 로베르토 라모스, 김현수 등과 팀 타선을 이끌어야 하는 중심 타자이지만 부상 복귀 이후 타격감이 뚝 떨어진 상태다. 최근 9경기에서 타율 0.100(30타수 3안타), OPS 0.373에 그치며 타점이 아예 없다.

일각에서는 채은성의 타순을 조정하거나 2군에 내려서라도 재정비 기간을 줘야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류 감독은 일단 채은성을 변함없이 중심타선에 기용하며 특유의 '나믿채믿'을 고수하고 있다. 세간의 비판과 우려를 알고 있지만, 주전급 선수라면 경기를 거듭하면서 슬럼프를 스스로 극복하는 경험도 쌓아야 한다는게 류중일 감독의 확고한 '주전론'이다.

이러한 류 감독의 소신은 삼성 사령탑 시절의 성공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삼성과 현재 LG의 상황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당시의 삼성은 리그에서 독보적인 최강팀이었고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전성기에 돌입한 상태였다. 이승엽이나 최형우같은 특급 선수들은 일시적으로 부진하다고 해도 클래스가 있는만큼 언젠가는 해줄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다.

그에 비하면 LG는 불안정한 팀에 가깝다. 아예 '내팀내'(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는 징크스가 구단의 전통으로 자리잡았을만큼 흐름에 따라 팀분위기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향이 있다. 흐름이 좋지않을 때 믿었던 주축 선수들의 부진마저 장기화되면 선수단이 받는 압박감도 더 커진다. 이럴때 일수록 벤치의 유연한 용병술과 위기관리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최근 LG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다. 5월까지만 해도 최대 승패마진 +9를 기록하며 2위권을 형성했고 내심 1위까지 위협할 가세였지만, 6월들어 불의의 7연패를 당하며 순위가 급락한데 이어 7월에도 2승 7패에 그치며 10개구단중 가장 저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는 현재 턱걸이로 5위를 기록중이지만 6위 삼성부터 8위 롯데까지는 중하위권의 순위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 아슬아슬한 분위기다. 팀성적이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별다른 대안이 없는 류중일 감독의 보수적인 선수기용에 대한 팬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그나마 이형종과 고우석의 부상 복귀로 라인업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게 위안이다. 하지만 김호은이나 홍창기 같은 유망주들이 그동안 좋은 활약을 보여줬음에도 주전들이 복귀하자마자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돌아온 주전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경기마저 패하면서 '이름값으로만 선수를 기용한다'는 비난이 빗발치기도 했다. 

감독의 야구관은 결과로서 평가받는다. LG에서 3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치르고 있는 류중일표 나믿야구는 올시즌이 끝난 이후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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