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리움> 포스터

<비바리움> 포스터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작품은 도입부에서 뻐꾸기가 알을 낳는 장면을 보여준다. 뻐꾸기들은 둥지를 틀지 않는다. 대신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뻐꾸기알은 다른 새의 알보다 먼저 부화한다. 이렇게 태어난 새끼 뻐꾸기는 둥지에 있던 다른 알을 떨어뜨린다. 다른 새끼보다 덩치가 큰 뻐꾸기 새끼는 태어난 새끼 새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리고 어미새가 물어온 먹이는 뻐꾸기 새끼 입으로 들어간다. 도입부의 이 장면은 영화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학교 선생인 젬마와 원예사인 톰은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무소를 찾는다. 이곳의 공인중개사는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지만 안락하고 살기 좋은 '욘더'라는 마을을 소개한다. 이 마을의 9호 집을 보던 중 공인중개사는 사라진다. 어처구니없지만 집에 돌아가기로 한 톰과 젬마는 이상한 현상을 겪는다. 온통 똑같은 모양의 집들 사이를 돌고 돌다 보니 다시 9호 집이 나오는 것이다.
 
울타리를 넘어가도 다시 나타나는 9호 집

집이다. 심지어 톰이 집을 태우지만, 연기 속에서 9호 집은 다시 나타난다. 이 뫼비우스의 띠 안에서 상자가 하나 나타난다. 상자 안에는 아기가 있고, 상자 표지에는 아기를 키우면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메모가 적혀 있다. 이런 스토리의 골격은 뻐꾸기 둥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젬마와 톰은 원치 않는 '욘더'라는 둥지에 갇혀 정체를 알 수 없는 뻐꾸기 새끼를 키우게 된 것이다.

 
 <비바리움> 포스터

<비바리움> 포스터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이 뻐꾸기 새끼는 다른 아이들보다 빠르게 성장한다. 육아를 제외하면 매일 집 앞에 배달되는 음식을 먹고 아무런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겉보기엔 편해 보인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생각이 있고 사유란 게 있다. 톰과 젬마는 각자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서로 다른 선택을 하고, 이 선택은 두 사람 사이의 충돌을 만든다.
 
톰은 땅을 판다. 땅 속 흙의 재질이 달라 그 아래에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계속 파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땅을 그는 미친 듯이 반복해 파 내려간다. 톰은 그 아래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느낀다. 그는 아이의 아버지가 되기를 거부한다. 9호 집에서 살고 싶지도 않다. 때문에 지하에서 잠을 자고 아침부터 밤까지 그 고된 노동을 반복하며 자신을 찾는다.
  
 <비바리움> 스틸컷

<비바리움> 스틸컷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젬마는 아이의 어머니가 되고자 한다. 톰은 젬마가 아이에게 모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 그녀가 아이에게 정을 붙이는 순간, 그녀는 이곳에서의 삶에 동화돼 버리기 때문이다. 톰은 아이를 죽이려 하고, 젬마는 이를 말린다.

젬마는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인간은 새와 다르다. 어미새는 뻐꾸기의 정체를 모른 채 먹이를 주지만, 인간은 그 정체를 알기에 온전한 망각에 빠질 수 없다.
 
'비바리움'은 관찰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동물이나 식물을 가두어 사육하는 공간을 일컫는다. 관찰이나 연구에는 목적이 있다. 때문에 자기들이 원하는 목적의 방향으로 동물이나 식물이 반응하길 원한다. 이 작품 속 부부가 처한 상황의 목적은 아이의 성장이다. 부부는 아이를 계속 키워야만 이 실험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까.
  
 <비바리움> 스틸컷

<비바리움> 스틸컷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욘더'는 똑같은 모양의 집들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획일성은 안정을 의미한다. 삶에 있어 남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고 적응한다는 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이렇게 살다 허무하게 삶이 끝날까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다른 선택을 하자니 잘못된 선택으로 삶이 망가질까봐 두렵다. 
 
젬마는 후자의 두려움 때문에 아이에게 정을 주고, 톰은 전자의 두려움 때문에 땅을 판다. 작품은 뻐꾸기의 둥지에 갇히게 된 인간이 처한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실존의 문제를 말한다. 빠져나올 수 없는 마을과 징그러울 만큼 빠른 성장을 하는 아이의 모습은 독특한 설정과 미스터리 장르의 스릴감을 선보이며 재미를 더한다. 이 작품은 선택의 딜레마를 보여준 흥미로운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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