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0-6의 열세를 7-6으로 뒤집고 3연패의 위기에서 탈출했다.

손혁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터트리며 7-6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6회 3점, 7회 4점을 뽑으며 6점의 열세를 뒤집은 키움은 이날 LG트윈스에게 5-8로 패한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다시 1.5경기 차이로 벌리며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34승22패).

키움은 두 번째 투수 김태훈이 1이닝4실점, 임규빈이 2이닝2실점으로 부진했지만 7회부터 이영준, 안우진, 조상우가 3이닝을 완벽하게 틀어 막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타석에서는 박병호가 6회 삼성 선발 원태인으로부터 추격의 3점 홈런을 터트렸고 7회에는 이정후가 장필준으로부터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올해로 프로 4년 차를 맞는 이정후는 아버지의 전성기가 연상될 정도로 정확성과 파워를 겸비한 완벽한 타자로 진화하고 있다.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7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키움 이정후가 3점 홈런을 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7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키움 이정후가 3점 홈런을 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30홈런60도루 대기록 달성한 야구천재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이정후의 아버지이자 KBO리그 역사상 공수주를 가장 완벽히 갖춘 '천재 야구선수' 이종범(주니치 드래곤즈 연수코치)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1994년으로 꼽는다. 실제로 이종범은 프로 2년 차에 불과하던 1994년 124경기에 출전해 타율 .393 196안타19홈런77타점113득점84도루라는 영원히 재현되기 힘든 불멸의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종범의 커리어에서는 1994년 만큼 인정받아야 할 엄청난 시즌이 또 한 번 있었다. 바로 일본에 진출하기 직전 시즌이었던 1997년이다. 이종범은 1997년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324 157안타30홈런74타점112득점64도루의 성적으로 도루왕과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한국시리즈MVP를 휩쓸었다. 이종범은 타율 6위와 함께 최다안타와 홈런 부문에서도 이승엽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종범의 1997년이 더욱 대단한 이유는 그 해 이종범이 KBO리그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그 사례를 찾기 힘든 '30홈런6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도루왕이자 통산 12번의 도루왕, 그리고 60도루 시즌을 10번이나 만든 리키 헨더슨조차 한 시즌 최다 홈런은 1986년과 1990년에 기록한 28홈런이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호타준족 베리 본즈와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60도루 시즌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이종범은 프로 입단 5년 만에 KBO리그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엄청난 기록들을 수 차례 써내려 가며 해태 타이거즈를 3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종범은 1998시즌을 앞두고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로 이적했고 첫 시즌 팔꿈치 부상을 당하면서 일본에서는 그리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지 못했다(물론 부상을 당하기 전까진 한 경기에 6개의 볼넷을 기록하는 등 일본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2001 시즌 중간에 KIA 타이거즈로 복귀한 이종범은 2002년 18홈런93득점35도루, 2003년 20홈런110득점50도루를 기록하며 외야수로서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야구천재'의 건재를 알린 이종범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주장으로 활약하며 한국의 퍼펙트 4강을 이끌었고 2009년에는 12년 만에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면서 2011년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완전무결한 타자로 진화

아버지 이종범의 은퇴식에서 시타를 한 이정후는 2017년 히어로즈에 입단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야구팬들은 이정후에게서 '불세출의 슈퍼스타' 이종범을 찾으려 했지만 사실 아버지와 아들은 닮은 듯 다른 유형의 타자였다. 거침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치고 달리던 우투우타의 내야수 이종범과 달리 우투좌타의 외야수 이정후는 아버지에 비해 훨씬 군더더기 없는 세련된 야구를 했다.

2017년 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정규리그 신인왕을 수상한 이정후는 2018년 타율 3위(.355)에 오르며 프로 데뷔 2년 만에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이정후는 공인구 변화로 타자들의 기록이 전체적으로 하락한 작년 시즌에도 .336의 높은 타율과 193안타로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외야수로 발돋움했다. 프로 입단 4년 만에 연봉이 3억9000만 원까지 치솟은 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인 이정후에게도 한 가지 아쉬운 목소리가 있었다. 바로 아버지 이종범의 현역 시절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홈런 생산 능력이었다. 이종범의 경우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방위 복무 시즌(1995년)을 포함해 51홈런을 기록한 데 비해 이정후의 프로 입단 후 3년 차까지의 홈런 개수는 단 14개에 불과했다. 작년부터 3번으로 기용되는 경기가 부쩍 늘어나고 있었기에 장타력 향상이 반드시 필요했다.

올 시즌 키움의 붙박이 3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이정후의 스윙은 분명 작년에 비해 부쩍 커졌다. 물론 단순히 스윙이 커졌다고 해서 홈런이 늘어나는 타자는 극히 드물지만 '천재의 피'를 이어 받은 이정후는 이를 성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실제로 이정후는 올해 56경기에서 9홈런을 기록하며 이미 작년 시즌의 홈런 개수(6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정후는 8일 삼성전에서도 장필준의 7구째를 잡아당겨 우측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아무리 좋은 타자라도 타율과 장타는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즌 9홈런으로 홈런부문 공동 15위에 올라 있는 이정후는 타율(.358)과 최다안타(77개)에서도 3위(77개)라는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도 창창한 미래가 남은 이정후의 통산 타율은 무려 .340에 달한다(참고로 이종범의 통산타율은 .297다). 현재 야구팬들은 대를 잇는 '전설'이 될 지도 모를 선수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행운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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