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20 하이원큐 K리그 최고 화제의 팀은 역시 대구FC다. 불과 4년 전까지 2부리그를 전전하던 대구는 올 시즌도 첫 4경기에서 3무1패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대구는 6월 이후에 열린 6경기에서 5승1무로 승점 16점을 보태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6월 14일 FC서울을 6-0으로 완파했고 21일에는 수원삼성에게도 3-1 승리를 거두는 등 전통의 강호들을 차례로 연파하며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구는 지난 겨울 팀 내 최고 스타 조현우 골키퍼(울산현대)가 팀을 떠났고 정식 감독도 없이 이병근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지난 겨울 대구의 눈에 띄는 영입은 전성기가 한참 지났다고 평가 받는 불혹의 스트라이커 데얀 다먀노비치 밖에 없었다. 모두가 의미 없는 영입이라고 비판하던 데얀은 올 시즌 대구의 '슈퍼서브'로 활약하면서 7경기에서 4골을 기록, 에이스 세징야(7골)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 대단한 대구도 8일 현재 리그 4위를 달리며 K리그1의 '빅3'에는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K리그 역대 최초의 리그 4연패를 노리는 전북과 전북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울산의 전력은 이미 예상됐지만 설마 대구가 외국인 선수 한 명 없는 이 팀에게도 밀릴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투철한 군인정신'이라는 말로는 상승세의 원인을 모두 설명하기 어려운 상주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출전했던 오세훈(상주 상무)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조규성(전북 현대), 오세훈(상주 상무), 이유현(전남 드래곤즈).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출전했던 오세훈(상주 상무)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조규성(전북 현대), 오세훈(상주 상무), 이유현(전남 드래곤즈). ⓒ 연합뉴스

 
광주에 둥지 틀었지만 8년 만에 자리 비워야 했던 상무

1984년 국군체육부대 축구단이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상무는 2002년까지는 K리그에 속하지 못한 채 실업리그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던 2002년 월드컵 4강신화를 계기로 상무는 2003 시즌부터 K리그에 합류했다. 선수들이 입대 후에도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국방부의 명분과 구단 숫자 부족으로 고민하던 프로축구연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2003년 상무는 4만석 규모의 광주 월드컵 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며 K리그에 합류했다. 하지만 군인팀이라는 특성상 매년 꾸준한 성적을 올린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억대의 몸값을 받던 선수들도 상무에 입대하면 실력과 별개로 엄청난 연봉삭감을 당하기 때문에 동기부여도 쉽지 않았다. 실제로 이동국(전북)과 조재진이라는 국가대표 출신 스트라이커를 보유했던 2004년 8위를 기록했던 것이 광주 시절 상무의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불가항력'에 가까웠던 성적보다 상무에게 더욱 큰 문제는 바로 연고지였다. 광주의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2002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역사적인 축구 경기장을 군인들이 홈으로 사용한다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상무 선수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베풀고 싶어도 전역하면 훌쩍 떠나버릴 선수들을 마냥 지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광주에는 2011년 시민 구단이 창단됐고 상무는 연고지를 옮겨야 했다. 당초 충남 천안이나 경기도 안양시로의 연고지 이전이 유력했던 상무는 최종적으로 경북 상주시를 새 연고지로 정했다. 상주는 인구가 10만 남짓한 중소도시에 구장도 1만5000석 규모로 광역시인 광주와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상무는 새 연고지에서 지역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축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상주는 승강제가 생긴 후 두 차례나 2부리그로 강등됐다. 하지만 상주는 2부리그로 강등될 때마다 다음 시즌 K리그 챌린지 정상에 우뚝 서며 곧바로 다시 1부리그로 복귀했다. 쟁쟁한 스타들이 즐비한 1부 리그에서는 한계가 뚜렷했지만 선수단이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 그리고 각 구단이 신경 써서 키우고 있는 유망주들로 구성된 상무였기에 2부 리그에서는 적수를 찾기 힘들었다. 

'상주시대'도 10년 만에 마감, 마지막 불꽃 태우는 상무

상주는 2019년 하위 스플릿에서 1인자로 군림하며 최종순위 7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상주시와 상무의 연고협약이 2020년으로 종료됨에 따라 상무는 올 시즌을 끝으로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됐다. 다시 말해 상무는 올해 K리그1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하더라도 내년 시즌에는 K리그1이 아닌 K리그2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선수들로서는 의욕이 떨어지는 시즌이 될 수밖에 없다.

상무는 리그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선수 5명과 스텝4명이 다치는 악재도 있었다. 하지만 상무는 여러 가지 불운과 의욕저하 속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인상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울산과의 개막전에서 0-4로 완패를 당한 상무는 이후 9경기에서 6승2무1패를 기록하는 놀라운 상승세로 10경기에서 승점 20점을 따내며 전북(승점24점), 울산(23점)에 이어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상무는 최근 4경기에서 서울과 성남, 수원, 전북을 차례로 꺾고 파죽의 4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올 시즌 뜨겁게 불타 오르고 있는 대구가 아직 상주를 제치지 못한 이유다. 현역 시절 대전 시티즌의 주장을 지냈고 2003년부터 상무의 코칭스태프로 활약하다가 2017년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김태완 감독은 자칫 쉽게 결여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의 동기를 잘 끄집어 내면서 상무의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사실 상무에는 울산의 주니오나 대구의 세징야, 포항의 일류첸코처럼 팀의 중심 역할을 하는 에이스가 없다(심지어 외국인 선수도 없다). 하지만 4골 2도움을 기록 중인 강상우를 중심으로 입대 전 축구팬들에게 널리 알려졌던 문선민, 오세훈, 전세진 등이 자신보다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플레이로 상무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최근 K리그의 각 구단은 여름이적시장을 맞아 전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에 지난 5월 추가 합격자를 입대시킨 상무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더 이상의 전력보강을 할 수 없다. 여기에 시즌을 풀어 나가는 노하우가 부족한 상무는 언제나 초반 상승세가 후반기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용두사미 시즌을 보낸 적이 많다. 하지만 올해 상주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보내는 상무는 매 경기 투혼을 발휘하며 상주의 축구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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