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스왈로우> 포스터

영화 <스왈로우> 포스터 ⓒ 왓챠

 
<스왈로우>는 타나토스가 추구하는 파괴 본능을 신체로 가져와 바디 호러의 심리적 공포를 보여주는 영화다. 프로이트는 죽음의 본능을 타나토스(Thanatos)로 의인화해 파괴 본능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생물체가 무생물체로 환원하려는 본능이며 공격적인 행동을 통해 삶과 죽음이 중화되거나 대체된다고 봤다. 따라서 삶은 죽음의 순환을 통해 실존함을 깨닫는다.

젠틀한 남편 리치(오스틴 스토웰)와 그림 같은 집에서 사는 사랑스러운 아내 헌터(헤일리 베넷)는 겉으로 보기엔 무엇 하나 모자랄 것 없어 보인다. 헌터는 최근 남편의 승진과 더불어 시부모가 사준 집에서 새의 지저귐을 듣고, 화단을 가꾸는 게 마냥 좋은 가정주부다.

완벽한 결혼 생활을 꾸리고 있던 어느 날, 헌터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시부모는 관심을 넘어 과도한 참견으로 헌터를 불안하게 만든다. 산모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며 통제하려 들자 내심 불편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욕실용품 판매원으로 일했던 헌터는 결혼으로 신분 상승을 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안정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은 물건을 목구멍으로 넘겨야지만 해소되고 있었다.

구슬의 이물감이 주는 쾌감
 
 영화 <스왈로우> 스틸컷

영화 <스왈로우> 스틸컷 ⓒ 왓챠

 
시작은 작고 예쁜 구슬이었다. 구슬이 식토를 타고 몸속을 여행하는 이물감이 은근한 쾌감을 불렀다. 그 후부터 그는 바늘, 돌, 압정, 배터리 등 먹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삼키며 스스로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 결국 헌터는 병원 신세를 지게 되고 임신 중인 아이까지 위태로워진다.

하지만 남편과 시부모는 헌터보다 아이를 걱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남편은 겉으로는 사랑한다고 말하나 헌터를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결국 헌터는 아내마저도 진열하기 좋은 수집품에 불과할 뿐이라는 남편의 속내를 알아차리고는 실망과 공포를 느낀다. 강이 내려다보이고 채광이 좋은 집은 한순간 벗어날 수 없는 유리 감옥이 된다.

헌터는 은근한 무시로 일관하는 남편과 시부모 사이에서 오로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몸일 뿐임을 깨닫는다. 여성으로 태어나 임신과 출산을 강요당하고 이에 불안을 느끼는 헌터. 관습화된 가부장제를 벗어나려는 시도는 위험천만한 목 넘김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영화는 며느리, 엄마, 자식이어야만 했던 여성의 잠재된 트라우마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다. 
 
 영화 <스오라로우> 스틸컷

영화 <스오라로우> 스틸컷 ⓒ 왓챠

 
감독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는 자신의 가족사에서 영감을 받았다. 1950년대 불행한 결혼생활을 버티던 할머니는 손빨래 집착증세를 보이고 급기야 정신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삼키다'라는 뜻의 스왈로우(swallow)의 대상은 음식, 먹지 못하는 물건, 그리고 감정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 어머니들이 오래도록 앓아온 화병(火病)도 헌터의 병리적 증세와 닮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밖으로 토해내지 못하고 안으로 꾹꾹 눌러담은 감정은 마음의 병으로 이어지고 만다.

헌터는 작은 것에서 시작해 점차 날카롭고 큰 것을 삼키려 한다. 이런 행동을 이식증(異食症)이라고 하는데 주로 만 1,2세 사이에 나타나며 아동기 상태에서 스스로 완화된다. 하지만 헌터의 이식증은 감정의 변화로 생긴 노이로제가 원인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는 자신을 옥죄는 것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큰 결심을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자존감을 획득한 여성의 자립과 희망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다독인다. 너의 탓이 아니라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고 말이다. 마치 같은 아픔을 가지고 오늘을 살고 있는 여성들의 등을 두드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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