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 한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장면. ⓒ KBS2

 
이것은 '개'인가, '늑대'인가? 다들 같은 의문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것이다. 물론 KBS2 <개는 훌륭하다>에 고민견으로 등장했으니 그 정체가 개라는 건 알겠으나, 진돗개 '보름(수컷, 5세)'이라기엔 커도 너무 컸다. 그 앞에 서 있으면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위압감이 느껴졌다. 
 
진돗개 중에서도 '호구(혹은 호피)'인 보름이는 검고 짙은 갈색의 줄무늬 털을 지녔는데, 그마저도 카리스마가 넘쳐 보였다(진돗개는 털의 털색에 따라 황구, 백구, 재구, 흑구, 호구로 나뉜다). 겉보기엔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대개 이런 개들이 그러하듯, 보름이도 보호자에겐 애교가 넘쳤다. 함께 살아오면서 애정을 듬뿍 받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보름이의 문제는 (역시나) '공격성'이었다. 산책 중에 만난 고양이, 지인의 반려견, 집에 찾아온 외부인 등에게는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건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개는 훌륭하다>를 통해 만났던 많은 고민견들의 문제는 대개 보호자의 '지나친 애정'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영상을 보고 있던 강형욱 훈련사는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했다. 

"보호자가 가볍게 터치하는 건 괜찮은데 반복적으로 만지면 개들이 착각해요. '이 사람이 나를 핥고 있구나.'"

강 훈련사는 보호자가 반복적으로 만지는 행위를 동물들은 '핥는 행위'로 이해하고, 지나치게 만지거나 부르거나 옆에 따라다니면 '의존자'라고 착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오해가 잘못 형성되면 어느새 보호자를 지배하려고 하고, 점차 보호자와 반려견의 관계는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나게 된다. 결국 (규율이 부재한 상태에서의) 지나친 애정은 금물이라는 얘기였다. 

제작진은 상황 파악을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러자 보름이는 경계 태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강 훈련사는 슬로 모션으로 걷는 보름이를 포착했는데, 그건 긴장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 부연했다. 또, 보름이는 핵클업(고양이나 개가 털을 곤두세워 싸울 자세를 취하는 행위)까지 하며 언제든지 달려들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불안감을 느낀 보호자는 황급히 목줄을 채울 수밖에 없었다. 

보름이는 낯선 외부인인 제작진을 향해 끊임없이 짖어댔다. 간식으로 친해져 보려고 했지만, 보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칠게 달려들었다. 제작진은 혼비백산하며 도망쳐야 했다.

단순한 위협이었을까. 실제로 보름이는 갑자기 뛰어 나오는 초등학생의 팔을 물었던 전력이 있었다. 보호자는 흥분한 보름이를 말리려다 넘어진 적이 많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공격성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산책 중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보름이는 카페 앞에 있는 고양이를 발견하고 광분했다. 강 훈련사는 입마개가 없었다면 분명 물었을 거라 예측했다. 그만큼 맹렬한 기세였다. 또, 지인의 반려견을 만났을 때도 공격 성향을 드러냈다. 상대 개가 자신의 보호자에게 접근하자 느닷없이 달려들었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의 통제력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방문했을 때 걱정한다는 느낌보다는 자랑스럽게 예뻐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더라고요. (게스트 윤두준)

보호자의 과한 리액션, 보름이의 공격성 상승
 
 KBS2 <개는 훌륭하다> 한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장면. ⓒ KBS2

 
보름이는 교육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5년 동안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자연히 사회성이 많이 떨어졌다. 게다가 겁도 많았다. 그런데 보름이의 잘못된 태도에 보호자들은 측은지심으로 대응해 왔다. 그저 예뻐만 해줬던 것이다. 게다가 엄마 보호자의 과한 리액션은 보름이의 공격성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 

드디어 강 훈련사가 목줄을 잡았다. 보름이는 몇 차례 공격성을 드러내며 강력히 저항했지만, 인내의 아이콘인 강 훈련사는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는 보름이의 반항을 억제하며 훈련의 장으로 끌고왔다. 물론 교육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우선, 문을 통해 들어오는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 인식하는 착각을 없애야 했고, 보호자의 잘못된 공감을 바로잡아야 했다. 

"근데 지금 문제가 뭐냐면 지금 교육을 못해요. 이유는 보름이가 좋은 생각을 못해요. 좋은 생각을 하려면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해요. 좋은 습관이 없어서 스스로 좋은 행동을 할 수 없어요. 지금 좋은 습관을 들이는 첫 번째는 애정을 아예 주지 않는 거예요."

간식을 이용한 엎드려 교육은 번번이 실패했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들의 흐뭇한 표정, 가여워하는 눈빛, 애절한 반응이 보름이에게 전부 독이 될 거라고 경고했다. 이제 보호자들은 보름이가 없는 것처럼 행동해야 했고, 얌전하고 말을 잘 들을 때만 관심을 줘야 했다. 예쁜 행동을 해야 예쁜 것이었다. 애정 많은 보호자들에겐 힘들겠지만 보름이의 변화를 위해선 불가피한 과정이었다.

한편, 한동안 목줄 통제 훈련을 받은 보름이는 산책을 나가게 됐는데, 보호자의 우려와는 달리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강 훈련사는 보름이가 보였던 공격성에 대해 '다른 개가 무례했던 건 아닐까요?'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보통 보호자들이 반려견끼리 인사를 시키려고 할 때 으르렁거리면 사나운 개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사나운 게 아니라 그냥 싫은 거라 설명했다. 

무작정 인사를 시키는 건 상대 반려견의 상태나 기분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보호자의 행동이라는 것이다. '우리 개가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왜 사납게 구는거야?'라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다. 반려견끼리도 섣불리 다가가는 건 위험하고, 무례한 일일 수 있다는 걸 인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처럼 내 반려견에 대한 과도한 애정은 올바른 '반려 생활'에 독이 되는 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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