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의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장면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마법이 사라진 세상에 살고 있는 '이안(톰 홀랜드)'은 16번째 생일날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마법 지팡이를 선물로 받는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어 막연하게 그를 그리워하던 이안. 그는 마법 지팡이를 이용해 아버지를 소환하려 하다가 아버지의 하반신만 소환하고 만다. 이에 마법의 효력이 지속되는 시간 하루 동안 이안은 형 '발리(크리스 프랫)'와 함께 완전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픽사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는 주인공 이안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캐릭터다. 그는 운전 시험도 제때 통과하지 못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대단치 않고, 아버지만큼 훌륭하지 못한 아들이라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자존심이 낮은 한 청소년에 불과하다. 영화는 그런 그가 16번째 생일을 맞이하면서 자신의 열등감과 부족함을 떨쳐버리고 어엿한 한 명의 성인으로 거듭나는 모험을 보여준다. 이때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은 흔히들 생각하는 성인식과는 다른 방향에서 이안의 성인식을 조명하며 픽사다운 감동을 안겨주는 데 성공한다.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이 품은 의문

일반적으로 성인식은 인생이라는 직선 위에 위치한 변화의 순간을 의미한다. 성인식을 기점으로 아이들은 과거의 자신과는 다른, 과거의 자신보다 더 성장하고 뛰어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받는다. 예를 들어 한국의 성년의 날은 19세가 된 신생 성인들을 장려하고 성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일깨워주는 목적으로 지정된 기념일이다. 한편 인생이라는 선 위에 과거를 잊고 새로운 미래를 마주하는 점은 성인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취업, 결혼 등 자신이 과거보다 발전했고 전진했음을 인정받는 순간은 그 뒤로도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인식은 달리기 경주의 첫 번째 허들이라고 볼 수도 있다. 허들을 넘으며 무조건 앞으로만 달려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성인식을 시작으로 여러 허들이 놓인 직선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에 대해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은 의문을 품으며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인생은 직선과 전진이 아닌 원과 되돌아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장면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실제로 되돌아봄과 순환의 모티브는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영화의 제목이다. 온워드(Onward)라는 단어는 '앞으로 나아가는'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인데, 영화는 제목의 뜻과 전혀 다른 전개를 선보이면서 주제의식을 강조한다. 물론 이안과 발리는 영화 중반까지만 해도 제목에 걸맞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듯 보인다. 그들은 불을 뿜는 괴물 만티코어를 마주해도, 폭주족 엘프들을 만나도, 경찰들이 제지해도, 더 나아가 각종 장애물들을 마주해도 아버지를 불러오는 마법에 필요한 보석을 얻기 위해 거침없이 나아간다. 그러나 거침없이 전진하는 듯 보였던 그들은 결국 출발점인 그들이 사는 마을로 되돌아온다.

온워드가 뒤로 물러서는 백워드(Backward)가 되고, 전진이 순환이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안이 아버지와 함께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고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여러 소양들을 증진시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이 영화는 진정한 성인으로서의 변화와 탄생이 어디까지나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볼 때에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처럼 전진과 발전의 의미를 뒤엎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의 메시지는 작품의 또 다른 주요 소재인 마법 덕분에 더욱 두드러진다. 작중 세계관에서 마법은 과거에 존재했던 것일 뿐만 아니라, 발전한 현대 문물 때문에 불편하고 불필요한 것으로 묘사된다. 만티코어나 요정이 자신의 날개로 비행하는 것은 자동차나 비행기가 있는 세상에서 비효율적인 취급을 받는다. 마법의 중심지였던 샘과 분수는 철거 대상인 오래된 시설물에 불과하다. 마법이 존재하던 마법과 신화, 전설에 관심이 많은 발리는 잉여로운 백수처럼 등장하고, 그는 동생 이안과의 모험에서 쓸데없는 사고를 치는 존재로 방해꾼이다. 이처럼 영화는 여러 대목에서 과거의 것을 부정하고 그 가치를 무시하는 분위기를 제시한다. 

그러나 의미와 존재가 과거라는 시간대에 제한되어 있던 요소들은 현재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해낸다. 만티코어는 자신의 날개로 날아와서 마지막 저주를 무너뜨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철거될 위기에 놓여 있던 샘에서는 가장 필요하던 마법의 보석을 보관해온 것으로 밝혀진다. 신화와 전설에 기반한 게임에 빠져 지내는 듯했던 발리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마법을 이안에게 알려주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신화와 전설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그들의 목적이었던 마법 보석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처럼 과거의 잔재인 마법들이 현재의 사건과 만날 때, 곧 시간의 축이 직선에서 원으로 변화하고 출발선과 결승선이 하나 되는 순간 이안의 성인식은 진정한 변화와 성장의 의미를 갖는다.  

아버지를 온전히 불러낼 수 없었던 이유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스틸컷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러면서도 영화는 이안이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는 결말을 통해 결코 현재와 과거를 혼동하거나 과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확히 한다. 이안은 자신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또 아직 부족함이 많은 자신과 비교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를 동경한다. 그래서 그는 성인이 되는 16번째 생일이 다가올수록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그를 불러올 수 있으면 그와 많은 시간을 함께 나누기를 소망한다. 이러한 그리움, 열등감, 소망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 이안은 아버지를 불러오기 위한 위험한 모험에 거침없이 뛰어든다. 

하지만 그는 끝내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며, 오히려 형인 발리가 아버지와 재회한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전개다. 신화와 전설에 빠져 사는 발리는 마음속에 아버지와의 몇 안 되는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다.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과거를 간직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하루 동안만 현재에 되돌아올 수 있는 과거의 인물인 아버지와의 재회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다. 반면 이안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무하고 과거의 잔재에 대해서도 흥미가 없었던, 철저히 현재를 살아가던 캐릭터다. 따라서 현재와 과거가 공조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둘의 만남 역시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는 애초에 이안이 첫 번째 시도에서 아버지를 온전히 불러낼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이안은 그간 아버지에게 기대했던 바를 이미 형인 발리로부터 받고 있었음을 깨달으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형제애로 대신하는데, 이는 아버지가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와 맞닿는 대목이다. 아버지는 발리를 통해 이안에게 만나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자신을 따라 할 필요 없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듯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말하며 아들을 향한 사랑과 응원을 보낸다. 되돌아올 수 없는 과거(아버지) 대신 당장 직면한 현실(형 발리)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결말은 과거를 성찰하면서도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현실을 살아갈 때만 성인식이 진정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영화의 주제를 단적으로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픽사는 오랜 시간 동안 애니메이션 명가의 명성을 지켜왔다. 드림웍스 스튜디오 혹은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가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미니언즈> 등을 앞세워 그 아성에 도전했지만 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단지 재밌는 것을 넘어서, 많은 이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했던 것으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끄집어내며 깨달음과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픽사의 최근 작품인 <토이 스토리 4>는 주체적인 삶의 중요성을 장난감들의 모험에 녹여냈고, <코코> 역시 화려한 영상미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막연히 두렵게 느껴지는 죽음의 의미를 풀어낸 바 있다. 

이처럼 익숙한 소재를 가져다가 사람들의 통념을 깨는 픽사의 주특기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간 현재에서 미래로의 전진과 성장, 과거의 부정이라는 개념 안에서 이해되던 성인식을 과거와 현재의 만남과 전진이 아닌 순환을 통한 성장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더해주면서 감동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는 픽사의 명성을 이어가기에 충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 게재한 글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