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가 7월 6일 9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2월 2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지고돔에서 '60 Years in Music'의 곡을 지휘하던 엔니오 모리코네의 모습.

이탈리아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가 7월 6일 9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2월 2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지고돔에서 '60 Years in Music'의 곡을 지휘하던 엔니오 모리코네의 모습. ⓒ EPA-연합뉴스

 
하나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영화 음악가 엔리오 모리코네가 숨을 거뒀다. 낙상 사고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은 그는, 치료를 받다가 지난 7월 5일 로마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다.

1928년 로마에서 태어난 엔리오 모리코네는 1961년 영화 <파시스트>를 시작으로 영화 음악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는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황야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피아니스트의 전설> <러브 어페어> 등 500편이 넘는 작품의 음악을 만들었고, 20세기 영화 음악 자체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는 한국과의 인연도 있다. 2007년과 2009년, 2011년, 내한 공연을 열었고, 부산 국제 영화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클래식과 이탈리아 전통 음악, 록, 컨트리, 재즈, 전자음악 등 수많은 요소들을 결합하면서 음악적 실험을 이어 나갔으며, 아름다운 선율들을 여럿 만들어냈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영화 음악이 단순히 영화에 종속된 하위 장르가 아니라, 그 자체로 별개의 예술 장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스스로 한 시대를 정의했던 그가 수십 년간 만든 영화 음악은 수백 년 동안 잊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라는 것이 기억되는 이상, 엔니오 모리코네의 이름 역시 잊히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그를 기억하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서 그가 만든 음악들을 되새겨본다. 
 
'The Ectascy Of Gold'(1966, 석양의 무법자 中)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황량하고, 건조한 서부의 풍경이 장대하고 화려하게 펼쳐진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와의 협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의 음악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록밴드 메탈리카(Metallica)는 모리코네가 만들어낸 장엄함에 매료된 대표적인 이들이다. 공연을 시작할 때마다 등장 음악으로 이 곡을 애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명곡.

 
'Love Theme' (1988, 시네마 천국 中)
 
늙은 영상 기사 알프레도가 세상을 떠난 이후, 고향 시칠리아에 돌아온 '알프레도의 친구' 토토는 알프레도가 남겨 놓은 영상을 보면서 옛 추억에 잠긴다. 많은 영화팬들이 이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Love Theme'은 이 장면의 감정선을 주도한다. <시네마 천국>이 영화가 영화에게 바치는 헌사였다면 이 음악의 애상적인 멜로디는 인간의 삶 자체에 대한 헌사다. 이 곡은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들인 안드레아 모리코네가 작곡했고, 엔니오 모리코네가 편곡 작업으로 마무리했다.

 
'Gabriel's Oboe' (1986, 미션 中)
 

198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미션>은 남미에 전도를 위해 파견되었던 신부 가브리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다. 이 영화의 메인 테마곡인 'Gabriel's Oboe(가브리엘의 오보에)'는 'Love Theme'과 함께 한국 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모리코네의 음악이 아닐까.

가브리엘 신부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남미 원주민들과 이 곡을 통해 소통한다. 이 곡에 키아라 페르라우의 가사, 사라 브라이트만의 목소리가 덧붙여지면서 우리에게도 유명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가 탄생했다.
 
 
'The Braying Mule' (2012, 장고 : 분노의 추적자 中)
 
엔니오 모리코네가 젊은 세대들에게도 어필하게 된 계기는 쿠엔틴 타란티노와의 작업 덕분이 아니었을까. <장고 : 분노의 추적자>는 흑인 노예 장고(제이미 폭스)가 백인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것만 빼면, 스파게티 웨스턴의 족적을 충실히 쫓아가는 영화다.

모리코네의 음악을 들으며 자란 타란티노가 모리코네를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엔니오 모리코네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자신의 음악을 활용하는 방식, 그리고 타란티노 영화의 폭력성에 불만을 가졌고, 다시는 그와 작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2015년 <헤이트풀 8>에서 다시 타란티노를 만났고, 제88회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이라는 영광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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