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공격수 주니오가 부산전에서 후반 33분 페널티킥 동점골을 터뜨렸다.

울산의 공격수 주니오 ⓒ 한국프로축구연맹


어느 정도 운이 따랐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주니오는 현재 K리그에서 경쟁자를 찾기 힘든 최고의 골잡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할 만한 만점 활약을 펼쳤다. 첫 골을 성공시킨 뒤 방송 카메라를 알아보고 손짓하며 오른손으로는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러더니 마침내 후반전에 코로나-19 시즌 첫 번째 해트트릭 히어로가 됐다. 단지 전화 거는 시늉이었지만 정말로 축구의 신이 주니오에게 환하게 웃으며 응답한 것처럼 보였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가 4일(토) 오후 6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10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에서 4-1로 대승을 거두고 선두 전북 따라잡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1게임 평균 '4.8골', 7월 첫 토요일 K리그 골 잔치

7월의 첫 번째 토요일 저녁 K리그 그라운드는 더위를 잊게 만드는 화려한 골 잔치가 열렸다. 2부리그 일정까지 포함하여 이 날 열린 다섯 게임에서 무려 24골이나 나온 것이다. 잠실에서 열린 K리그 2 서울 E랜드 FC와 수원 FC 게임에서 가장 적은 3골(수원 FC 3-0 승)이 나왔고 강릉에서 열린 강원 FC와 부산 아이파크의 K리그 1 게임에서는 무려 6골(강원 2-4 부산)이 나온 것도 모자라 가장 늦게 수원 빅 버드에서 열린 슈퍼 매치에서도 6골(수원 블루윙즈 3-3 FC 서울)이나 쏟아져 나왔다. 

코로나19 때문에 관중들이 아직까지 스타디움을 찾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안타까웠을 정도로 멋진 골 장면들이 7월 첫 토요일 여름 밤을 수놓은 것이다. 

가장 먼저 울산에서 열린 게임에서는 시즌 첫 해트트릭 주인공이 그 누구보다 활짝 웃었다. 바로 골 넣기 위해 성실히 일하는 공무원(골무원)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탁월한 득점 감각을 자랑하고 있는 주니오다.

이 게임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창단 이래 가장 긴 7게임 연속 패배의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에 울산의 압승을 쉽게 예상했지만 그 예상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승패의 갈림길이 생기고 말았다.

게임 시작 후 14분 25초만에 울산의 첫 골이 쉽게 나왔다. 역시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인한 골이었다. 팀의 빌드 업 중심에 서 있어야 할 수비형 미드필더 이우혁이 동료 골키퍼 정산의 전진 패스를 받아 자기 왼쪽 측면으로 연결한다는 것이 울산의 전방위 압박에 제대로 걸려들고 말았다. 

이우혁의 패스 방향은 동료 센터백 이재성 쪽도 아니었고 오른쪽 풀백 김준엽 쪽도 아닌 울산의 특급 날개 김인성 쪽이었다. 김인성은 그 공을 가로챈 뒤 동료들이 곧바로 슛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날카로운 횡 패스로 길을 열어주었다.

이 공을 반대쪽에서 달려든 이청용이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여러가지 킥 기술 중 인사이드 킥이 어떤 자세에서 위력을 발휘하는지를 잘 가르쳐주는 명장면이었고 그것은 대승의 발판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로부터 5분 뒤 울산 '골무원' 주니오의 해트트릭 쇼가 시작됐다.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온 김태환의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아 침착하게 공을 다룬 주니오는 바로 옆 김인성과 짝을 이뤄 인천 수비수 김준엽을 가볍게 따돌리고 감각적인 오른발 슛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슛 타이밍도 좋았지만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가 예측하기 힘든 구석을 노린 주니오의 코스 선택이 압권이었다. 그 좁은 틈을 노리고 차는 킥 기술은 웬만한 선수들이 흉내내기조차 어려워 보였다. 

김인성 '도움' 해트트릭, 행운도 '주니오'에게

게임 시간 20분만에 2골이나 내준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제주 유나이티드로부터 최근 임대 영입한 아길라르가 날카로운 공격 흐름을 만들어준 덕분에 간판 골잡이 무고사의 위력이 그나마 살아나 34분에 1골을 따라붙었다.

아길라르가 오른쪽 측면으로 열어준 오픈 패스를 풀백 김준엽이 편안하게 잡아 놓고 무고사의 이마를 빛내는 정확한 크로스로 1골을 넣은 것이다. 아길라르와 무고사의 조합은 후반전 시작 후 33초 만에 수비형 미드필더 문지환의 헌신적인 가로채기 덕분에 또 하나의 만회골 기회를 잡았지만 무고사의 슛 욕심으로 그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자기 왼쪽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아길라르를 믿고 무고사가 슛 대신 전진 패스를 택했다면 이 게임 흐름은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는 순간이었기에 3골 차 완패 결과를 받아든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울산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분명하게 살려서 두 팀의 실력 차를 입증했다. 44분에 주니오의 오른발 인사이드 슛이 인천 골문을 또 한 번 흔든 것이다. 이번에도 인천 수비 집중력이 흔들린 순간을 김인성과 주니오가 놓치지 않았다. 

울산에 오기 전 2015년 한 시즌을 인천 유나이티드 FC 유니폼을 입고 32게임 5득점 활약을 펼친 기억이 있는 김인성은 이처럼 전 소속 팀을 상대로 전반전에만 도움 해트트릭을 완성시켜 단번에 K리그 1 도움 1위(10게임 5도움)로 올라서 라이벌 팀 전북 현대의 손준호(9게임 4도움)를 밀어냈다.

김인성의 활약은 전반전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78분에 완성시킨 주니오의 '골 해트트릭' 순간에도 빛났다.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로 추가골을 노린 울산은 수비수 불투이스의 1차 오버헤드 슛이 불발된 뒤 나오는 공을 김인성이 헤더 패스로 주니오를 겨냥해 넘겨주었다. 

김인성의 이 헤더 패스가 직접 도움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그 공을 걷어내려던 인천 유나이티드 정동윤의 머리에 맞은 공이 골키퍼 정산과의 호흡 불일치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바람에 흔히 말하는 주워 먹기나 다름없을 정도로 쉬운 쐐기골을 주니오가 밀어넣을 수 있었다. 되는 팀, 되는 선수에게는 어떻게든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을 믿게 만드는 묘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행운까지 따른 주니오의 해트트릭은 10라운드 종료 시점 팀 득점(23골)의 52.2%에 해당하는 12득점 기록으로 찍혀 2위 세징야(대구 FC, 6골)와 3위 일류첸코(포항 스틸러스, 6골)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게 됐다. 

한 게임에서 '골' 해트트릭과 '도움' 해트트릭 기록이 한꺼번에 이루어졌다는 점도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울산은 원하는 것을 다 이루며 다시 1위 전북 현대를 따라잡을 수 있는 힘을 보탰고, 반면에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또다시 고개를 숙이며 리그 8게임 연속 패배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이제 울산 현대는 11라운드에서 선두권을 위협하고 있는 대구 FC(4위)와의 어웨이 게임(12일 오후 7시, DGB 대구은행 파크)을 준비하게 되며,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그보다 하루 먼저(11일 오후 7시) 3위 상주 상무를 숭의 아레나로 불러들여 연속 패배의 멍에를 벗어던지기 위해서라도 더 간절하게 뛰어야 한다.

2020 K리그 원 10라운드 결과(4일 오후 6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울산 현대 4-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이청용(15분,도움-김인성), 주니오(20분,도움-김인성), 주니오(44분,도움-김인성), 주니오(78분) / 무고사(34분,도움-김준엽)]

2020 K리그 1 개인 득점 순위 및 비중
1 주니오(울산 현대) 12골(10게임, 게임 당 1.2골) / 팀 득점 23골의 52.2%
2 세징야(대구 FC) 6골(8게임, 게임 당 0.75골) / 팀 득점 17골의 35.3%
3 일류첸코(포항 스틸러스) 6골(9게임, 게임 당 0.67골) / 팀 득점 17골의 35.3%
4 고무열(강원 FC) 5골(7게임, 게임 당 0.71골) / 팀 득점 12골의 41.6%
5 이동국(전북 현대) 4골(5게임, 게임 당 0.8골) / 팀 득점 15골의 26.6%
6 팔로세비치(포항 스틸러스) 4골(7게임, 게임 당 0.57골) / 팀 득점 17골의 23.5%
7 한교원(전북 현대) 4골(9게임, 게임 당 0.44골) / 팀 득점 15골의 26.6%
8 이정협(부산 아이파크) 4골(9게임, 게임 당 0.44골) / 팀 득점 12골의 33.3%
9 호물로(부산 아이파크) 4골(10게임, 게임 당 0.4골) / 팀 득점 12골의 33.3%
10 이청용(울산 현대) 3골(7게임, 게임 당 0.43골) / 팀 득점 23골의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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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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