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중심타선의 장타에 힘입어 5연패에서 탈출했다.

박경완 감독대행이 이끄는 SK 와이번스는 3일 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7-4 9회 강우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지난 6월 26일 LG 트윈스전 7-0 승리를 마지막으로 최근 5경기에서 4득점 24실점으로 5연패의 수렁에 빠졌던 SK는 롯데를 3연패에 빠트리며 연패에서 탈출했다(15승36패).

SK는 선발 리카르도 핀토가 5.1이닝을 7피안타 5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4승째를 챙겼고 이어 등판한 박민호, 김태훈, 이태양, 김정빈, 서진용이 비로 경기가 중단되기 전까지 무실점을 기록했다. 타석에서는 5회에 터진 최정과 제이미 로맥의 백투백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역전 결승 투런 홈런을 터트린 최정은 이날 홈런으로 시즌 10호 홈런을 기록하며 KBO리그 역사에서 단 두 명 밖에 점령하지 못했던 15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 고지를 밟았다.

KBO리그 역사에서 오직 장종훈과 양준혁만 밟았던 고지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더블헤더 2차전 경기. 3회말 SK 공격 1사 1루 상황에서 SK 최정이 좌익수 뒤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2020.6.25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더블헤더 2차전 경기. 3회말 SK 공격 1사 1루 상황에서 SK 최정이 좌익수 뒤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2020.6.25 ⓒ 연합뉴스

 
이승엽이라는 엄청난 홈런타자가 등장하기 전까지 KBO리그를 상징하는 홈런왕은 단연 '연습생 신화' 장종훈(한화 이글스 육성군 총괄코치)이었다. 1990년대 인기를 끌던 일본 야구만화의 주인공 한국 이름이 '왕종훈'으로 번역됐을 정도. 1986년 연습생으로 빙그레에 입단해 1988년 12홈런을 기록하며 눈에 띄기 시작한 장종훈은 1990년부터 1992년까지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각기 다른 3개의 포지션에서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1992년 41홈런을 기록하며 홈런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장종훈은 1993년 홈런 수가 17개로 뚝 떨어지며 홈런왕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전성기가 지난 후에도 착실히 홈런포를 적립한 장종훈은 2002년까지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하는 꾸준함을 과시했다. 당시만 해도 15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은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불멸의 기록'으로 남는 듯 했다.

하지만 장종훈이 홈런왕 자리를 베테랑 김성래(한화 육성군 타격코치)에게 넘겨준 1993년 KBO리그에는 또 한 명의 걸출한 홈런 타자가 등장했다. 고향팀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하기 위해 자신을 지명한 쌍방울 레이더스 입단을 거부하고 곧바로 군에 입대했던 '푸른 피의 사나이' 양준혁이었다. 1993년 또래보다 1년 늦게 프로에 입단한 양준혁은 입단 첫 해부터 23홈런으로 홈런부문 2위를 차지하며 새로운 홈런왕의 등장을 예고했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것처럼 통산 351홈런의 양준혁은 커리어 내내 한 번도 홈런왕에 오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준혁은 루키 시즌부터 30대 후반을 향해가던 2007년까지 15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하며 '홈런왕의 상징' 장종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만약 양준혁이 정확한 타격 대신 노골적으로 홈런을 노리는 장타자였다면 4번의 타격왕은 힘들어도 홈런왕 한 번쯤은 차지했을 거라는 게 야구 팬들의 중론이다.

커리어 내내 KBO리그에서만 통산 467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은 1997년부터 2017년까지 13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지만 전성기 때 일본에서 8년을 보낸 것이 치명적이었다. 장종훈의 뒤를 이은 한화의 간판타자 김태균 역시 일본에서 활약한 2년을 제외하면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4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장타율이 .395로 급감한 작년 시즌 6홈런에 그치면서 장종훈, 양준혁의 기록을 따라잡는데 실패했다.

만 33세 최정, 데뷔 16년 만에 15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 달성
 
 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2회 초 타석에 선 SK 최정이 솔로홈런을 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0.7.1

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2회 초 타석에 선 SK 최정이 솔로홈런을 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0.7.1 ⓒ 연합뉴스

 
최정은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지만 2010년대 초반까지의 최정은 전형적인 슬러거라기 보다는 빠른 발과 장타력을 겸비한 타자에 가까웠다. 대부부분의 야구팬들은 타율 .316 28홈런 83타점 24도루를 기록했던 2013년이 최정의 가장 이상적인 시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최정은 잘 치고 잘 달리는 '호타준족형 타자'로 남는 것을 원치 않았다.

최정은 2014 시즌이 끝난 후 SK와 4년 86억 원이라는 좋은 조건에 FA계약을 체결했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홈런을 노리는 타자로 변신했다. 물론 FA 계약 첫 해였던 2015년에는 17홈런 58타점으로 홈런타자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최정은 이내 자신의 타격 스타일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최정은 2016년 40홈런106타점 106득점을 기록하며 에릭 테임즈(워싱턴 내셔널스)와 함께 공동 홈런왕에 등극했다.

많은 야구팬들이 2016년 최정의 홈런왕 등극을 우연이라고 폄하했지만 최정은 2017년에도 46홈런 113타점으로 홈런왕 2연패를 차지했다. 어느덧 40년을 바라보는 KBO리그 역사에서도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는 이만수, 김성한, 장종훈, 이승엽, 박병호, 그리고 최정뿐이다. 최정은 35홈런으로 부진(?)했던 2018년에도 한국시리즈 6차전 9회 극적인 동점 홈런을 터트렸고 작년 시즌에도 29홈런 99타점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최정은 올해 5월 한 달 동안 타율 .205 2홈런 11타점으로 부진하면서 팬들의 많은 비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6월부터 타격감이 살아난 최정은 6월 24경기에 출전해 타율 .301 6홈런 12타점을 기록했고 7월에도 3경기에서 2홈런을 터트리며 장종훈, 양준혁에 이어 역대 3번째로 15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달성했다. 최형우(KIA타이거즈)와 박석민(NC다이노스)이 12년, 이대호(롯데)가 11년이라는 점을 보면 최정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최정이 이런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프로 2년 째가 되던 2006년, 만19세의 젊은 나이부터 꾸준히 기록을 적립해 왔기 때문이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전성기가 지난 후 가까스로 기록을 달성했던 두 선배들과 달리 최정은 여전히 만 33세 시즌을 보내고 있는 SK의 간판타자라는 점이다. 건강만 보장된다면 내년에도 여유 있게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정이 KBO리그의 새 역사를 쓸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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