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작 전 홈 팀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두 줄로 넓게 도열하여 챔피언 리버풀 FC 선수들을 존중하는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주었다. 그러나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챔피언 리버풀 선수들은 좀처럼 고개를 들지도 못할 정도로 발걸음이 무거웠다. 20점이나 되는 승점 차이를 유지하며 이미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했기에 명목상 아쉬울 것 없는 게임이었지만 '리버풀 0-4 맨시티'로 적힌 최종 점수판은 축구장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FC가 우리 시각으로 3일(목) 오전 4시 15분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리버풀 FC와의 홈 게임에서 4-0으로 대승을 거두고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관중은 없어도 자존심까지 없겠는가?

하마터면 최종 점수판이 5-0으로 찍힐 뻔했다. 후반전 추가 시간도 거의 다 끝날 무렵 홈 팀 맨체스터 시티 교체 선수 리야드 마레즈의 왼발 슛이 기둥을 스치며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 골은 곧 무효 처리됐다. VAR(비디오 판독 심판) 확인을 통해 마레즈가 공을 치고 나가는 순간 동료 공격수 필 포덴의 오른손에 맞은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팀이 2위 팀과의 어웨이 게임에서 0-4로 지는 것과 0-5로 지는 것의 차이가 크지 않겠지만 분명히 그라운드를 90분 이상 누빈 베스트 멤버들은 더 말하지 않아도 그 1골 차이를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너무 늦게 시즌을 끝내려고 하기 때문에 관중들 없이 아쉽기만 한 결말이지만 거의 무패 우승의 신화를 쓸 수 있었던 리버풀 FC이기에 맨시티와의 이 게임 내용과 결과 모두 유구무언이 되고 말았다.

리버풀로서는 이 어웨이 게임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간판 골잡이 모하메드 살라가 게임 시작 후 3분만에 유능한 동료 센터백 페어질 반 다이크의 기습적인 로빙 패스를 받아 탁월한 감각으로 왼발 하프 발리 유효 슛을 날렸고, 19분에는 피르미누의 전진 패스를 받아 역시 모하메드 살라가 결정적인 선취골 기회를 잡았지만 낮게 깔린 그의 왼발 슛이 골키퍼 에데르송이 지키고 있는 맨시티 골문 오른쪽 기둥을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스털링-데 브라위너'의 놀라운 활약

게임 초반 리버풀의 공세를 잘 막아낸 맨체스터 시티는 곧바로 받아치며 페널티킥을 얻어내 대승의 발판을 놓았다. 24분, 맨시티 간판 공격수 라힘 스털링이 재치있는 방향 전환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리버풀 센터백 조 고메즈의 잡기 반칙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 중요한 기회를 잡은 맨시티는 11미터 페널티킥 키커로 케빈 데 브라위너가 나섰고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리버풀 골키퍼 알리송을 속여 골문 왼쪽 구석을 꿰뚫었다. 

첫 골 페널티킥을 얻어낸 라힘 스털링은 그로부터 10분 뒤에 또 한 번의 방향 전환 드리블 기술을 뽐내며 추가골을 터뜨렸다. 필 포덴의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받은 스털링은 이번에도 자기 앞을 가로막는 조 고메즈의 다리 사이를 노려 오른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맨시티 선수들이 펼친 경쾌한 역습 전술은 이 게임 전까지 31라운드를 뛰며 리그 최소 실점(21실점, 게임 당 0.68골 실점) 수비력을 자랑하던 리버풀 수비 라인을 통째로 흔들어버렸다. 그 중심에 한국 축구팬들로부터 '김덕배'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케빈 데 브라위너가 우뚝 서 있었고, 최근 만 20살이 된 측면 역습의 귀재 필 포덴이 새 공간을 만들어가며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전반전 종료 직전에 만든 맨시티의 세 번째 골 과정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놀라운 역습 호흡을 자랑하는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가운데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안에서 필 포덴으로 이어진 반 박자 빠른 전진 패스도 수준급이었지만 곧바로 필 포덴과 케빈 데 브라위너가 주고받은 2:1 패스는 TV 화면으로 감상하는 축구팬들 입장에서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작품이었다. 

케빈 데 브라위너는 리버풀 골문을 등지고 있었고 그 바로 뒤에는 리버풀이 자랑하는 최고의 수비수 페어질 반 다이크가 버티고 있었지만 군더더기 하나 없는 오른발 방향 전환 인사이드 패스로 필 포덴이 추가골을 넣기 좋은 측면 공간으로 공을 밀어준 것이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오랫동안 강조하는 제로 톱 공격 흐름이 그대로 녹아 있는 명장면이었다.

리버풀은 전반전에 이처럼 3골이나 내주며 이미 풀이 죽었지만 후반전 초반에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54분, 미드필더 헨더슨이 재치있는 가로채기 후 기습적인 전진 패스로 사디오 마네에게 완벽한 득점 기회를 열어주었지만 마네가 그 공을 컨트롤조차 못 하고 흘려보내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렇게 반전의 기회를 놓친 리버풀은 66분에 아쉬운 자책골까지 내주며 완전히 주저앉았다. 여기서도 맨시티 특유의 역습 전술이 빛났다. 케빈 데 브라위너가 동료의 역습 첫 패스를 받아든 순간 필 포덴이 전력 질주하며 리버풀 수비수 둘을 꼬리에 달고 케빈 데 브라위너를 지나쳐 왼쪽으로 빠져나갔다. 

필 포덴의 이 오프 더 볼에 속은 리버풀 수비수들은 허겁지겁 주위를 돌아봤지만 이미 오른쪽 측면에서 돌아들어오고 있는 라힘 스털링을 따라잡기에는 늦고 말았다. 스털링은 전반전 추가골 순간처럼 가볍게 방향을 바꿔놓은 다음 왼발 슛을 찼는데, 이 공이 그만 리버풀 교체 선수 옥슬레이드-체임벌린 다리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며 굴러들어간 것이다. 야속하게도 프리미어리그 공식 기록원은 이 골 주인을 체임벌린(자책골)으로 적어넣었다.

이로써 리버풀은 코로나19가 리그를 중단시키기 직전인 3월 1일에 비카리지 로드에서 하위권 팀인 왓포드에게 당한 0-3 완패 이후 두 번째 쓴 잔을 들고 말았다. 다음 시즌까지 준비 기간이 유독 짧을 것을 예상한다면 우승 팀 리버풀 FC의 자존심에 적잖은 영향을 준 게임이 된 셈이다.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2R 결과(3일 오전 4시 15분, 에티하드 스타디움)

맨체스터 시티 4-0 리버풀 FC [득점 : 케빈 데 브라위너(25분,PK), 라힘 스털링(34분,도움-필 포덴), 필 포덴(45분,도움-케빈 데 브라위너), 옥슬레이드-체임벌린(66분,자책골)]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순위표
1 리버풀 86점 28승 2무 2패 70득점 25실점 +45
2 맨체스터 시티 66점 21승 3무 8패 81득점 33실점 +48
3 레스터 시티 55점 16승 7무 9패 60득점 31실점 +29
4 첼시 FC 54점 16승 6무 10패 57득점 44실점 +13
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52점 14승 10무 8패 51득점 31실점 +20
6 울버햄튼 원더러스 52점 13승 13무 6패 45득점 34실점 +11
7 셰필드 유나이티드 47점 12승 11무 9패 33득점 32실점 +1
8 아스널 FC 46점 11승 13무 8패 47득점 41실점 +6
9 토트넘 홋스퍼 45점 12승 9무 11패 51득점 44실점 +7
10 번리 45점 13승 6무 13패 36득점 45실점 -9
11 에버턴 44점 12승 8무 12패 40득점 47실점 -7
12 크리스탈 팰리스 42점 11승 9무 12패 28득점 37실점 -9
13 뉴캐슬 유나이티드 42점 11승 9무 12패 33득점 43실점 -10
14 사우스햄튼 40점 12승 4무 16패 41득점 55실점 -14
15 브라이튼&호브 알비온 33점 7승 12무 13패 34득점 44실점 -10
16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30점 8승 6무 18패 38득점 56실점 -18
17 왓포드 28점 6승 10무 16패 29득점 49실점 -20
18 아스톤 빌라 27점 7승 6무 19패 36득점 60실점 -24
19 AFC 본머스 27점 7승 6무 19패 30득점 54실점 -24
20 노리치 시티 21점 5승 6무 21패 25득점 60실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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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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