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한화와의 안방 2연전을 모두 따내며 4위와의 승차를 반경기로 줄였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2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3안타를 때려내며 7-1로 승리했다. 전날 1-3의 열세를 9회말 4-3으로 뒤집으며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을 거둔 KIA는 2일 경기도 여유있게 따내면서 이날 kt 위즈에게 연장 접전 끝에 3-4로 패한 4위 LG 트윈스를 반 경기 차이로 추격했다(26승21패).

KIA는 어깨가 불편해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이민우가 복귀전에서 6이닝6피안타4사사구5탈삼진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째를 수확했다. 타선에서는 5회 프레스턴 터커를 불러 들인 적시 2루타를 터트린 최형우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나지완이 3안타1타점, 박찬호도 2안타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그리고 올 시즌부터 2루수로 변신한 '작은 거인' 김선빈은 이날도 3안타1타점1득점으로 KIA의 공격을 주도했다.

유격수에서 2루수로 변신한 선수들

송구거리가 길고 넓은 활동범위, 2루수나 외야수와의 다양한 연계플레이가 요구되는 유격수는 내야 4자리 중에서 체력소모가 가장 큰 포지션이다. 따라서 뛰어난 유격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도 프로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손시헌(NC 다이노스 수비코치)처럼 은퇴할 때까지 유격수를 고집하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선수생활 말년에 젊고 실력 있는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하곤 한다.

지난 1992년 OB 베어스에 입단했던 안경현(SBS SPORTS 해설위원)은 대학시절과 입단 초기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활약했다. 하지만 당시로선 비교적 큰 체격(182cm 82kg) 때문에 유격수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고 3루수를 거쳐 1999년부터 2루수로 정착했다. 2루수로 자리를 옮긴 후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은 안경현은 3번이나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2001,2003,2005년)를 차지하며 2000년대 초·중반을 대표하는 2루수로 활약했다.

1994년 정규리그 신인왕과 1997년 미스터 올스타, 1998,1999년 유격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유지현(LG 수석코치)은 이종범(주니치 드래곤즈 연수코치)과 박진만(삼성 라이온즈 작전코치) 사이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결출한 유격수다. 하지만 2002년 권용관이라는 수비가 좋은 유격수가 등장하자 유지현은 유격수 자리를 양보하고 주전 2루수로 활약하며 LG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유지현의 2루수 변신은 권용관의 존재보다는 2003년 LG 입단이 예정된 '초고교급 유격수' 박경수(kt)의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4억30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엄청난 기대 속에 LG 유니폼을 입은 박경수는 잦은 부상 속에 유격수로서 실망스런 활약에 그쳤고 결국 2007년부터 2루수로 변신했다. 2015 시즌을 앞두고 kt로 이적한 박경수는 작년까지 kt에서 5년 동안 92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거포형 2루수'로 변신에 성공했다.

2014년 도루왕과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그리고 2010년대 삼성 왕조시대의 주전 유격수였던 김상수는 동갑내기 친구를 위해 포지션 변경을 단행했다. 삼성의 대체불가 유격수로 활약하던 2018년 '해외파' 이학주가 삼성에 입단했고 김상수는 유격수 포지션이 익숙한 친구를 위해 2루로 자리를 옮겼다. 2루 자리가 삼성의 약점으로 꼽힌 상황에서 유격수에서 필요 이상의 경쟁을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김상수의 2루 변신은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2루수 변신 후 2017년 연상케 하는 대활약

지난 2008년 프로 입단 후 13년째 KIA에서만 뛰고 있는 김선빈은 루키 시즌부터 KIA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데뷔 초기에는 다소 기복도 있었지만 김선빈은 상무에서 군복무를 했던 2015,2016 시즌을 제외하면 언제나 KIA의 유격수 자리를 든든히 지켰다. 차영화, 백인호, 이종범, 김종국, 홍세완 등 타이거즈를 거쳐 간 쟁쟁한 유격수들이 있었지만 누구도 김선빈만큼 장기간 타이거즈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진 못했다.

매년 꾸준히 2할대 후반의 타율과 2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하는 준수한 유격수로 명성을 떨치던 김선빈은 상무 전역 후 첫 시즌이었던 2017년 모두를 놀라게 하는 한 해를 보냈다. 137경기에 출전한 김선빈은 타율 .370 176안타5홈런64타점84득점을 기록하며 사상 초유의 '9번타자 타격왕'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김선빈이 타격왕의 기적을 쓴 2017년 타이거즈도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간판타자 중 한 명이었던 안치홍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KIA는 김선빈을 4년 총액 40억 원에 붙잡는데 성공했다. 윌리엄스 감독이 부임한 KIA는 올 시즌 안치홍이 떠난 2루 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숙제가 생겼고 윌리엄스 감독과 KIA구단이 내린 결론은 김선빈의 2루 변신이었다. 정든 포지션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10년 넘게 유격수로 활약했던 김선빈에게 포지션 변경은 체력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유격수의 부담을 털어버린 김선빈은 올 시즌 성적으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35경기에 출전한 김선빈은 타율 .354 45안타16타점18득점으로 2017년 이후 가장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루수 자리에서 실책을 단 하나만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새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오는 낯가림도 전혀 없다. 김선빈은 2일 한화전에서도 올 시즌 4번째 3안타 경기(4안타는 2회)를 만들며 1번타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6월까지 주로 2번타자로 활약하던 김선빈은 7월에 열린 두 경기에서 1번타자로 출전해 9타수6안타(타율 .667)의 맹타를 휘들렀다. 작년 시즌 도루왕 박찬호로 시작된 윌리엄스 감독의 '1번타자 실험'은 김호령을 거쳐 이제는 베테랑 김선빈에게 차례가 왔다. 3할대 중반의 고타율과 장타율(.433)보다 더 높은 출루율(.442)을 기록하고 있는 김선빈은 현재까지의 성적만 보면 모든 감독이 원하는 이상적인 1번 타자의 조건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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