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리꾼> 포스터

영화 <소리꾼> 포스터 ⓒ (주)리틀빅픽처스


 
예로부터 민족의 음악 판소리에는 한(恨)의 정서가 깊게 배어 있다. 혹세무민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이 근심을 잊어 보고자 했던 수단이었고, 구전되던 말이 몸짓과 만나 구연되는 우리나라 고유의 소리기도 하다. 판소리는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라는 뜻의 '판'과 노래를 뜻하는 '소리'가 합쳐진 말이다. 17세기 서남지방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는 판소리는 한 명의 소리꾼(가수)과 고수(북 치는 사람)가 만들어 내는 말(아니리)과 노래(창), 몸짓(발림)이 어우러진 즉흥적인 종합예술이다.

구전으로 전해지다 19세기 말경 문학적으로 다듬어졌으나 소리꾼과 청중의 적극적인 참여로 완성되는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지금으로 따지면 창작자와 대중이 소통을 통해 작품을 같이 다듬어가는 형식이다. 창작자가 예술적 권위를 홀로 지키기보다 대중과 직접적인 소통으로 협업하는 것으로, 예술적 의미가 크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소리꾼>이다.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빠진 심청 이야기는 효(孝)와 권선징악으로 대표되는 민초들의 이야기 중 하나다. 영화는 5대 판소리 중 하나인 심청가를 변주해 누구나 다 알지만 잘 모르는 판소리의 유래를 알기 쉽게 대중에게 소개한다. 주인공 심학규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심청가'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객과 함께 한다.
 
 영화 <소리꾼> 스틸컷

영화 <소리꾼> 스틸컷 ⓒ (주)리틀빅픽처스

 
원래 심청가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비 문학이라 사람에 따라 약간의 각색이 들어간다. 따라서 판소리 심청가와 심학규가 자신의 이야기를 접목해 들려주는 심청가 이렇게 두 가지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익히 알고 있는 심청가를 비틀어버린 스토리텔링 기법이 현대에도 무난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영조 10년. 백성을 못살게 구는 탐관오리의 착취, 인신매매 조직 자매단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소리꾼인 심학규(이봉근)가 납치된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아 눈먼 딸 청이(김하연)와 조선팔도를 떠돈다. 언제 끝날지 모를 모험에 장단잽이(박철민), 땡중(임성철), 보부상(김병춘) 그리고 몰락 양반(김동완)과 그의 시종(김강현)이 합류하며 광대패가 결성된다. 그들은 각기 다른 곳에서 모였지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엮인다. 힘들 때는 함께 돕고 슬픔은 함께 나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어려운 처지에도 서로를 살뜰히 챙기며 청이를 돌본다.

청이는 친구 같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소리가 누구보다도 좋았던 아이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앞이 잘 보이지 않자 그 소리를 보고 싶은 절실함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다. 가난하지만 서로를 극진히 사랑했던 심학규도 아내가 사라지자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결핍이 한(恨)과 결합되어 심도를 더한다. 조선을 유랑하며 이야기에 살을 붙여 만든 즉흥 판소리가 저잣거리에 울려 퍼진다. 아내를 찾고 싶은 마음이 소리로 승화되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신명나는 해학과 구슬픈 가락이 펼쳐지자 민초들의 힘겨운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영화 <소리꾼> 스틸컷

영화 <소리꾼> 스틸컷 ⓒ (주)리틀빅픽처스

 
영화 <소리꾼>은 우리나라 최초 판소리 뮤지컬 영화이자 로드무비다. 따스한 가족애(愛)와 애완이 느껴지는 음악을 통해 분열된 조선팔도를 아우르는 화합의 기폭제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캐릭터가 주인공이라기보다 음악, 판소리가 주인공인 영화다. 감독은 실제 고수로 활동하며 28년간 국악에 깊은 열망을 품은 <귀향>의 조정래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K컬처의 인기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확인시켜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심청가'를 현재적으로 해석하며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 우리나라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판소리를 소재로 뮤지컬 형식을 띤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젊은 세대에게 낯선 판소리를 더 가깝게 만들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구성은 참신하나 단순하고 안정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아쉬운 이음새에도 불구하고 심청가 완창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이 가슴 절절한 소리는 실제 명창인 이봉근이 있어 가능했다. 연기에는 처음 도전하는 국악인 이봉근을 중심에 두고 듣는 영화로는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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