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8시 DGB 대구은행 파크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8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 대구FC의 경기에서 대구 세징야가 골을 넣은 뒤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21일 오후 8시 DGB 대구은행 파크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8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 대구FC의 경기에서 대구 세징야가 골을 넣은 뒤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1 대구 FC의 외국인 선수 세징야가 최근 한국 귀화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축구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브라질 출신의 세징야는 2016년 대구에 입단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고 올시즌까지 K리그 통산 131경기에서 47골 39도움, 올 시즌에도 6골 3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하고 있는 '특급 외국인 공격수'다.

세징야는 예전부터 꾸준히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귀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국내 축구팬들 역시 세징야의 귀화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세징야가 귀화를 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세징야에 대한 특별 귀화를 요청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세징야가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경우 태극마크를 달고 축구대표팀에서 활약하기를 기대하는 반응도 많다.

한국 축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귀화는 이제 그리 낯설지 않다. 과거 소련 출신으로 1992년 성남 일화축구단에 입단한 골키퍼 신의손(사리체프)을 비롯하여, 이성남(데니스), 이싸빅(싸빅), 마니치(마니산) 등이 한국 귀화를 이룬 바 있다. 그러나 귀화 출신 선수가 태극마크를 단 사례는 아직 없다.

몬테네그로 출신으로 인천과 성남 등에서 뛰었던 라돈치치, 전북에서 활약한 브라질 출신의 에닝요 등이 한국 귀화에 대한 가능성이 거론되었지만 결국 성사되지는 않았다. 당시 이들은 국가대표 발탁을 전제로 한 특별 귀화 가능성이 거론되었으나 추천권을 가지고 있던 대한체육회는 한국 문화 적응 등을 이유로 불허한 바 있다.

세징야의 귀화 이슈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귀화의 현실적인 가능성이다. 세징야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일반귀화와 특별귀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에닝요나 라돈치치의 전례를 보면 특별귀화는 당장 가능성이 낮다. 농구나 아이스하키 등에서 특별귀화가 허용된 사례가 있지만 당시에는 중요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의 전력강화에 기여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일반귀화는 좀더 시간이 걸린다. 세징야는 이미 5년간 한국에 거주했기 때문에 일반귀화 요건은 충족한 상태다. 문제는 한국어 능력시험과 면접을 통과해야하는데, 세징야의 한국어 수준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귀화의 진정성이다. 선수 본인이 한국과 한국생활에 대한 애정 때문에 자발적으로 귀화를 생각했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발탁을 전제로 한 귀화는 별개의 문제다. 본인이 노력해서 스스로 일반귀화 자격을 획득한다면 모를까. 굳이 구단이나 협회 차원에서 특별대우까지 해가면서 세징야의 한국 국적 조기 취득을 위하여 나서야할 필요는 없다.

물론 최근 세계축구에서 귀화 선수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추세다. 이웃나라인 중국만 해도 자국 선수들의 수준에 한계를 절감하고 전력보강을 위하여 국가정책으로 귀화선수 영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 축구강호인 프랑스나 독일 등은 이민자 2세대들을 중심으로 한 대표적인 다국적팀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축구도 아직 귀화선수가 태극마크를 단 사례는 없지만, 과거처럼 보수적인 순혈주의에 집착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축구는 농구나 아이스하키와는 사정이 다르다. 굳이 귀화선수를 영입해서라도 대표팀의 전력을 강화시켜야할만큼 상황이 다급한 것도 아니다. 귀화하더라도 무조건 태극마크가 보장되는 게 아니라 국내 선수들과 공정하게 경쟁을 거쳐야한다.

마지막으로 세징야의 귀화가 정말 성사된다는 전제하에, 대표팀에 승선한다면 과연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세징야는 공격형 미드필더부터 윙어, 최전방 공격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자원이지만 '대구에로'(세르히오 아구에로/맨시티)라는 별명처럼 골잡이로서 최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일부 축구팬들은 벌써 세징야와 손흥민이 투톱을 이루는 행복한 장면을 상상하기도 한다.

세징야의 기량은 기존 대표팀의 국내 공격자원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러나 대표팀이 공격수 기근에 시달리던 6~7년 전이라면 모를까, 현재 세징야가 뛸 수 있는 최전방과 2선 모두 대표팀에서도 가장 선수층이 두텁고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 됐다. 손흥민 외에도 황희찬, 황의조, 이청용, 이재성, 권창훈, 김신욱, 나상호 등 자원들이 차고 넘친다. 최근 벤투호에서는 주춤하지만 지동원이나 석현준, 이정협, 유망주인 이승우-오세훈 등도 주목할 만한 자원들이다.

세징야가 가세한다면 대표팀의 전력에 보탬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사령탑인 벤투 감독이 세징야의 기량이나 귀화선수에 대하여 어떤 의중을 가지고 있는지도 변수다. 세징야의 나이(89년생)를 고려할 때 귀화한다고 해도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하며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길어야 2년 내지는 3년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은 순리대로 가는 것이 정답이다. 세징야 본인의 귀화 의지가 분명하다면 절차대로 차근차근 준비하여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된다. 과정이 다소 길고 복잡해질 수는 있지만, 한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고 태극마크를 달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그 정도의 수고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대표팀 발탁이나 활용 문제는 그 이후에 벤투 감독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주변에서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 필요 없이 세징야 스스로의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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