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스틸 컷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스틸 컷 ⓒ tvN

 
가족 해체의 시대다. 연간 11만 쌍의 부부가 헤어진다. 꼭 이혼만이 아니다. '졸혼(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처럼 법적 장치를 거치지 않고 부부가 자유로워지는 새로운 형식도 등장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결혼 적령기에 도달한 젊은이들은 더 이상 결혼을 인생에 꼭 필요한 통과 의례로 여기지 않는다. 또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가족의 형태는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이렇게 '가족'의 존재 자체가 의문시되어가고 있는 요즘,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아래 가족입니다)는 역설적인 방식으로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이제 절반을 넘어서 절정에 이른 드라마는 가족 저마다에게 숨겨진 비밀을 드러내며 가족의 한계, 가족의 끝을 묻는다.  
 
비밀은 없다
 
야밤에 산에 오르다 넘어져 머리를 다친 뒤 스물두 살 시절만을 기억하는 아버지 김상식(정진영 분)씨가 어머니 이진숙(원미경 분)씨에게 제일 먼저 확인한 건 바로, 그리도 애지중지 키웠던 큰 딸 은주(추자현 분)가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은주 본인도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아이들의 얼굴조차 모르는 '스물두 살' 아버지가 확인 차 은밀하게 한 이 질문을 그만 막내 지우(신재하 분)가 듣고 만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자신이 들었던 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막내는 그 사실을 가족과 같은 형 찬혁(김지석 분)에게 털어놓는다. 그 때만 해도 그저 막내만의, 가슴 터질 것 같은 비밀이었다. 
 
하지만 그 비밀은 스물두 살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추억 순례 여행에 동참한 둘째 은희(한예리 분)를 강한 의혹을 몰아넣는다. 아버지는 분명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나란히 서 있는 그 사진을 찍은 날 처음 손을 잡았고 프러포즈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당시 어머니의 뱃속에는 이미 큰 딸 은주가 있었던 것이다.
 
은희의 기습적인 질문에 엄마 진숙씨는 수습은커녕 망연자실한다. 은희는 그 모습을 보며 진실에 한 발 다가서게 되고, 당사자인 언니에게 그 사실을 알릴 것을 종용한다. 결국 엄마 진숙씨는 큰딸 은주에게 고백한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가진 21살의 여자가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길을. 
 
은주가 아버지의 친딸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가족 구성원들의 감정을 바꿔버린다. 지금까지 자기중심적이며 어머니에게 횡포에 가까운 태도를 보인 아버지로 인해 늘 어머니의 편이었던 은희는 어쩐지 아버지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반면 자신을 편애하다시피 아꼈던 아버지의 자부심 넘치는 큰 딸이었던 은주는 지금까지 어머니에게 보인 아버지의 태도가 자신을 볼모로 삼은 정신적 폭력이라 느끼며 분노한다.
 
'여전히 우리는 가족이며 형제'라 하지만 은희와 지우는 어머니와 은주에게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고, 은주는 이제 더는 자신이 이 집의 가족일 수 없음을 선언한다. 어머니의 졸혼 선언에 이어 가족은 다시 한 번 폭풍을 만나게 된다.
  
가족은 무엇일까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스틸 컷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스틸 컷 ⓒ tvN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족들을 불러 모은 아버지는 오래전 자신이 저지른 교통사고를 고백한다. 당시 보험을 들지 않아 엄청난 보상금은 물론, 구속이 될 뻔 한 그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사고로 다친 아이를 수십 년 동안 '자식'처럼 돌보아 왔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제 홀가분하게 집을 나서겠다는 아버지의 의도는 식구들에게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자식'처럼 돌보아왔던 그 '피해자'가 아버지 상식을 애틋하게 여기는 것과 달리, 아들인 지우는 과거 바깥으로 돌았던 아버지로 인해 아버지의 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며 설움을 폭발시킨다.
 
어머니는 더하다. 그토록 자신과 아이들을 끔찍하게 사랑해 주던 남편이 어느 날인가부터 서릿발처럼 차가워졌다. 그 시절 이래, 어머니 진숙씨는 남편을 견디며 아이들만 바라보고 살았다. 그 당시 어머니가 본 아버지는 어디 밖에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들어 놓은 사람인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이제 와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용납할 수 없다. 당시 남편이 자신과 단 한 번도 상의하지 않은 채 홀로 그 일을 짊어져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 아버지를 향해 큰 딸 은주는 "왜 함부로 사람을 책임지려 했냐"고 냉정하게 반문한다. 그 질문에는 아버지가 홀로 모든 것을 짊어지며 가족을 소외해 왔던 시간이, 그리고 그 교통사고만이 아니라 자신을 가진 어머니를 책임지려 하며 아버지가 느꼈던 '소외의 시간'에 대한 힐난이 담겨져 있다.
 
은주는 결국 '커밍아웃'을 한 남편에게 이혼을 하자고 말한다. 인기를 끌었던 <부부의 세계>처럼 지금까지 대부분의 가족 드라마들은 불륜이나 외도 등을 가족 해체의 주요인이라 말해왔다. 그런데 <가족입니다>는 그런 '사건'을 넘어 가족의 본질을 묻는다.
 
드라마는 인물들이 저마다 홀로 짊어졌던 책임의 무게를 드러내며 '과연 그렇다면 가족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드라마는 자신의 모든 상황을 온전하게 나누지 않는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의 모습과 피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가족보다 더 가족과 같은 친구 등을 통해 '가족은 어떤 의미로 존재해야 하는가', '가족은 존재할 수 있을까'란 어렵고도 어려운 질문을 연속해 던진다. 이 묵직한 질문에 요즘을 사는 당신과 나, 우리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그래도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일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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