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왈로우> 포스터

<스왈로우> 포스터 ⓒ 왓챠

 
스왈로우( swallow )는 음식 등을 목구멍으로 삼키다, 초조함에 마른 침을 삼키다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타동사에서의 swallow는 다른 대상을 완전히 가리다 또는 집어삼키다 라는 뜻을 지닌다. <스왈로우>는 목구멍으로 물건을 집어삼키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누군가에 의해 집어삼켜진 그녀의 삶을 조명한다.  

헌터는 대저택에서 젊고 잘생긴 남편과 산다. 남편 리치가 아버지의 회사에서 승진한 기분 좋은 날, 헌터가 임신을 하게 되며 겹경사를 누린다. 헌터는 모빌을 달고 아기 침대를 사는 등 엄마가 될 준비 중이다. 헌데 출산을 기다리는 그녀에게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음식이 아닌 물건을 입에 가져다 대고 먹는 이식증 증세를 보이는 것이다.   

병원에서 초음파로 뱃속의 아기를 보던 중, 의사는 뱃속의 온갖 조그마한 물건들을 발견하고 당황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리치와 리치의 가족들은 헌터를 위해 값비싼 상담치료와 선물을 준비하는 등 최선을 다한다. 완벽한 남편에 친절한 시댁에, 부족할 것 없는 헌터에게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작품은 헌터가 입에 삼키는 물건들을 통해 왜 그녀가 이식증을 호소하는지 보여준다.  

이식증 증세 호소하는 그녀
 
 <스왈로우> 스틸컷

<스왈로우> 스틸컷 ⓒ 왓챠

 
그 첫 번째 장면은 남편과 시댁식구들과 식사하는 자리다. 이들은 헌터의 임신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였다. 헌터가 시부모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창 하는데 시아버지는 신나게 이야기하던 헌터의 말을 자른다. 그리곤 리치에게 사업 이야기를 꺼낸다. 순간 대화에서 소외된 헌터는 얼음을 으깨 먹는다. 얼음의 냉기는 입가를 얼어붙게 만든다. 얼음을 입에 넣고 있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이는 가정에서 헌터가 겪는 소외를 의미한다. 헌터가 입으로 삼키는 물건들은 영화가 보여주는 상황에 따라 각기 의미를 지닌다. 임신 후 헌터가 삼키는 건 구슬이다. 구슬은 바닥에 굴리면 계속 굴러가는 속성이 있다. 헌터가 이 가족의 일원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구슬처럼 주변에서 굴러다닌다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는 두 번째 장면에서 더욱 심화된다. 헌터는 출근을 앞둔 리치의 넥타이를 잘못 다림질한다. 리치는 어설픈 미소와 함께 다른 넥타이에 이 와이셔츠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옷을 벗는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아내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다. 리치가 가고 청소를 하던 헌터는 압정을 발견한다. 그녀는 혀와 식도를 다쳐가면서 압정을 삼키려고 한다.    
 
 <스왈로우> 스틸컷

<스왈로우> 스틸컷 ⓒ 왓챠

 
압정은 청소기에 걸리면서 청소를 방해한다. 헌터는 리치 가족에게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래서 그녀는 압정을 삼켜야만 한다. 그 날카로운 상처를 품으면서 자신을 숨겨야만 하는 게 헌터에게 주어진 임무다. 이 넓은 저택에서 헌터의 삶은 없다. 그녀는 밤늦게 찾아온 남편의 친구들을 대접해야 하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시어머니를 애정 많고 친절한 사람으로 여겨야만 한다. 헌터가 어떻게 해서든 물건을 집어삼키려 하는 행위는 그녀가 이 집안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우회적으로 나타낸다. 

시어머니와의 대화에서 그녀는 한때 캘러그라피를 꿈꿨으나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 이루지 못했다며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이에 시어머니는 꿈을 이루지 못했기에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이 대화를 통해 사랑보다는 동정에 가까운 그녀를 향한 가족들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스왈로우> 스틸컷

<스왈로우> 스틸컷 ⓒ 왓챠

 
세 번째 장면은 시리아 난민 출신 경호원의 등장이다. 시부모는 이식증 증세를 보이는 헌터를 감시하기 위해 경호원을 고용한다. 경호원은 헌터에게 육체적인 고통을 느끼지 못해 이식증 증세를 보이는 거라며 배부른 투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헌터를 가까이서 바라보게 되면서, 그는 그녀가 느끼는 외로움과 고통에 점차 공감한다.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남편, 그녀를 소유물처럼 대하는 시댁 식구들, 욕망이 가득 모인 저택 안에서 정작 자신의 욕망은 내비칠 수 없는 헌터에게 말이다.

영화는 무언가를 삼키는 행위를 통해 욕망을 이야기한다. 헌터의 욕망은 사랑이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녀는 남편과 그의 가족을 통해 행복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구도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걸 그녀는 알게 된다.   

<스왈로우>는 '삼키다'라는 행위를 통해 욕망에 대해 말한다. 리치는 헌터를 집어삼키고자 하고, 헌터는 자신을 삼키고자 한다. 리치의 통제에 순응하고자 하지만 헌터의 내면은 말한다.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이 영화는 현대인이 추구하는 정체성과 자유 그리고 행복의 문제를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르적 매력으로 풀어냈다. 전반부에는 호기심의 자극을, 후반부에는 충격적인 진실과 결말을 도출하며 찝찝한 뒷맛을 남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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