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북한이 2018년 판문점 선언을 통해 탄생한 남북 화해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앞선 6월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금강산-개성공업지구를 철거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폐쇄하겠다고 예고한 결과였다.

6월 28일 방송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남북관계, 자극에만 끌리는 언론의 MSG 보도' 편은 남북의 긴장 관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언론이 한반도 상황을 얼마나 제대로 분석하고 보도했는지 살펴보았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문을 발표한 다음날부터 국내 언론의 북한 관련 보도량은 크게 늘었다. 6월 5일부터 6월 16일까지 9대 일간지(경향싱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와 3대 경제지(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의 보도량을 살펴보면, 키워드를 '북한'으로 했을 경우에 총 888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날인 17일부터 24일까지의 보도량은 1202건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입장부터 차분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까지 언론사별로 온도차는 존재했다. 하지만, 어떤 공익성도 보이지 않는 보도들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예가 TV조선 <신통방통>의 6월 18일 방송분이다.

6월 18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파렴치의 극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면서 "서울 불바다설"을 언급하자 <신통방통>은 과거 북한 선전 매체가 만들었던 서울 공격 시뮬레이션 영상을 방송에 넣었다. 이에 대해 장용훈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는 시청자의 불안 심리만 한층 더 고조시키는 보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불바다 시뮬레이션은 북한이 2016년 핵실험을 하고 난 뒤에 대충 이런 방식으로 핵폭발이 일어날 것임을 CG로 만든 영상이에요. 그런데 (북한의 대남 강경) 발언이 있을 때 같이 붙이면 TV를 보는 시청자나 글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 굉장히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죠. 물론, 중요하게 보도하는 건 할 수 있지만, (보도나 기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것을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이번 남북 갈등의 불씨가 되었던 건 대북 전단이다. 대북 전단 살포를 둘러싼 국내 언론의 보도는 어땠을까? 중앙일보 <文사진에 담배꽁초 넣은 北…통합당 "대한민국을 모독한 것">(2020.6.21.) 등 대다수 언론은 북한의 대남 전단 살포를 비판했다.

일부 언론은 대북 전단 살포를 놓고 과거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그렇다. 중앙일보 <[사설]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정부의 '대북 전단 금지법' 발상>(2020.6.5.), 조선일보 <[사설] 청와대가 뭉개버린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감>(2020.6.5.)은 '굴종', '화들짝 놀라' 등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정부를 비판하고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옹호했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계 정권 당시에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 이명박 정권 때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 시에 군사적 타격이 있을 거라 경고하자 중앙일보는 <공개적인 대북 풍선 날리기는 부적절>(2012.10.24.)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4년 10월에 전단 살포 문제로 총격전이 벌어지자 조선일보는 <대북 전단 살포가 '남남 갈등' 불씨 되지 않도록 해야>(2014.10.13.)에서 무분별한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해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지향에 따라 다른 잣대를 대며 기사를 썼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조선일보 <"감히 우리 문프 얼굴에…" 文지지자들 北에 부글부글>(2020.6.21.)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표면적으론 대남 전단을 강하게 비난한 여권 지지층의 반응을 전한 기사지만, 내용을 보면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가 어디인지, 글을 적은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등 기준과 근거가 불분명할 따름이다. "북한에 호의적이었던 '문빠'들"이라고 적은 대목은 눈을 의심케 한다. 공익성은 고사하고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한꺼번에 조롱하고 있다.

조선일보 <北의 도넘은 막말 "문재인, 역대 대통령들보다 훨씬 멍청이">(2020.6.16.)도 모욕과 과대포장을 목적으로 작성된 기사다. 북한의 조평통 기관지인 '우리민족끼리'에 올라온 독자감상문(일종의 댓글)을 마치 북한의 공식 입장인 양 헤드라인으로 뽑아 대통령을 조롱하자 다수 언론이 이것을 받아쓰며 확산시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게 언론의 정도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우리민족끼리'의) 댓글도 댓글이지만, 우리 언론의 기사를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제목의 주어를 '우리민족끼리'의 댓글이 아니라 '북한'이라고 표현하면서 원색적인 댓글 내용 그대로 달아 보도했습니다. 이런 식의 보도가 언론의 정도라고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일부 언론은 아무 생각 없이 '받아쓰기'에 열중했다. 중앙일보 <'대북전단 대응', 하태경 "北엔 찍소리못하고"…이재명 "무책임하게 찍찍거려">(2020.6.18.), 조선일보 <김근식, 이재명지사에 "북한 대하듯 가족도 대했다면">(2020.6.20.), 세계일보 <보수인사 "이 지사 집 근처서 대북 전단 살포" VS 이재명 "분탕질로 자유 훼손, 책임 물어야">(2020.6.21.) 등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SNS상에서 벌인 설전을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옮겼다. 무엇을 쓰고, 쓰지 말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았다.

'김여정 하명법' 논란도 마찬가지다. 지난 5일 미래통합당 신원식 의원, 지성호 의원, 서정숙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여정 말 한 마디에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며 "우리 국민을 협박하고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서 입도 뻥끗 못 하고 오히려 '김여정 하명법'을 만들겠다고 하니 참담할 뿐"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통합당 "대북 전단 금지법은 '김여정 하명법'…참담할 뿐">(2020.6.5.), 연합뉴스 <통합, 대북전단금지법에 "北 김여정 하명법은 위헌">, 세계일보 <野 "북한에 입도 뻥끗 못하고 '김여정 하명법' 만들겠다고 하니 참담"> 등 대다수 언론은 '김여정 하명법'을 그대로 받아썼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이미 답이 정해진 보도라고 비판한다.

"대부분의 보도가 '김여정 하명법'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거나, 이것을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하는 게 맞는지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이런 식으로 답이 정해져 있는 보도들이 나오는 것이 굉장히 불편합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받아쓰기, 따옴표 저널리즘은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논란에서도 나타났다. 회고록을 입수한 언론들은 '트럼프와의 회담은 김정은이 아닌 정의용이 제안했다', '판문점 회동 당시 트럼프도 김정은도 문 대통령의 동행을 원치 않았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남북 핫라인이 작동을 안 한다고 고백했다' 등 일방적인 주장을 앞다퉈 인용 보도로 쏟아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을 '조현병 환자'에 비유한 망언까지 그대로 보도했다.

성급하게, 또는 자기 입맛대로 인용하다 보니 보수 언론끼리 하나의 문장을 놓고 완전히 다른 논조로 평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조선일보 <[사설] 韓 정권 '창조물'이라는 트럼프·김정은 '가짜 춤판'>(2020.6.20.)과 문화일보 <'거짓'으로 미·북 중재했나> (2020.6.22.)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북한에 각각 잘못된 정보를 주고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반면에 한국경제 <볼턴 회고록서 드러난 청와대의 저자세 외교>(2020.6.22.)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했던 한반도 운전자론이 당사국인 미국과 북한 양쪽에서 환영받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언론의 조급증을 지적한다.

"조선일보, 문화일보는 대한민국이 혼자 앞서갔다, 오히려 거짓말이나 허위를 조장했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문화일보) 칼럼을 보자면 거꾸로 얘기하고 있어요. 우리가 너무 저자세로 나가고 있고 소외당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요. 왜 같은 텍스트를 두고 정반대의 해석이 나오는지. 언론 소비자에게 대단한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북한은 우리 삶과 뗄 수 없는 한 핏줄이다. 동시에 평화를 위협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그런 만큼 신중하고 면밀히 상황을 분석하는 언론의 자세가 필요하다. 앞으로 언론은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도해야 할까?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자극적인 중계식 보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당부한다.

"(정부와 언론 모두) 신중한 메시지 관리가 굉장히 필요합니다. 특히 북한이 대남 강경 행동을 하겠다고 예고했다가 보류를 한 상태거든요. 우리 정부의 대응도 신중해야 하지만, 언론도 이것을 자극적으로, '보류가 언제 깨질까'라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곤란합니다). 북한도 상당 부분 국내적인 여론을 읽거든요. 우리 언론도 이런 보류 국면에서는 조금 더 신중한 자세로 접근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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