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 영진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지역영화 교육허브센터 운영 사업이 심사 논란에 휩싸였다. 심사를 통해 독립영화협의회가 사업자로 결정됐으나 영진위가 심사과정에 하자가 있다며 문제 삼았고, 결국 재심사를 통해 미디액트를 새로운 사업자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독립영화협의회 측은 영진위의 재심 결정이 문제라며 반발했다. 처음 심사를 담당했던 심사위원장도 영진위의 결정이 도리어 심사의 공정성을 헤쳤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영화 교육허브센터 운영 사업은 영화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업으로 기존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을 민간에 위탁하는 것이다. 지난해 독립영화협의회가 미디액트와 경쟁 끝에 사업자로 선정됐다. 독립영화협의회나 미디액트 모두 오랜 시간 관련 업무를 해 왔기 때문에, 어느 쪽이 선정돼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을 만큼 두 단체의 역량 모두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의결과정에서의 문제제기 등으로 확정 보류

지난 4월 사업 내용이 공지된 후에 심사과정을 통해 2020년 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독립영화협의회였다. 하지만 9인 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심사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최종 확정되지 못하고 보류됐다. 이후 재심사를 거쳐 29일 미디액트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영진위 심사운영세칙에 따르면 '심사위원회가 결정한 지원대상은 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최종 지원대상으로 확정'하게 되어있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회의 고의 및 부주의에 의하여 심사결과에 하자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재심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심사위원회의 고의 및 부주의가 확인되면 세칙에 따라 재심을 요청하는 것이 원칙이다.
 
9인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심사결과를 두고 영진위 내부 입장은 엇갈렸다. 

지난 5월 15일 열린 9인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영진위 김혜은 변호사는 "사업수행능력에 대한 평가가 결국 '기동성과 연속성'이라는 단편적인 총평으로만 남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심사회의록 등을 검토했을 때 심사위원들이 특별히 심사기준에 어긋난 심사를 하였거나 그 과정에 명백한 고의나 부주의가 있는 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심사 자체가 주관적인 영역이라 부주의를 규명하기 까다로운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심사총평 표현이 모호하고 심사기준에 딱 맞게 작성되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점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향후 심사총평을 작성할 때 심사기준에 대한 구체적 평가를 포함시켜 작성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준다든지, 심사 제도를 개편하면서 심사기준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완한다든지 하는 개선방안을 마련해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영진 영진위원은 "심사 내용에서 강점으로 평가된 점은 합리적이라 보기 힘들다"며 총평에 나온 '연속성, 기동성이 높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심사평가 기준에 없는 애매한 표현들"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1월 새로 구성된 영진위 9인위원회. 왼쪽부터 김영진, 모지은, 김난숙, 김여진 영진위원, 박양우 문체부 장관, 오석근 영진위원장, 최재원, 유창서, 문재철, 오성윤 영진위원

지난 1월 새로 구성된 영진위 9인위원회. 왼쪽부터 김영진, 모지은, 김난숙, 김여진 영진위원, 박양우 문체부 장관, 오석근 영진위원장, 최재원, 유창서, 문재철, 오성윤 영진위원 ⓒ 문체부

 
하지만 영진위가 안건의 재심사를 결정한 진짜 이유는 처음 제기된 심사 총평이 아닌 심사위원 구성 문제였다.
 
유창서 영진위원은 "심사 운영세칙에 심사위원 구성요건에 영상문화 2인, 영화연출(독립/다큐) 1인, 영화제작기술 1인, 영화학계/평론 1인으로 돼 있는데 영화제작기술 1인에 프로듀서가 들어갔다"며 "기술과 관련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어서 심사위원 구성요건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영진위 이용선 영화문화팀장은 "영화제작기술 분야가 아니고, 영화제작 분야여서"라고 설명했으나, 유창서 영진위원은 "세칙에 '제작기술'로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사운영세칙과 어긋나게 사무국에서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심사결과를 확정짓는 결정을 내릴 때 이 점을 고려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인지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재철 영진위원은 "만약 영화제작기술 때문에 심사위원 선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려면, 영화제작기술의 개념이 무엇인지에 명확하게 나와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유창서 영진위원은 "위원회에서 다시 법률 검토를 해서 유권해석을 받아서 제작기술 분야의 사람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하면, 위원회 사무국의 심사위원구성 세칙 위반으로 무효하다고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난숙 영진위원도 "이 심사는 심사위원회가 심사를 잘못한 부주의가 있고 심사결과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영진위 주성충 지원사업본부장은 "위원회는 현재 영화제작, 영화제작기술 군을 별도로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고 나눠져 있기 때문에, 유창서 위원님께서 제안하신 검토를 한 번 해 봐야 되는 게 타당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해당 사업을 관할하고 있는 김현수 정책사업본부장도 "지적해 주신 점을 확인해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를 토대로 영진위는 재심사를 결정했다. 
 
"영진위 스스로 심사의 공정성 헤쳐"
 
하지만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남태우 대구경북시네마테크 대표는 영진위가 심사결과를 문제삼은 것은 "꼬투리 잡기식"이라며 "영진위 스스로가 심사의 공정성을 헤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남 대표는 "'기동성과 연속성'이라는 심사총평을 문제 삼던데, 연속성은 심사 기준에 나와 있고, (독립영화협의회가) 앞서 6개월 정도 사업을 진행했고 바로 사업을 시행할 수 있을 만큼 이미 준비돼 있는 상태기에 기동성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며 영진위의 문제제기를 반박했다. 

남 대표는 또한 "심사위원에 제작기술이 안 들어가서 문제라고 하는데 제작 쪽도 기술을 전혀 모르는 게 아니지 않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남 대표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달랐지만 깊이 있게 논의했고 표결까지 가지 않고 최종적으로 결과가 조율된 것인데, 아무 문제 없는 심사를 9인위원회가 억지로 문제 있는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영진위는 내부적으로 법적 소송까지 각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영진위 관계자들은 "'연속성'은 항목에는 없으나 심사위원들마다 각자 해석이 다르다"며 "그렇다고 처음 심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만 "9인위원회에서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공개된 부분 외에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일부 심사에 문제를 제기했던 영진위원들과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독립영화협의회 측은 "심사위원들의 선정 결과와 평가 및 항목별 배점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이전 정권의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상황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심사를 한다고 할 때 이미 결정이 바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며 "이런 식으로 결정할거면 굳이 공모를 할 필요도 없는데, 들러리를 세운 것 같다"고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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