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TV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지상파 TV (KBS-MBC-SBS-EBS-지역민방)만 하더라도 2000억원대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코로나19 영향으로 광고 매출이 4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 바 있다(지난 4월 2일 방송협회 조사 기준) . 
 
MBC <끼리끼리>, <부러우면 지는거다> 처럼 1% 전후의 민망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예능이 다수 등장할 만큼 많은 프로그램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장기간 방영되던 예능들이 인기 하락세 속에서 프로그램 폐지라는 운명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 것 또한 눈에 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백종원, 유재석으로 대표되는 지상파 예능들이 선전하고 있는 건 박수받을 만하다.  

반면 지상파 약세를 틈타 종편이 다채로운 시도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촬영이 사라지고 방청객이 사라지는 등 기존 예능환경이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올 상반기 예능의 이모저모를 정리해봤다.

신흥 미디어 선두주자 '유튜브'
 
 유튜브를 적극 활용한 기획으로 관심을 모았던  tvN 숏폼 예능 '마포멋쟁이'.

유튜브를 적극 활용한 기획으로 관심을 모았던 tvN 숏폼 예능 '마포멋쟁이'. ⓒ CJ ENM

 
기존 TV 매체를 위협하는 신흥 미디어로 손꼽히는 유튜브를 적극 활용한 예능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케이블과 종편을 중심으로 한 기존 방송국들은 하이라이트 영상, 다시보기, 예고편 소개 같은 단편적 활용에서 벗어나 유튜브를 통해 기획물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신서유기 외전 : 아이슬란드 간 세끼>를 통해 이른바 '숏폼 예능'의 가능성을 타진했던 tvN과 나영석 PD는 올해 들어 더욱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강호동의 웹 예능 도전으로 화제를 모은 <라끼남>, 송민호와 절친 피오가 주측이 된 <마포멋쟁이>, 젝스키스를 전면에 내세운 <삼시네세끼> 등은 10분 미만의 TV 본방송과 유튜브 방영이란 파격 편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기존 TV 예능의 세계관을 웹 예능으로 확장시키는 시도도 있었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고정 출연자 김민경과 유민상은 각각 <운동뚱>, <잡룡이십끼> 등을 선보이는가 하면 JTBC 역시 자사 인기 예능 <뭉쳐야 찬다>의 번외편으로 <감독님이 보고계셔 오싹한 과외>를 10분짜리 TV용 선공개와 유튜브 풀버전 공개로 제작해 관심을 모았다. 

사라진 해외 촬영과 사라진 방청객
 
 코로나 여파로 인해 '윤식당' 같은 해외 촬영 예능 제작이 대거 중단되고 말았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윤식당' 같은 해외 촬영 예능 제작이 대거 중단되고 말았다 ⓒ CJ ENM

 
지난 수년간 해외 촬영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 같은 존재였다. SBS <정글의 법칙>,  tvN <꽃보다 OO> 시리즈를 비롯해서 <윤식당>, <짠내투어>, <현지에서 먹힐까>, JTBC <비긴 어게인> 등 외국을 배경으로 담은 각종 예능은 방송사의 인기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몇달 사이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로 나가는 길이 사실상 막히다 보니 TV 예능의 큰 축을 담당했던 해외 여행 소재 예능도 자취를 감추게 됐다. 결국 국내 촬영으로 내용을 대체하는 등 각 방송사와 제작진은 돌파구 모색에 나서고 있다. 

반대로 외국인들의 한국 입국 역시 쉽지 않다 보니 세계 각지에서 우리 문화 체험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형식을 바꿔 장기간 국내에 체류중인 재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예능으로 방향을 선회하기도 했다. 

 
 지난 26일 방영된 KBS <뮤직뱅크>.  현재 지상파 및 케이블 각종 음악 프로그램들이 코로나 영향으로 인해 현재 무관객 촬영으로 제작되고 있다.

지난 26일 방영된 KBS <뮤직뱅크>. 현재 지상파 및 케이블 각종 음악 프로그램들이 코로나 영향으로 인해 현재 무관객 촬영으로 제작되고 있다. ⓒ KBS

 
공개 녹화의 필수요소였던 방청객 역시 TV 예능에서 사라졌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음악 방송은 관객 없이 제작되고 있다. KBS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를 비롯한 순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KBS <열린음악회>, <유희열의 스케치북>, MBC <복면가왕> 같은 다수의 음악 예능에서 비치는 '텅 빈 객석'은 더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관객과의 호흡을 중요시하는 공개 코미디도 무관객으로 녹화를 진행하다 보니 tvN <코미디빅리그>처럼 동료 개그맨들이 청중의 역할을 병행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장수 예능의 폐지
 
 지난 4월 막을 내린 KBS '해피투게더'

지난 4월 막을 내린 KBS '해피투게더' ⓒ KBS

 
KBS 2TV를 오랜 기간 지켜왔던 장수 예능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씩 종영을 맞이했다. 지난 4월, 19년간 목요일 밤을 유쾌한 웃음으로 책임졌던 <해피투게더>가 막을 내린데 이어 6월에는 21년 역사를 자랑해 온 <개그콘서트> 역시 폐지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 프로그램의 퇴장은 토크 예능과 공개 코미디의 퇴조라는 시대적 변화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청자들의 취향과 눈높이는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지만 제작된 내용물이 이를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외면당하고 만 것이다.   

예능 대세 백종원과 유재석
 
 외식 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

외식 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 ⓒ 더본코리아

 
SBS에게 외식사업가 백종원의 존재는 가뭄 속 단비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수요일과 목요일 밤을 책임진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을 통해 그는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비예능인으로서 수년째 TV무대에서 존재감을 꾸준히 유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엔 오랜만에 MBC로 복귀해 생방송 요리쇼 <백파더>를 선보이는 등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다채로운 '부캐'를 선보이는 유재석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다채로운 '부캐'를 선보이는 유재석 ⓒ MBC

 
지난해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유고스타, 유산슬 등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한 유재석이 올해는 유라섹, 닥터유, 유두래곤 등 다양한 '부캐'를 앞세워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린다G(이효리), 비룡(비) 등과 싹쓰리라는 혼성그룹을 구성해 활동에 들어간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비록 장수프로그램 KBS <해피투게더> 종영이라는 쓴 맛을 보긴 했지만 SBS <런닝맨>, JTBC <슈가맨3>, tvN <유퀴즈 온더 블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유재석은 올해도 예능 1인자의 면모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애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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