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시네마'는?영화평론가이자?인문학자인?안치용?한국?CSR연구소장이?영화에서?드러난?'테크'의?동향과?의미,?문명사적?향배를?살펴보는?코너입니다.?영화?속?'테크'와?영화를?만드는?데?동원된?'테크'를?함께?조명하여?영화와?'테크'를?보는?새로운?관점을?모색합니다.[기자말]
지난 4ㆍ15 총선이 끝나고 사람마다 선거 결과에 대한 감상 또는 촌평 같은 게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아무래도 주변에 정치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 모이다 보니, 선거 후에 이루어진 대화에서 공감하는 내용이 제법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꼭 당선하기를 바라는 명단 같은 것은 없었지만 내심 꼭 낙선하기를 바라는 기존 정치인의 명단 비스무리 한 것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처에 소금 뿌리는 행동은 하지 말자는 평소 생각에 따라 공개적으로 명단을 밝힌 적은 없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송파을에서 낙선한 최재성 전 의원은 앞서 언급한 '명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만 선거과정에서 최 의원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약한 이른 바 'AI 송파고'에는 흥미를 느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AI 송파고'는 '디지털 휴먼'이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AI 송파고'는 음성합성, 음성인식, 이미지 인식, 대화 모델링 등 솔트룩스라는 국내 IT기업이 보유한 다양한 인공지능(AI) 기술을 동원하여 개발됐다. 최재성 전 의원의 목소리 데이터를 '심층 신경망'(DNN)을 기반으로 학습(딥러닝)하여 실제와 매우 유사한 목소리를 구현하게 된다. 대화에 필요한 정보는 기존 의정활동 자료와 선거 공약, 그리고 유권자들이 궁금해 할 선거 관련 정보 등을 지식베이스로 구축하고 자연어 이해(NLU) 기술 등을 활용하여 'AI 송파고'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AI 송파고'와 대면하지 않아서 얼마나 자연스러운지는 개인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AI 송파고'는 그 용도를 감안할 때 자연스러움, 즉 최재성 의원과의 일치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유권자로 하여금 AI가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게 하면서 가능한 최대한 비슷하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디지털 휴먼'(기술)이 영화에 등장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자연스러움은 실사인지 아닌지를 눈치 채지 못할 정도가 돼야 한다. 적정이 아니라 극대화가 목표다.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 CG가 연기하는 첨단기술

4월 22일 개봉한 영화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에는 '디지털 휴먼' 기술이 대거 사용되었다. 영화에서 '디지털 휴먼'은 점차 사용범위를 넓혀가는 추세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고인이 된 스타나 극중 스타의 젊은 시절을 CG로 표현하는 데에 주로 '디지털 휴먼' 기술을 이용한다.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은 '디지털 휴먼' 기술 중에서도 첨단의 영역을 도입한 사례이다. 사토 신스케 감독은 "주인공인 이누야시키와 시시가미는 전신이 기계로 돼 있어서 '디지털 휴먼'에 의지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장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누야시키: 히어로 VS 빌런>은 일본의 유명 만화가 오쿠 히로야의 만화 <이누야시키>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선과 악을 대표하며 싸우는 두 주인공 모두 일종의 '기계인간'이다. 딱히 어떤 유형의 존재라고 규정하기 힘든 게 만화에서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이어서 지구상의 어떤 생명종과도 일치하지 않으며, 기존의 생명이란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기계와 생명체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초인 혹은 괴물이다. 인식은 인간의 인식이 탑재돼 있다.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에서 주인공의 몸이 변화한 모습

▲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에서 주인공의 몸이 변화한 모습 ⓒ 안치용

 
등이 하품 하듯 자연스럽게 갈라지면서 추친체가 튀어나오고 그 추친체에 화염을 달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실사로는 얻어낼 수 없다. 제작진은 실제와 같고 실감 나는 CG 영상을 얻기 위해 영화 제작 당시 미국과 대만에만 있던 '라이트 스테이지'라는 기계를 사용하기로 했다. '라이트 스테이지'는 일종의 스캐너로 인간 데이터를 360도로 캡처할 수 있다. '라이트 스테이지'를 사용하기 위해 제작진은 이누야시키 역의 배우 키나시 노리타케와 함께 대만으로 갔다. 키나시는 극중 캐릭터와 동일하게 똑같이 머리를 하얗게 하고, 목에 주름진 분장을 한 채 상반신을 스캔했다. 이어 피부 질감에서부터 머리카락 한 올까지 데이터화한 후, 그것을 토대로 CG로 된 이누야시키(키나시)를 구현했다. 키나시라는 배우와 키나시의 '디지털 휴먼'이 영화 안에 공존하는 셈이다.

CG캐릭터, 즉 '디지털 휴먼'의 표정과 동작을 구현하기 위해서 당연히 실제 배우가 먼저 연기해야 한다. 'AI 송파고'가 최재성 의원을 모사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실제 배우의 연기는 참고사항 또는 '디지털 휴먼'의 학습자료일 뿐 영화에서 실제로 연기하는 건 전적으로 '디지털 휴먼'이다. 배우의 연기를 CG만으로 표현한 건 일본 실사 영화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라는 게 제작사의 설명이다. 물론 키나시의 모든 연기를 '디지털 휴먼'이 대신하는 것이 아닌 만큼 관객은 어떤 장면에서 키나시가 실제로 연기한 것이고, 또 어떤 장면에서 키나시의 '디지털 휴먼'이 연기한 것인지를 구분하여 찾아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색다른 즐거움이 되겠다.

이누야시키와 시시가미의 몸에서 다양한 무기가 쏟아져 나오는, 겉모습이 인간인 두 사람과 무기질인 기계를 일체화하여 생생하게 보여주는 기술은 그동안 <간츠(GANTZ)> 등의 만화를 영화화하면서 함께 작업한 VFX팀의 축적된 노하우에도 의지했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이누야시키와 시시가미 사이의 공중전. 공중전의 무대는 일본 도쿄의 번화가인 신주쿠 거리이다. 실제 신주쿠 거리를 현실감 있게 세세하게 재현하기 위해 CG가 동원됐다. 사토 감독의 말이다.
 
"신주쿠 거리는 완전히 CG로 만들었어요. 먼저 저의 아이디어를 넣은 공중전의 스토리보드를,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Dwight Hwang이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프리비즈(previs, 영상 스토리보드)를 만들었죠. 프리비즈 영상은 마치 게임 동영상 같은 느낌이 돼 버려요. 그걸 더 제대로 된 형태로 표현하기 위해서, 수정하고 CG반과 협업해서 균형을 맞춰 CG 영상을 만들어요. CG로 만들면 영상 자체는 훌륭하지만 현실감이 떨어져요. 그걸 현실의 신주쿠와 얼마나 근접하게 만들지 조율하는 게 어려웠죠."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이 '디지털 휴먼'을 과감하게 또 파격적으로 사용했다면 마틴 스코세이지의 <아이리시맨>(2019년)은 '디지털 휴먼'을 보완적으로 불가피해서 쓴 사례다. <아이리시맨>은 범죄영화로 할리우드의 전설적 배우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의 세 사람이 주인공이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70대라는 것. 영화는 주연배우들의 실제 나이도 다루지만 그 나이에 이르기까지의 젊은 날 또한 담아야 했다. 고령의 세 배우를 분장을 통해 20대나 30대의 모습을 만들어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스코세이지는 할리우드의 유명 CG기업 ILM을 불러 세 배우의 젊은 날을 대신할 '디지털 휴먼'을 만들기로 했다. <이누야시키 : 히어로 VS 빌런>의 키나시가 그랬듯, 특별한 세트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면 그 모습을 특별한 카메라로 촬영했다. 3D의 기하학적 데이터와 질감을 포착하기 위한 두 대의 적외선 카메라를 포함한 총 3대의 카메라로 구성된 새로운 촬영장치가 돌아갔다.
 
아이리시맨  영화 <아이리시맨>에서 로버트 드니로(왼쪽)와 알 파치노(가운데)의 젊은 시절 모습

▲ 아이리시맨 영화 <아이리시맨>에서 로버트 드니로(왼쪽)와 알 파치노(가운데)의 젊은 시절 모습 ⓒ 아이리시맨

ILM 페이스파인더(Facefinder)라는 소프트웨어는 배우들이 과거 연기한 모습을 담은 수천 장의 이미지를 면밀하게 확인했다. ILM 페이스파인더는 렌더링 되는 장면의 카메라 각도, 프레이밍, 조명, 표현 등과 일치하는 프레임을 찾아내어 제작진에게 제공한다. 촬영된 장면의 모든 프레임과 비교할 수 있는 참고자료인 셈이다. 여러 가지 기술이 종합되어 마침내 젊은 날의 그들의 얼굴이 화면에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아이리시맨>의 이러한 '디지털 디에이징'은 얼굴에만 국한됐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배우들이 연기하기를 바랐고, 70대의 전설의 배우들은 노구를 이끌고 싸우고 달리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늙은 몸의 움직임을 젊게 하기 위해서 젊은 날의 동작과 현재의 동작을 화면을 통해 비교하면서 물리치료사를 통해 극중에서 연기하는 나이에 근접한 동작을 만들어내도록 애를 썼다. 그러나 디지털과 달리 아날로그에선 완벽한 보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쩐지 둔중하고 어색한 늙은 몸짓이 '디지털 분장'으로 젊어진 배우의 얼굴 아래 붙어 있는 것을 예민한 관객은 볼 수도 있다.

이러한 균열과 불일치를 영화적 감수성의 포인트로 주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물리적 완성도에 더 집착하는 사람도 있겠다.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 이러한 양론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디지털 휴먼'이 보편화하여 화면이 아주 '자연'스러워지고 이물감이 완전히 사라지는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열과 불일치가 없으면 감수성마저 사라질까. 그때 연기는 '디지털 휴먼'이 하는 것일까, 아니면 배우가 하는 것일까. 질문은 꼬리를 물지만 현재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은 그때 가서 생각해 보는 게 좋겠다. 
 
덧붙이는 글 안치용 기자는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겸 한국CSR연구소 소장이자 영화평론가입니다. 이 글은 '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https://blog.naver.com/ahna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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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평론하고, 래디컬 정치를 사유한다. 활자에도 익숙해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이런저런 글을 쓴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청소년/대학생들과 자주 접촉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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