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9라운드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 모습.

28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9라운드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간판 센터백이 너무 일찍 퇴장당한 변수가 생겼다고 해도 유효 슛 기록이 11개 차로 나타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더 놀라운 것은 홈 팀 울산의 첫 유효 슛이자 이 게임 유일한 유효 슛이 90분 시간도 다 지나가고 추가 시간 87초가 되어서야 겨우 하나 찍혔다는 점이다. 미리보는 K리그 1 결승전 첫 게임은 그렇게 디펜딩 챔피언 전북의 완승으로 끝났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28일 오후 6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9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두고 4점 차 단독 선두를 내달리며 또 하나의 우승 트로피 꿈을 본격적으로 꾸게 되었다.

김기희 퇴장, 무너진 호랑이굴

이 게임 시작 전까지 홈 팀 울산 현대는 유일한 무패 성적(6승 2무 19득점 4실점)을 자랑하며 이 날만 기다려왔다. 승점 1점 차이를 뒤집고 당당히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홈 게임 기회가 먼저 찾아온 것이다.

특히 울산은 지난 해 마지막 게임(2019년 12월 1일)에서 우승 트로피를 눈앞에 두고도 포항 스틸러스에게 1-4로 패하며, 총 득점 숫자 단 1골 차이(전북 72득점, 울산 71득점)로 라이벌 전북에게 우승 트로피를 빼앗긴 아픈 기억이 또렷하기에 가뜩이나 코로나-19 시즌 짧은 일정 속 기회를 살려내야 했다.

그런데 미리보는 결승전 1차전 성격의 이 게임 뚜껑을 열어보니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큰 차이가 드러나고 말았다. 여러가지 공격 데이터 중에서 슛 기록이 그것인데 전체 슛 기록(울산 4개, 전북 21개)도 5배 이상이나 차이가 벌어졌고, 유효 슛 기록(울산 1개, 전북 12개)은 그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울산에는 8게임을 뛰면서 무려 9골(현재 득점 랭킹 1위, 게임 당 1.13골)이나 터뜨린 최고의 골잡이 주니오가 뛰고 있었지만 전북의 수비벽을 넘지 못했다. 단순히 울산 공격이 부진했다기보다는 예상보다 너무 이른 시각에 퇴장이라는 변수가 생긴 탓일까?

게임 시작 후 23분만에 예상 못한 갈림길이 생기고 말았다. 울산 수비수 김기희가 트래핑 실수를 저지르며 무리하게 태클을 시도하다가 전북 미드필더 김보경의 왼쪽 발목을 다치게 하는 바람에 VAR(비디오 판독 심판) 확인 절차를 밟은 김희곤 주심으로부터 다이렉트 레드 카드를 받고 쫓겨난 것이다.

이로써 이후 약 70분 가까이를 울산이 10명만 뛰어다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각종 공격 관련 지표에서 그렇게 큰 차이를 드러낸 것은 그들이 자초한 일이나 다름없었다. 마침 김기희가 2013 시즌부터 2015 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80게임이나 뛴 경력이 있기에 라이벌 울산으로서는 더 씁쓸한 순간이 되고 말았다.

확실한 마무리 능력 보인 전북

어웨이 팀 전북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했으니 그들은 더 침착하게 호랑이 굴을 허물기 시작했다. 김기희의 퇴장(26분) 이후 3분 만에 김보경이 다친 발목이 회복되지 않아 끝내 벤치로 물러나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들의 선두 굳히기 전술은 빈틈이 없었다. 

전반 종료 직전에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를 잡은 전북이 반 박자 빠른 판단으로 귀중한 첫 골을 뽑아냈다. 세트 피스 수비에 대비해야 하는 울산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틈을 기막히게 노린 손준호가 기습 전진 패스를 밀어주었고 한교원이 이 공을 받아 오른발 대각선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한교원의 오른발 슛을 막기 위해 5분 전 이근호 대신 들어온 센터백 불투이스가 다리를 내밀었지만 소용없었다.

먼저 뒤통수를 얻어맞은 울산은 비록 10명이 뛰어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동점골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82분에 윤빛가람의 전진 패스를 받은 김인성이 왼쪽에서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골을 노렸다. 하지만 전북의 센터백 홍정호는 기막힌 타이밍으로 슬라이딩 태클을 구사하여 김인성의 슛을 골문 쪽으로 보내지 않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 2분이 되어서도 김인성은 또 한 번 왼쪽 45도 각도에서 인사이드 슛을 날리며 두 번째 동점골 기회를 잡았지만 이번에는 전북 골키퍼 송범근의 선방에 걸렸다. 이것이 울산이 이 게임을 통틀어 기록한 유일한 유효 슛이었다.

이렇게 두 차례의 동점골 기회를 잡아내지 못한 울산은 후반전 추가 시간도 거의 다 끝날 무렵, 전북 미드필더 쿠니모토에게 쐐기골 하나를 더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고 어슬렁거리던 쿠니모토가 시간을 흘려보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울산 풀백 설영우와 미드필더 윤빛가람 사이를 기막히게 파고 드는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원두재를 앞두고 감각적인 왼발 인사이드 슛을 정확하게 굴려넣었다. 드리블과 슛 타이밍으로 상대 선수가 예측하지 못한 부분을 흔들어야 한다는 것을 쿠니모토가 분명히 가르쳐준 셈이다. 한 마디로 마무리 능력(골 결정력) 차이가 크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승점 차이가 4점으로 벌어진 두 팀은 이번 시즌 리그 일정 3분의 1을 끝낸 상황에서 10라운드를 준비하게 된다. 가장 먼저 울산이 7월 4일(토) 오후 6시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호랑이 굴로 불러들이며, 전북은 그 다음 날 오후 7시 상주시민운동장으로 찾아가 3위까지 치고 올라온 상주 상무를 상대한다.

2020 K리그 원 9라운드 결과(28일 오후 6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울산 현대 0-2 전북 현대 [득점 : 한교원(45분,도움-손준호), 쿠니모토(90+5분)]

울산 현대 선수들
FW : 주니오(70분↔이청용)
AMF : 김인성, 고명진(53분↔비욘존슨), 윤빛가람, 이근호(40분↔불투이스)
DMF : 원두재
DF : 설영우, 김기희, 정승현, 김태환
GK : 조현우

전북 현대 선수들
FW : 조규성(59분↔이동국)
AMF : 쿠니모토, 김보경(29분↔무릴로), 이승기, 한교원(77분↔벨트비크)
DMF : 손준호
DF : 김진수, 최보경, 홍정호, 이용
GK : 송범근

2020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24점 8승 1패 15득점 4실점 +11
2 울산 현대 20점 6승 2무 1패 19득점 6실점 +13
3 상주 상무 17점 5승 2무 2패 10득점 10실점 0
4 대구 FC 16점 4승 4무 1패 17득점 9실점 +8
5 포항 스틸러스 16점 5승 1무 3패 17득점 12실점 +5
6 강원 FC 11점 3승 2무 4패 10득점 14실점 -4
7 광주 FC 10점 3승 1무 5패 7득점 10실점 -3
8 성남 FC 9점 2승 3무 4패 6득점 8실점 -2
9 FC 서울 9점 3승 6패 6득점 18실점 -12
10 수원 블루윙즈 8점 2승 2무 5패 8득점 11실점 -3
11 부산 아이파크 8점 1승 5무 3패 8득점 12실점 -4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2점 2무 7패 3득점 12실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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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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