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사실관계를 벗어난 오보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언론의 잘못된 보도 내용이 급속하게 확산하며 피해 규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지난 21일 방송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징벌적 손해배상 언론개혁 마중물 될까' 편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를 견제하는 방법으로 논의 중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살펴보았다.

언론의 신뢰 상실과 무책임한 보도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해자의 불법행위 때문에 피해자가 입은 실제 손해액에 더해 징벌적 요소로서의 금액을 추가적으로 배상하도록 한 제도로 현재 신용정보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공익신고자보호법 등 일부 법률에 적용되고 있다.

지난 9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언론의 악의적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에 법원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의 '손해액의 3배 이내'는 기존 법안에 준하고 있다.

언론의 신뢰 상실과 무책임한 보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각종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협력을 받아 국내 뉴스이용자 2304명을 대상으로 올해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온라인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언론 신뢰도는 21%로 조사대상 40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미디어오늘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찬성" 81%>(2020.6.2.)을 보면 "허위, 조작,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찬성한다'가 81%(매우 찬성 63%, 다소 찬성 18%)로 나타났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컨텐츠학과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국민이 언론에 필요하다고 느낀 제어장치라 진단한다.

"언론이 국민이란 말을 너무 자의적으로 자주 사용했죠. 국민의 알 권리라는 이유로 알고 싶지 않은 보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언론의 자정 능력을 믿고 지지하고 싶습니다만, 번번이 그 기회를 놓쳤습니다. (언론이) 의혹이라든가 폭로 저널리즘으로 가면서 제어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여론조사에 응하신 분들이 대답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언론사 반응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언론사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중앙일보' <[사설] 언론의 자유 무시한 여권의 '가짜뉴스' 규제법>(2020.6.11.), 한국경제신문 <슈퍼여당서 쏟아져 나오는 문제적 법안…강행해도 막을 방법 없어>(2020.6.9.) 등 대부분 언론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부정적으로 보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표현의 자유를 막아 저널리즘의 위축을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임자운 변호사는 언론의 이중적인 태도라 비판한다.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랑 대비해서 생각해볼 만한 게 저는 일반 국민들의 집회결사의 자유라고 생각해요. 보수언론이 집회의 자유에 대해서 항상 강조했던 것이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집회를 엄단하자는 거예요. 그런데 이번 법안은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언론을 엄단하자는 의미인데 여기에 대해선 언론탄압이라고 말한다는 거죠. 민중의 표현 자유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촉구하면서 자신들의 표현 자유는 성역화시키는 굉장히 이중적인 태도라 볼 수 있는 거죠."

정 의원이 발의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악의적으로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가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서 '악의적'의 범위를 "허위 사실을 인지하고 피해자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왜곡 보도를 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악의적'이란 기준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미국의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은 보도의 '악의' 유무를 참고할 수 있는 판결이다.

1960년 뉴욕타임스에 마틴 루터 킹을 변호하는 광고가 실렸다. 당시 앨라배마주 경찰국장이던 설리번은 경찰이 마틴 루터 킹을 7번 체포했다는 광고 내용이 허위사실이므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신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언론이 나름의 조사, 취재를 거쳐 진실이라고 믿고 보도했다면 설사 그게 허위로 밝혀져도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언론 보도에 법적 책임을 묻는 행위를 엄격하고 보수적인 기준으로 적용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법원도 MBC < PD수첩 >의 광우병 보도에 대해 언론자유를 위해 비록 허위가 있더라도 고의성이 없고 공익을 위한 사안이라면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법부는 보도의 시급성 때문에 다른 정보를 확인할 수 없을 때, 고의성이 없는 보도일 때, 취재원이 믿을 만하다는 근거가 있을 땐 기사가 허위로 드러나도 악의가 없다고 본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현재 언론 보도로 피해를 본 사람을 위한 법적 장치는 존재한다. 현행 언론중재법 상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를 본 당사자는 해당 언론사 등에 직접 정정 보도, 반론 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 범죄 혐의가 있거나 형사 조치를 받았단 내용의 언론 보도 이후 형사 절차에서 무죄 판결 등을 받은 경우엔 추후 보도 청구가 가능하다. 피해자와 언론사 간의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민사 소송으로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정정 보도는 언론중재위나 재판을 거치는 등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나 이뤄진다. 잘못된 사실이 퍼져나가는 속도는 빠르지만, 그것을 바로잡는 과정은 느리다. 그렇다면 적절한 손해배상 금액으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작 판결로 받은 금액은 턱없이 적을 따름이다.

언론중재위원회가 발간한 <언론관련판결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언론 관련 손해배상 청구사건 2220건을 분석한 결과 손해배상 판결 인용액이 500만 원 이하인 경우가 47.4%, 500만 원 초과 ~1000만 원 이하가 23.4%로 집계되었다. 70%가량의 언론 보도 피해자가 충분하지 못한 위자료를 받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언론이 사실관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수준 미달의 기사를 막는 수단인 동시에 피해자를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현실적인 보상책인 셈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기존의 손해배상제를 강화하고 언론의 책임을 강화하는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손해배상액을 형벌 수준으로 높이면 현재의 형사처벌과 관련한 형평성 문제도 고려되어야 한다. 언론의 자율성을 위협한다는 반론도 귀담아들을 필요성이 있다.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 등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악용되는 경우를 방지하는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최근 주요 언론사들은 실수와 오보를 바로잡는 여러 대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조선일보는 매일 2면에 1개 이상의 정정보도를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겨레는 저널리즘책무실을 신설해 한겨레의 콘텐츠를 2주에 한 번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칼럼으로 알릴 계획이다. KBS는 인터넷뉴스에 수정·삭제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책임을 강조했다.

언론은 이런 자정 노력과 별개로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 국회, 학계가 함께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해답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적인 반대는 곤란하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심각해진 언론의 개인 권리 침해에 대해 균형을 잡기 위한 논의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들의 권리 침해 부분들에 있어 언론이 굉장히 강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균형을 잡을까'란 고민에서 나온 게 징벌적 손해배상의 논의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그것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논의 자체를 봉쇄하려고 하거나 정권에 의한 탄압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게 지금 언론의 태도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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