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매년 이런 모습(잔류 경쟁)을 보이는데 내년에는 반복되지 않게 잘 준비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30일 경남FC와의 K리그 1 최종라운드에서 극적인 0-0 무승부를 거두고 인천 유나이티드의 잔류를 확정지은 유상철 감독(현 인천 명예감독)은 위와 같은 발언을 했다.

매년 잔류경쟁을 하는 팀의 현실을 인지하면서 올해만큼은 그 모습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그의 희망과 목표를 읽을 수 있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유상철 감독의 그 희망은 올 시즌에도 이뤄지지 못했다. 

올 시즌 현재 7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는 인천의 선택은 감독교체였다. 인천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임완섭 감독의 사퇴를 공식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2월 인천의 감독으로 부임한 임완섭 감독은 지난 4개월여 동안 단 1승도 기록하지 못하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개막 9경기 무승의 극심한 부진에 빠진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임완섭 감독이 28일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사퇴했다고 인천 구단이 밝혔다.

개막 9경기 무승의 극심한 부진에 빠진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임완섭 감독이 28일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사퇴했다고 인천 구단이 밝혔다. ⓒ 연합뉴스

 
시작부터 꼬인 인천의 올시즌

지난 1월 2일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 치료를 위해 감독직에서 물러나면서 인천은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2016 리우 올림픽 남자축구에서 브라질의 금메달을 이끌었던 미칼레 감독이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공식적인 선임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프리시즌 동안 감독 없이 임중용 수석코치를 중심으로 박용호, 김재성 코치가 팀을 이끌다가 2월 6일 임완섭 감독을 선임했다. 당시 리그 개막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뒤늦게 감독선임을 마친 것이다.

지난시즌 K리그 2 안산 그리너스 감독을 역임하며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축구로 팀을 5위로 이끌었던 임완섭 감독. 팀의 열악한 재정환경 속에서 팀을 플레이오프 경쟁까지 가게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임완섭 감독의 행보는 시작부터 꼬였다. 프리시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것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리그 개막이 늦춰지며 시간을 벌 수 있었던 임완섭 감독은 시즌 개막 이후, 첫 두 경기를 제외하곤 자신의 색깔 축구를 전혀 입히지 못했다.

9경기를 치르는 동안 3골에 그치는 빈약한 공격력에 14실점을 허용하는 수비 등 공수 양면에서 밸런스가 무너진 인천은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시즌개막 이후 인천의 경기들을 살펴보면 제 역할을 하는 선수는 정산 골키퍼와 김호남과 같은 일부 선수들뿐이었다. 

여기에 부상도 발목을 잡았다. 임완섭 감독 역시 '최대의 적은 부상이다' 라고 발언할 정도인데 27일 서울과의 경기에서는 이호석, 지언학이 부상으로 교체아웃 됐다. 국내선수들의 부상도 크지만 무엇보다 팀 전력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용병들의 부상은 인천에겐 치명적이었다.

케힌데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인천은 수비수 부노자가 부상으로 인해 현재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유일하게 득점을 기대할 수 있는 무고사도 지난 부산전에서 발목부상을 입으며 전열에서 이탈해 있는 상황. 

그런 가운데 때 아닌 불화설이 인천의 발목을 잡았다. 시즌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주장인 이재성과 코칭스태프간의 불화설로 이재성이 전력 외 취급을 받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 가뜩이나 프리시즌에서의 부진한 성적으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주장과 코칭스태프의 불화는 인천에겐 좋은 소식이 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최근들어 이재성이 주전으로 올라서면서 일단락되는 듯한 모습이지만 인천의 팀 분위기를 최상으로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5년 사이 4번의 감독교체

인천이 본격적으로 잔류경쟁을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 였다. 시즌초반부터 부진한 성적으로 강등의 위협을 받은 인천은 그때마다 '감독교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극적인 잔류를 이뤄냈다.

2016년 당시에도 성적부진 속에 그 해 9월 김도훈 감독이 물러나고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끈 이기형 감독대행은 마지막 10경기에서 6승 3무 1패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팀의 극적인 잔류를 이끌었다. 이후 이기형 감독대행은 감독으로 승격해 2017 시즌에도 부진한 성적속에서도 팀을 잔류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기형 감독도 경질의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2018년 문선민, 무고사, 아길라르라는 공격 삼각편대를 보유하고도 불안한 수비탓에 패배를 거듭하던 인천은 그 해 5월 이기형 감독을 경질하고 북한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했던 욘 안데르센 감독을 선임했다. 안데르센 감독은 부임초기엔 들쭉날쭉한 성적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즌막판 4연승을 기록해 승점 12점을 쓸어담으며 극적인 잔류동화를 썼다.

그러나 안데르센 감독의 활약도 거기까지 였다. 2019시즌 초반 5연패를 기록하는 부진에 단조로운 전술 등이 도마에 오른 안데르센 감독은 2019시즌 개막 이후 한 달만인 4월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 이후 부임한 유상철 감독은 시즌막판 췌장암 투병속에서도 팀을 이끄는 감동을 선사하며 극적인 잔류로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2020시즌에도 인천은 7연패의 부진 속에 임완섭 감독이 물러나면서 또다시 감독교체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찾는 모습이다. 그러나 올시즌 현실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짧아진 리그 일정이 인천에겐 불리하다. 지난시즌까지 38라운드로 치러진 K리그 1은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탓에 개막이 늦춰지면서 27경기(정규리그 22경기+파이널 라운드 5경기)로 치러지게 됐다. 자칫하면 이도저도 아닌 상황속에서 감독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수석코치인 임중용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승격시켜 남은 시즌을 치르는 방안도 있지만 이 역시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지난시즌 임중용 수석코치는 욘 안데르센 감독 사퇴 이후 감독대행으로 팀을 지휘했는데 P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었기에 당시 60일만 팀을 이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올시즌에도 P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임중용 수석코치는 감독대행이 되더라도 시즌 끝까지 팀을 이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인천 감독직은 어느 감독에게든지 부담스러운 자리가 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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