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스펠링 챔피언을 향하여>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스펠링 챔피언을 향하여> 포스터. ⓒ ??넷플릭스

 
2019년 미국 '스크립스 스펠링 비' 내셔널 대회에서 대회 역사상 최초로 8인이 공동 우승을 이뤄냈다. 그 사실만으로도 특이할 만한데, 8인 중 7인이 인도계 미국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 우승을 도맡아 했다고 한다. 이 대회가 주로 인도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스크립스 스펠링 비 대회를 인도계 미국인이 독식하는가? 

미국에서 인도계 미국인이 차지하는 인구 비율은 1%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스크립스 스펠링 비 내셔널 대회 우승을 독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전적'인 이유를 내세웠다. 합당한 이유를 찾기가 힘들지 않는가. '원래' 스펠링을 잘 아는 민족이라는 이유를 대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게 전부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스펠링 챔피언을 향하여>는 스크립스 스펠링 비 내셔널 대회 우승을 독식하는 인도계 미국인의 특징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우리에게 내놓는다. 개인적으로, '스펠링 비 대회'의 존재를 이 작품으로 처음 접했는데 자그마치 100년 가까이 되는 전통을 지녔다고 한다. 한편, 매년 5월에 열리는 대회가 올해에는 코로나19로 75년 만에 열리지 못하게 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무엇보다, 이민자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가려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스크립스 스펠링 비 대회에 대하여

스크립스 스펠링 비 대회에는 미국 나이로 16살 생일이 지나지 않은 초등학생과 중학생만 참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하여, 영재의 영재를 위한 영재에 의한 대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 예선과 주 예선을 지나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본선에 참가해 라운드들을 거쳐 결승전에 진출하면, 스포츠 채널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는 영예를 누린다. 우승자에겐 5만 달러가 주어지고, 백악관에도 초대된다. 

참가자는 모두 아이들이지만, 아이들 장난 같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야말로 총력전 느낌.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의 부모님도 주가 되니, 결국 가족이 총출동하여 치르는 대회인 것이다. 여기서 인도계 미국인이 두드러지는 성적을 낼 수 있는 실마리가 엿보인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자 고국을 등지고 왔을 가족의 꿈이자 희망으로, 이 대회가 작용하는 것이리라. 

대회를 준비하며 스스로를 연마하고, 대회를 치르며 스스로의 위치를 탐색하고 대회를 치르고 나선 재정비 혹은 꿈을 펼치는 시간을 가진다. 이 대회는 비주얼도 중요하지 않고 그 어떤 뒷공작도 통하지 않으며 다른 이와의 경쟁보다 스스로와의 경쟁이 중요하다. 가진 것 많은 이들보다 가진 게 없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더욱 관심을 갖고 매진할 만한 것이다. 

인도계 미국인가 스펠링 비 대회를 독주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이민자군 중에서도 인도계 미국인인가? 여기엔 나라와 민족의 역사가 투영된다. 인도라는 나라의 역사는 매우 복잡하다. 수많은 나라와 민족이 서로 땅을 뺏고 빼앗기며 뒤섞이는 와중에, 종교까지 합세해 육체적으론 굴복해도 정신적으론 신념을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언어도 정신적 신념의 하나였으니, 인도인이라면 몇 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게 부자연스럽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비교적 최근에는 장장 90여 년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았었기에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했었다. 현대의 인도는 연방정부에서 힌디어와 더불어 영어를 공용어로 인정해 쓰고 있다. 인도계 미국인이 영어 스펠링만을 다루는 스크립스 스펠링 비 내셔널 대회를 휩쓰는 가장 강력하고 합당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출중한 언어적 능력에 공용어로 쓰고 있는 영어의 조합이라니 말이다. 

물론, 이는 인도에 사는 인도인들의 경우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인도계 미국인의 경우는 다를 것이다. 하여, 여기서 중요한 게 부모다. 인도에서 태어난 인도인으로서의 언어적 능력을 자녀에게 충분히 전수하고 자녀는 미국인으로서의 영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인 것이다. 

언어는 문화이며, 문화는 나라의 핵심이자 근간이라는 점

위에 나열한 것들은 일종의 방법론이라 하겠다. 잘 외우고 잘 하는 방법의 일종이랄까. 보다 궁극적인 건 조금 다른 데 있다. 작품 속에서 여러 방면의 사람들이 분석한 결과, 인도계 미국인들이 스크립스 스펠링 비 내셔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자 하는 건 '미국'이라는 나라에 정식으로 편입되고자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대회 자체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라는 점, 미국의 유일한 공용어인 영어만을 다룬다는 점이 손꼽힌다. 그리고, 언어는 곧 문화이며 문화는 곧 그 나라의 핵심이자 근간을 이룬다는 점에서 유추할 수 있다. 미국을 일컬어 '인종의 용광로'라고 하지만, 정책과 기조에서 나온 것일 뿐 실제로는 명백한 차별이 존재할 것이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핵심에 다다르고자 노력하는 모습의 결정체가 바로 스펠링 비 대회이다. 하여, 이 다큐멘터리는 '왜 스크립스 스펠링 비 내셔널 대회를 인도계 미국인이 독식하는가?'라는 표면적인 호기심에서 시작되지만 결론은 매우 심오하고도 일면 심각하며 근원적인 답을 얻게 된다. 전체적으로 대회에 치중되어 있고 러닝타임이 상당히 짧아 심층적인 분석을 듣진 못했지만, 제대로 된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인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스크립스 스펠링 비 내셔널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도 있다. 미국과 미국령 학생은 물론,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의 학생도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어떤 생각으로 출전할지 자못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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