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이쯤 되면 백종원은 정말 '사람 보는 눈'이 형편없는 게 아닐까. 서산 해미읍성 편에서 곱창집 사장님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부정적인 예측을 했던 그가 아닌가. 하지만 곱창집은 그 어떤 식당보다도 초심을 잘 유지하고 있어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반면, 백종원이 큰 기대를 걸었던 돼지찌개집은 (악마의 편집 의혹 제기 등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여러모로 실망을 안겨줬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여름특집 네 번째 편에서도 '반전'이 이어졌다. 둔촌동 카레집은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았던 곳이었다.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배워 막무가내로 창업까지 한 초보 사장님은 태도 논란까지 야기하며 원성을 사기도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합류한 남자친구도 철없어 보였다. 당시 백종원도 안타까운 마음에 모진 소리를 하며 분발을 촉구했다.

그런데 긴급점검을 통해 살펴보니 둔촌동 카레집은 뭇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초창기의 SNS 후기들은 카레의 맛에 의문을 품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아무래도 정통 카레를 추구하다보니 부침이 있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들의 반응이 칭찬 쪽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제 맛의 깊이가 있다는 후기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장님과 남자친구의 손님 응대에 대한 후기들도 눈에 띄었는데, 그들의 친절함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유지되고 있었다. 둔촌동 카레집은 솔루션 때만 해도 불안했던 식당이었다. 허나 지금 보니 초심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백종원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랬잖아. 나 사람 보는 눈 없다고.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안 돼."

"성실함 때문에 내가 믿고 응원했던 사람인데..."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반면, 성실함이 돋보여 백종원이 자신의 이름을 건 피자까지 선물했던 부천 롱피자집은 초심을 잃고 표류하고 있었다. 반숙 상태의 노른자를 터뜨려 먹어야 하는 '백종원 피자'는 설명이 중요한데, 사장님은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또, 달걀은 방치된 채 상온에서 보관 중이었다. 그저 피자가 좋아서 피자 가게를 인수했다던 사장님은 매너리즘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백종원은 작심한듯 가게를 구석구석 살피며 사장님에게 위생 상태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제빙기 구석을 닦자 검은 때가 잔뜩 묻어나왔고, 화구에는 언제 깨졌는지 모를 유리조각이 있었다. 냉장고 등에는 찌든 때가 가득했다. 음식에 대한 지식은 부족해도 시키는 건 틀림없이 이행했고, 청결함만큼은 몸에 배어 있던 사장님은 언제 지금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걸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최근 <골목식당> 출연자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문제가 됐다. 좋은 점은 하나도 내보지지 않은 악마의 편집이라는 항의도 있었고,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받고 있으니 자제해 달라는 애원도 있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건 선을 넘은 과도한 비방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일반인인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런 결과는 <골목식당>의 취지와 동떨어져 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식당(과 사장님)들은 요식업 전반의 문제를 점검하는 '사례'로 이해돼야 마땅하다. 그들은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을 품고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를 하고 있을 뿐이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식당들이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초점은 일부 식당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좋은 식당을 점차 늘려가는 것이지 않은가.

물론 TV를 통해 지켜보는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적하는 백종원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 식당을 판단하게 된다.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변함없이 한결같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걸 해내는 사람에겐 찬사를 보내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겐 격려와 응원을 통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도록 도우면 된다. 긴급점검의 의미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롱피자집 사장님은 백종원이 다녀간 후 4일 동안 휴업을 하며 대청소를 시작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 성찰을 통해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백종원은 자신이 사람 보는 눈이 없다고 자책했지만, 사실 그보다 중요한 건 한번의 실망으로 모든 걸 판단하지 않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백종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좋은 식당을 점차 늘려가는 것, 식당의 평균을 향상시키는 것, 그것이 <골목식당>과 백종원의 지향점이라고 믿는다. 한두 식당이 잘났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모든 식당들이 힘을 내야 가능한 목표이다. 비난이 아니라 응원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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