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이크 도레무스는 대표적인 로맨스 영화 감독이다. 하지만, 그의 로맨스 영화는 특별하다.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나게 된 두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 <뉴니스 (2017)>, 감정이 통제되는 미래 사회에서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 <이퀼스 (2018)>, 그리고 로봇이 사랑하게 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조(2018)>까지 당대와 미래 사회의 화두를 영화의 소재로 사용한다.

그런 그의 전작 들에 비하면 실연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엔딩스 비기닝스> 속 주인공은 우리 시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다소 평범한 인물이다. 거기에 그녀 앞에 나타난 '지적'이거나, '섹시한' 남자 주인공들에 이르면 이 영화가 '로맨스'의 대리 만족적 요소에 충실한 '장르'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드레이크 도레무스 감독의 영화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다른 기대를 가져도 좋다. 두 연인들이 음악적 공감에서 출발한 '불륜'이건(우리가 사랑한 시간), 혹은 현대의 즉석 만남과도 같은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났건(뉴니스), 혹은 감정마저 제어되어야 할 대상이 된 미래 사회에서 '감정 보균자'가 되었건(조) '로맨스'의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실연당한 여자 앞에 나타난 두 남자 
 
 엔딩스 비기닝스

엔딩스 비기닝스 ⓒ cj

 
불과 1주일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크리스마스에 집에 가면 왜 함께 오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던 가족같은 남자 친구와 이별을 했다. 직장도 그만 뒀다. 오갈 곳이 없어 언니네 집에 얹혀살게 되었다. 다프네(쉐일린 우들리 분)의 처지다. 

이곳 저곳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여의치 않다. 그래서일까. 다프네는 6개월간 남자와 술을 끊겠다고 주변에 선언한다. 하지만 의지는 늘 유혹에 취약하다. 파티와 만남에서 '음주'의 기회는 늘 주어지고, 남자들 역시 그녀 맘대로 되지 않는다. 언니네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술 대신 탄산수나 맹물을 마시며 심드렁하려 하지만, 그녀 앞에 두 남자가 다가온다.

한 사람은 현직 소설가이자 대학교수인 잭(제이미 도넌 분). 또 한 사람은 그와 정반대로 '육체적인 끌림'으로 다프네를 유혹하는 프랭크(세바스찬 스텐 분)다. 

술과 남자를 끊겠다는 결심에도 불구하고 다프네는 두 사람과의 '인연'을 마다하지 못한다. 더구나 자신으로 인해 언니네 부부가 싸우게 된 것을 알게 되고 집을 나와 잭과 함께 지낸다. 그런 가운데 도발적으로 접근하는 프랭크와의 '육체적 관계' 역시 뿌리치지 못한다. 맺고 끊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은 그녀에게 감당하기 힘든 결과를 안긴다. 

두 남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할때 다프네에게 그림을 가르치던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서 자신의 '상실'을 위로 받으려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사랑으로 받은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될까
 
 엔딩스 비기닝스

엔딩스 비기닝스 ⓒ cj

 
영화에서 드러나 보이는 것은 '실연', 그리고 새로운 만남, '삼각 관계'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잠재되어 있던 것은 바로 다프네의 상실된 '자존감'이다. 흔히 사랑으로 인해 받은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된다고 하지만 <엔딩스 비기닝스>는 좀 다르게 이야기한다. 

달달한 삼각 관계의 로맨스를 기대하고 간 관객들이라면 아쉽겠지만, 영화는 '로맨스적 해프닝'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여는 '키맨'은 바로 자신이라는 이야기를 꽤나 설득적으로 그려낸다.

심리학자 김영아 교수의 <내 마음을 여는 그림책>에 따르면, 자존감은 스스로 존중하는 마음이자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고 한다. '자존감'이란 말이 유행처럼 중요시여겨지는 시대이다. 자신을 지키려고 애쓰고, 손해보지 않아야 한다는 선언이 울려 퍼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자존감이란 아무리 보잘 것 없어도 '자신'을 긍휼히 여기는 그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같은 책에서 '어른다움'이란 괜찮은 나와 부족한 나를 모두 나로 인정하고 통합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 진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자신의 부족한 면조차 기꺼이 인정하고 껴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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