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3일 개봉한 독립영화 <바람의 언덕>은 올 초부터 지난 5월 말까지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라는 다소 생소한 상영방식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전국의 관객들과 만나 왔습니다. 전국 각 지역의 영화 커뮤니티와 독립예술영화 극장 등에서 매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며 '아주 특별한 여정' 이어갔습니다. 그 여정의 기록을 개별 커뮤니티 혹은 개인의 소개와 극장 소개가 포함된 연재를 통해 전합니다. 그 열두 번째는 구지프(GUJIFF) 기획팀 곽은비님이 보내온 편지입니다. [편집자말]
 구지프 8회 상영회 <페르소,나를 찾아>에서 상영된 <바람의 언덕>.

구지프 8회 상영회 <페르소,나를 찾아>에서 상영된 <바람의 언덕>. ⓒ 구지프

 
 구지프 8회 상영회 <페르소,나를 찾아> 현장

구지프 8회 상영회 <페르소,나를 찾아> 현장 ⓒ 구지프

 
진솔한 이야기들, 아주 특별한 경험

구지프가 주관한 '페르소, 나를 찾아' 상영회는 지난 5월 23일 CGV명동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렸다. 영화 <바람의 언덕>을 보고 현재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페르소나'를 키워드로 잡아 기획한 상영회였다. 원래 3월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되었고, 코로나 감염 방지를 고려해 더욱 철저히 준비했다.

3월과 비교해 훨씬 날씨가 좋았지만 여전히 밀폐·밀집 장소 중 하나인 영화관을 찾는 관객 수는 적었다. 그런 상황에서 진행되는 상영회였기에 관객이 적을 우려가 있었으나,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예매 시작 날부터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구지프 공식 SNS를 통해 예매 공지가 나간 지 3일 만에 좌석이 모두 매진됐다. 상영회 당일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오감 전시'를 즐기고 여러 '포토 스팟'에서 사진을 찍었다.
 
 구지프 8회 상영회 <페르소,나를 찾아> 현장

구지프 8회 상영회 <페르소,나를 찾아> 현장 ⓒ 구지프


GV 시작 전, 구지프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오감 전시'는 관객을 충분히 사로잡았다. 이들은 영화가 끝나고 GV 행사장으로 이동하며 제공 받은 솜사탕을 맛봤다. 미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기를. 행사장 맨 앞 스크린에서는 흩날리는 눈발 사이를 달리는 기차의 모습이 흑백으로 담긴 트레일러를 상영했다. 철도를 지나가는 기차 소리가 상영장 안을 은은하게 채웠다. 시·청각적으로 아늑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뒤편에는 '향연(조향 동아리)'과 콜라보한 시향 행사를 진행했다. 후각적 즐거움이 더해졌다. 이 외에도 영화 <바람의 언덕>에 등장한 소품인 텐트, 인화된 사진 등과 함께 포토월이 마련됐다. 관객들은 이 포토 스팟에서 이날의 추억을 카메라로 충분히 남길 수 있었다.

GV 시작 후 무대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빼곡이 채우고 있었다. 초롱초롱 빛나는 수많은 눈들을 보며, 긴장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이 행사를 함께 즐겨준다는 사실에 들뜨기도 했다.

이후 관객이 질문하고 감독, 배우가 답하는 '야간비행' 코너와 관객이 작성한 고민들에 대해 감독, 배우가 이야기하는 '고민 정거장' 코너를 통해 영화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감독과 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중간에 '대사 퀴즈' 코너로 영화 속 특별한 대사들을 맞추는 시간을 마련, 상영회의 분위기는 더욱 유쾌해졌다.

행사는 깜짝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김태희 배우의 기타 연주에 맞춰 장선 배우와 정은경 배우가 <바람의 언덕>에서 부른 노래를 들려줬다. 이 GV 행사는 구지프 공식 유튜브 채널인 'GUJIFF 904호: 구지 영화 보는 사람들'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고, 해당 채널에서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다.
 
 구지프 8회 상영회 <페르소,나를 찾아> 현장

구지프 8회 상영회 <페르소,나를 찾아> 현장 ⓒ 구지프


코로나19로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상영회는 여러모로 아주 뜻 깊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고민, 남들은 잘 모르는 자신의 실제 모습과 생각 등을 자유롭게 털어놓았고, 또 소중하게 들었다. 한 공간 안에 모인 사람들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서로 귀 기울이는 시간이었다.

게스트는 물론 관객들까지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심지어 모더레이터였던 필자 또한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는 분명 단순한 영화 관람에서 훨씬 나아간 특별한 경험이었고, 여럿이 함께하여 더욱 풍성할 수 있었다.

필자가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영화를 통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상영회는 더 나아가 영화만 관람했을 때보다 더욱 크고 풍성한 경험을 선물한다는 걸 깨닫게됐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영화와 관련해 자신과 자신의 삶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사회 등에 대해 얘기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통해, 영화는 개인의 삶에 녹아든다.

또한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영화와 관련된 창작물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 일의 가치를 잘 알고 있기에, 앞으로도 영화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이를 사람들과 공유하는 노력을 계속 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주기를 기대한다.
 
 구지프 8회 상영회 <페르소,나를 찾아> 현장

구지프 8회 상영회 <페르소,나를 찾아> 현장 ⓒ 구지프

 
영화를 '애정'하는 젊은이들이 기획하는 두근두근 콘텐츠

'구지프'(GUJIFF)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지닌 젊은이들이 모여 영화 관련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2017년에 설립된 단체다. 상영회의 콘셉트는 기획하고 그 콘셉트에 맞게 행사 콘텐츠와 디자인을 구성한다. 주로 영화 한 작품과 관련한 특별한 콘셉트로 상영회를 연다. 또 청년들이 만든 단편영화들을 공모 받아 상영하고 수상까지 하는 영화제를 주최하고 있다.

필자는 기획팀에서 일하며, 상영회 전체 콘셉트와 그에 따른 세부 기획, 전반적인 운영 업무, 이벤트 기획 및 운영 총괄, GV 행사 콘텐츠 기획, GV 행사 모더레이터 등을 맡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상영회는 구지프에서의 마지막 활동이었기에 더욱 특별했다.

구지프에서 영화와 관련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두근거리면서도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주로 글을 썼었기에, 상영회를 기획하는 일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화 관람의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하는 일은 새로워서 더욱 설렜고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약 1년 반 동안의 구지프와의 인연을 뒤로 하고 글쓰기에 더욱 집중하겠지만, 앞으로의 시간들에서도 구지프에서의 경험이 함께할 것이라 확신한다.
 
 구지프 8회 상영회 <페르소,나를 찾아> 현장

구지프 8회 상영회 <페르소,나를 찾아> 현장 ⓒ 구지프

 
구지프에서의 마지막 활동인 이번 <페르소, 나를 찾아> 상영회에서 처음으로 모더레이터 역할까지 맡아 더욱 특별했다. 마치 하나의 꿈처럼 막연히 생각하던 모더레이터를 맡게 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이런 저런 준비를 했다. 영화를 더욱 깊게, 다양한 관점에서 보려는 노력은 물론, <바람의 언덕>과 상영회 콘셉트를 아우르는 동시에 흥미롭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콘텐츠를 구성하려 노력했다.

이렇게 하루는 걱정하다가 하루는 신나는 마음으로 준비하다 보니, 준비 과정에서도, 현장에서도, 행사 진행 중에도 시간이 짧게 느껴져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상영회가 끝나고서도 배우 분들께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서 아쉽기까지 했다. 그래서 "정말 즐거웠다", 라고 말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사실상 구지프 일원으로서 가장 마지막 활동이 바로 이 글이 되겠다. <페르소,나를 찾아> 상영회가 끝나고 그때의 기억과 개인적 소회를 이렇게 직접 글로 써서 남길 수 있게 되어 더욱 기쁜 마음이다.

글쓴이_곽은비 <페르소,나를 찾아> 모더레이터, 구지프 기획팀
 
 구지프 8회 상영회 <페르소,나를 찾아> 현장

구지프 8회 상영회 <페르소,나를 찾아> 현장 ⓒ 구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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