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영화제에 입장하려는 관객들이 줄지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평창영화제에 입장하려는 관객들이 줄지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 성하훈

 
'코로나19 이후 정상적으로 개최된 첫 영화제'
 
지난 18일 개막해 23일 폐막한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아래 평창영화제)가 갖는 의미다. 규모를 축소해도 어느 정도의 관객들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영화제의 특성상 정상적인 개최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도 예상됐으나, 6일간의 행사가 별다른 문제 없이 잘 마무리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다수 영화제가 온라인 상영으로 전환된 가운데 오프라인으로 이뤄진 특별한 경우였다.

평창영화제는 '정상적으로 개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아 왔다. 기존 개최 시기보다 한 달 연기돼 5월말에 열린 전주국제영화제는 개막식에 일부 영화인들만 초청하고 모든 상영은 무관객, 온라인으로 치렀다. 6월 초에 개막한 무주산골영화제도 무관객으로 진행되면서 평창영화제의 선택이 무모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무주나 평창은 야외에서 개막식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평창영화제가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올해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영화제들이 많은 관계자들을 보내 현장을 주의깊게 살핀 것도 이런 이유였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태라, 평창영화제의 성공 여부가 다른 영화제들에 미칠 영향이 컸다. 평창영화제 같은 열린 공간에서 열리는 영화제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할 경우, 이후 개최되는 다른 영화제들은 사실상 온라인 개최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보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감염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지만, 개최기간 동안 꼼꼼한 방역 활동이 이어지면서 큰 문제 없이 영화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작지 않다. 3월 이후 예정했던 국내외 영화제들이 방역에 따른 제약을 많이 받았기에, 관련 사고 없이 마무리된 것 자체만으로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볼 수 있다. 
 
 평창영화제 행사장에 입장하는 관객들이 소독 공간을 지나고 있다.

평창영화제 행사장에 입장하는 관객들이 소독 공간을 지나고 있다. ⓒ 성하훈

 
사실 올해 평창영화제는 내우외환이 겹친 상태에서 무거운 분위기로 출발했다. 코로나19에 더해 남북관계의 악화는 평창영화제로서는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개막을 앞두고 개성공단에 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면서 2018년 평창올림픽의 평화정신을 살리기 위해 시작된 평창영화제로서는 여러모로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평화가 중요하다는 문성근 평창영화제 이사장의 의지는 영화제 슬로건인 '다시 평화'를 강조하며 부각됐다. 지난 18일 개막식 참석자들은 한마음으로 남북이 평화의 길로 나아가길 호소했다. 문성근 이사장은 "이상 더 깊은 상처가 되지 않도록 자제하자"고 말했고, 한금석 강원도의회 의장도 "평창영화제가 다시 평화를 부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팎으로 여러 상황 변화가 있었지만, 영화제가 끝난 직후인 24일 북한이 예고했던 군사행동 보류를 발표하면서 남북관계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평창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안 좋은 선물을 안겼던 북한이, 폐막일에 맞춰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은 결과적으로 평창영화제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것이었다. 평창의 자제 호소가 나름의 의미를 갖게 됐고, 그만큼 평창영화제의 갈 길이 멀고 험하면서도 필요하고 가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팬데믹 속 방역 영화제
 
 거리두기를 지킨 임시 상영관. 영하 상영 후 감독들의 인사가 진행되고 있다.

거리두기를 지킨 임시 상영관. 영하 상영 후 감독들의 인사가 진행되고 있다. ⓒ 평창영화제

 
평창영화제는 사실상 올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첫 오프라인 영화제라는 성격을 갖게 되면서 영화인들의 참여가 높았다. 관객들도 모처럼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첫 회와 비교해 여러 변화를 뒀고, 지역과 호흡하려는 모습을 나타낸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개막식 등이 열리는 영화제 중심공간을 대관령면 횡계리에 있는 올림픽 메달플라자로 옮기면서 접근성과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수월했다. 인근의 공공시설 등을 활용해 작은 규모의 상영관을 여럿 마련한 것도 영화제의 집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현재 국내에서 야외 영화제를 주요 기조로 설정하고 있는 규모 있는 영화제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무주산골영화제,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등 3곳으로, 올해 무주산골영화제가 온라인으로 개최되면서 평창영화제의 역할과 비중이 조금 더 커지게 됐다.
 
초여름 무더운 대도시 와는 다른 선선한 날씨, KTX로 편리한 교통편, 산과 바다가 가까운 주변 환경 등은 영화제를 즐기기 위해 찾는 관객들에게도 좋은 여건이었다. 휴양영화제의 성격에도 잘 부합해 모처럼 정상 개최된 영화제로서 안팎의 관심을 높였다.
 
영화 프로그램도 대중적인 영화들을 중심으로 의미와 재미를 잘 섞었고, 김도영, 윤가은, 김보라, 한가람 등 여성감독 4인의 대화 프로그램은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남부군>의 상영과 정지영 감독과의 대담도 영화제의 의미를 잘 살려냈다.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을 지낸 권칠인 감독은 "프로그램 구성이 상당히 좋고 눈에 띈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여성감독들이 참여한 '스펙트럼K 토크 : 오늘의 여성영화와 여성캐릭터 재현'

여성감독들이 참여한 '스펙트럼K 토크 : 오늘의 여성영화와 여성캐릭터 재현' ⓒ 평창영화제

 
어려운 시기에 정상적으로 영화제가 개최될 수 있었던 데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역할도 상당했다. 전주영화제나 무주영화제가 행정관청의 자제 요청에 따라 부득이 하게 정상적인 개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면 평창영화제는 최문순 도지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바탕이 됐다. 
 
국내영화제 관계자들은 "도지사와 시장, 군수가 책임의 크기가 다른 것 같다"며 "행정의 뒷받침이 영화제의 정상적 개최와 성공을 이끌어 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 영화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평창영화제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인 만큼 이를 실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전망이다. 강원도의 첫 국제영화제로서 평창이 추구하는 평화정신이 남북 관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영화제 측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결과적으로 영화제가 잘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영화교류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매 순간이 기적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방은진 집행위원장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방은진 집행위원장 ⓒ 평창영화제

 
한편 평창영화제 측은 "올해 전체 참여인원이 1만643명으로 집계됐다"며 "극장 관람인원이 2680명, 야외상영 관객은 2080명으로 4760명이 참여해 좌석점유율 63%(총좌석수 7556석)을 차지했고 부대행사 참여 관객이 6천 명에 조금 못 미쳤다"고 밝혔다.
 
방은진 집행위원장은 "매회 상영 후 방역을 실시해 행사 기간에 비해, 작품 당 상영횟수 또한 줄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관객과 감독 배우들의 GV(관객과의 대화)는 매 순간들이 기적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 등은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난관들이 얼마나 길고 험난한지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며 "영화제 끝난 이후까지도 영화제를 찾아주셨던 모든 분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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